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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베네수 유조선 봉쇄…쿠바 경제 ‘붕괴 직전’ 몰아…마두로 정권 압박 직격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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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연 기자

승인 : 2025. 12. 22. 09:44

1999년 차베스 정권 이후 쿠바·베네수 '운명 공동체'
'생명줄' 역할 베네수 원유마저 흔들리면서 타격 불가피
Venezuela Oil
21일(현지시간) 베네수엘라 푸에르토 카베요의 엘 팔리토항에 정박 중인 유조선 '에바나(Evana)'호./AP 연합뉴스
미국이 베네수엘라산 원유 수출을 정조준한 해상 봉쇄에 나서면서, 이미 최악의 경제난을 겪고 있는 쿠바가 사실상 붕괴 위기에 내몰리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쿠바는 심각한 식량 부족과 전력난, 의료 붕괴 탓에 주민 탈출이 이어지는 가운데, '생명줄' 역할을 해온 베네수엘라산 원유마저 안정적 공급이 흔들리면서 타격이 불가피해졌다는 평가다.

미국은 최근 제재 대상 유조선을 중심으로 선박 차단에 나서고 있다. 봉쇄 대상에는 베네수엘라 원유의 약 70%를 실어 나르는 '제재 회피 선대'가 포함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미국이 나포한 선박 중 한 척에는 약 200만 배럴의 원유가 실려 있었다. 해상 봉쇄와 함께 카리브해 군사력 증강, 마약 밀수 연루 선박 공격, 베네수엘라 폭격 가능성까지 언급되며 압박 수위는 전방위로 높아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베네수엘라 원유 공급이 중단되거나 급감할 경우 쿠바 경제는 바로 붕괴로 직행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미국 텍사스대 호르헤 피뇬 연구원은 "베네수엘라산 원유가 끊기면 쿠바 경제는 무너질 것"이라며 "논쟁의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

WSJ에 따르면 베네수엘라는 1999년 우고 차베스 전 대통령 시절부터 쿠바에 막대한 원유를 공급해왔다. 쿠바는 의사·체육 코치·정보요원 등을 파견했고, 베네수엘라는 한때 하루 10만 배럴 규모의 원유를 제공했다. 현재는 3만 배럴 수준으로 줄었지만 여전히 쿠바 전력 생산과 교통, 민간 경제 유지에 핵심 역할을 하고 있다.

베네수엘라가 경제 위기로 공급량을 줄이는 동안, 쿠바 정보기관은 여전히 베네수엘라에 남아 마두로 정권 안정에 깊숙이 관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쿠바 정부 역시 정권 생존과 직결된 문제인 만큼 마두로 보호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는 분석이다.

쿠바 정부는 미국의 선박 나포와 군사적 압박을 강하게 비난했다. 미겔 디아스카넬 쿠바 대통령은 공산당 중앙위원회 연설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해적처럼 베네수엘라 유조선을 약탈하고 있다"며 "미국은 규칙 없는 국제질서를 만들고 있다"고 날을 세웠다.

전문가들은 현재 쿠바 상황을 1959년 혁명 이후 최악으로 평가한다. 소련 붕괴 이후 '특별시기'보다 더 길고 가혹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뉴욕 바루크칼리지 테드 헨켄 교수는 "상황은 절망적이고 희망이 사라졌다"며 "사람들은 단지 떠날 생각만 하고 있다"고 말했다.

2020년 이후 쿠바를 떠난 이들은 약 270만 명으로 추산된다. 국민의 4분의 1에 해당한다. 일부 지역에서는 쓰레기 더미가 방치되고, 뎅기열·치쿤구니아 등 전염병이 확산하고 있으며, 전력난 속 아이들이 학교에 가지 못하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사회권리관측소는 쿠바인의 90%가 극빈층, 70%가 하루 최소 한 끼조차 해결하지 못한다고 분석했다. 주민 78%가 이민 의사를 밝혔다.

쿠바 경제는 2018년 이후 15% 축소됐고, 같은 기간(2018년~올해 11월) 누적 인플레이션은 450%에 달했다는 분석도 나왔다. 쿠바 페소 가치는 사실상 붕괴해 암시장 환율 기준 달러당 약 450페소로 폭락했다.

리카르도 토레스 페레스 미국 워싱턴 아메리칸대 소속 쿠바 경제학자는 "지금도 최악이지만 베네수엘라 원유가 추가로 줄면 버틸 수 없게 될 것"이라며 "앞으로 더 악화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김도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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