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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업계의 풍경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현대건설, 삼성물산 건설부문 등 대형 건설사들은 재건축·재개발 등 정비사업을 중심으로 연간 10조원 안팎의 수주 실적을 쌓으며 곳간을 채웠다. 반면 중견·중소 건설사들은 체력 차이를 그대로 수주 성적표로 받아들여야 했다.
'선택받은 사업'만 살아남는 구조가 우리 경제에 남긴 그림자는 결코 가볍지 않다. 누군가에게는 아파트값 급등과 선별 수주로 '뜨거운 한 해'였지만, 또 다른 누군가에게 2025년은 고금리와 미분양의 파고를 버티다 끝내 주저앉은 시간이었던 것이다.
이에 따라 건설·부동산 시장의 최전선에 서 있는 건설사들은 지난해 '버티기'에 집중할 수밖에 없었다. 외형 성장은 뒷전으로 밀렸고, 수익성과 재무 안정성 확보가 최우선 과제가 됐다. 일부 기업은 반도체·에너지 등 신사업에서 돌파구를 모색했지만, 본업인 주택·토목 부문에서 발생한 적자 구조를 단기간 상쇄하기 쉽지 않았다. 아파트 분양 시장 또한 양극화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같은 수도권이라도 서울 강남권이라면 수십만 명의 청약자가 몰린 반면, 일부 지역의 청약 경쟁률은 '0점대'를 넘지 못하는 웃지 못할 상황이 연출됐다.
이처럼 2025년은 건설·부동산 산업의 가장 냉혹한 단면을 고스란히 드러낸 해였다. 다만 모든 위기가 그렇듯 위기에는 항상 바닥이 있다. 그리고 바닥은 전환의 출발점이기도 하다.
2026년 현재, 시장은 여전히 양극화의 지속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실제로 단기간에 격차가 해소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 그럼에도 '바닥 다지기'의 미세한 신호들이 조심스레 읽힌다. 금리 인하 기대, 과도한 레버리지를 걷어낸 건설사와 부동산 개발업체들의 재무 구조 개선 움직임 등과 새 정부의 향후 5년간 수도권 135만 가구 규모의 공급 계획을 통한 집값 안정 기조, 지방 균형 발전을 통한 지역 경제 활성화 기대까지 더해지며 '바닥 통과론'이 미세하게 고개를 드는 모습이다.
물론 올해를 곧바로 장밋빛으로 전망하기는 어렵다. 양극화가 단숨에 해소될 가능성도 낮다. 다만 회복이라는 단어를 꺼내기까지는 시간이 더 필요하겠지만, 분위기 전환에 대한 기대가 이전보다 분명해지고 있다.
2000년 개봉해 우리나에서도 인기를 얻은 홍콩 왕가위 감독 영화의 제목이기도 한 '화양연화(花樣年華)'는 인생에서 가장 아름답고 찬란한 시절을 뜻한다. 가장 빛났던 순간의 가치는 지나고 나서야 비로소 깨닫게 된다는 영화의 메시지처럼, 건설·부동산 시장 역시 혹독했던 2025년을 지나 2026년이 전환의 출발점인 새로운 화양연화로 향하는 해가 되길 기대해 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