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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눈] 수식어로 꾸며도 결국엔 ‘정보 근절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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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찬 기자

승인 : 2026. 01. 06. 17:59

김홍찬 사진
정부여당이 정보통신망법 개정안, 이른바 '허위·조작정보 근절법'을 추진하면서 내세운 명분은 '민주주의 체제, 인권 보호'였다. 만연한 허위·조작정보가 민주주의 사회의 건강한 공론장과 개인의 권리를 위협한다는 것이다. 추진 배경에 따르면, 이제껏 우리 법에는 잘못된 정보로부터 시민사회를 보호할 장치가 부족했다는 의미로 보인다. 헌법상 타당해 보이는 명분이었지만 외려 "언론·표현의 자유 침해"라는 거센 반발이 터져나왔다. 그럼에도 정부여당은 끝내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그렇다면 실제로 우리 법은 '민주주의를 위협할 만한 정보'를 방관했을까. 정보통신망법 44조의 7항에는 '음란한 영상, 문언 등의 정보',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정보', '국가보안법상 금지된 행위 관련 정보', '범죄를 목적으로 하거나 교사 또는 방조하는 내용의 정보' 등 10가지의 불법정보를 규정하고 있다. 이 외에도 공직선거법, 소비자보호법, 언론중재법과 민법 등에서도 각각 유통이 제한된 정보와 이에 대한 처벌 규정이 담겨있다. 얼핏 보면 산발적으로 흩어져 있는 규제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는 우리 사회가 이제껏 언론과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으면서, 실제 위협이 되는 정보만 골라내려 애썼다는 증거다.

그런데 정부여당은 여기에 '공공의 이익을 해할 목적의 정보'를 끼워 넣으며 그간의 노력을 무너뜨렸다. 기존 규정들과 다르게 주관적 판단이 개입될 여지가 큰 '공익'을 기준으로 내세운 것이다. 앞서 헌법재판소는 2010년 '공익을 해할 목적'으로 허위정보를 유포하면 처벌한다고 명시한 전기통신기본법 47조 1항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렸다. 헌법상 표현의 자유를 공익이라는 불명확하고 추상적인 규정으로 제한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자의적 확장이 가능한 공권력은 위헌임을 분명히 한 것이다. 그런데 정부여당이 이미 위헌 결정이 난 법안을 다시 부활시킨 셈이다. 여기에 손해액의 5배까지 청구할 수 있는 '징벌적 손해배상'도 더해졌다.

법률의 대전제가 돼야 할 헌법과도 불협화음을 이루면서 정부여당이 내세운 '민주주의 보호'라는 명분은 설득력을 완전히 잃었다. 그렇다면 진짜 의도에 대한 의문이 남는다. 이는 법안 주도자 중 한 명인 최민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자,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장이 남긴 말에서 엿볼 수 있다. 최 의원은 법안 통과 직후 한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권력자들도 인권이 있다. 노무현, 문재인, 이재명 대통령에 대한 언론의 악의적이고 고의적인 허위·조작정보가 얼마나 많았나"라고 말했다. 그들에게 공익은 '일부 권력자의 인권'인 것이다. 이번 개정안에 고위 공직자나 기업인이 '전략적 봉쇄소송'을 통해 언론을 틀어막을 가능성도 열어둔 이유다.

허위·조작정보 근절법이라는 듣기 좋은 별칭을 붙였지만, 결국엔 필요한 정보도 근절하는 '입틀막(입을 틀어 막다)법'으로 이어질 우려가 크다. 그럼에도 올해 7월 5일 시행을 앞두고 있다. 이제 중요한 것은 첫 적용 사례다. 사법부와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의 책임이 막중해졌다. 사회적 합의 없이 모호한 기준으로 강행된 법안인 만큼, 실제 적발한 허위·조작정보에 대해서는 최소한 시민사회가 공감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만 추가 개정을 위한 토대가 만들어 질 수 있다. 그렇지 못하면 답은 폐기뿐이다.
김홍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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