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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눈] 아프리카돼지열병, 끝을 향해 가는 싸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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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석원 기자

승인 : 2026. 01. 07. 1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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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생멧돼지 모습/연합
배석원 기자 증명사진
배석원 기획취재부 기자
2019년 9월. 아프리카돼지열병(African Swine Fever, ASF)이 국내에서 처음 발생한 시점이다. 당시 경기도 파주의 한 양돈농가에서 첫 확진 사례가 나온 이후 연천과 김포, 강원 영월과 고성, 인제, 홍천 등으로 번지며 접경과 산악 지역을 따라 빠르게 확산됐다. 지난해까지 ASF 피해가 확인된 양돈농가는 55곳에 이른다. 야생멧돼지의 양성 사례 역시 전국 43개 시군으로 파악되고 있다. 그간 확진된 누적 양성 건수는 4321건이다.

ASF는 1920년대부터 아프리카 사하라 사막 이남 지역에 풍토병으로 존재해 온 질병이다. 전염성이 높고 감염 시 치사율이 사실상 100%에 달해 일명 '돼지 흑사병'으로 불린다. ASF에 감염된 돼지는 40.5~42도의 고열과 기립불능, 피부 출혈 증상을 보이다 열흘 안에 폐사해 양돈업계에 막대한 피해를 입히고 있다. 아프리카를 넘어 유럽과 아시아까지 확산돼 현재까지 세계 80개국에서 확진 사례가 보고되고 있지만, 상용화된 백신과 치료제는 아직 나오지 않았다. 이 질병 앞에서 방역당국과 양돈업계가 차단과 소독에 의존하며 방역에 고전하고 있는 이유다.

국내 ASF의 대표적인 감염 경로로는 야생멧돼지가 꼽힌다. 방역당국과 각 지자체는 감염 경로를 막기 위해 차단 울타리와 포획틀을 설치하고, 포획·제거에 집중해 왔다. 이 같은 대응이 이어진 지도 어느덧 5년이란 시간이 흘렀다. 그간 포획·제거한 야생멧돼지 수만 51만7000여 마리에 달한다 고무적인 것은 이 과정에서 야생멧돼지 양성 개체 수가 차단·방역만으로도 줄어들고 있다는 점이다. 기후에너지환경부의 최근 5년간 야생멧돼지 포획·제거 실적 현황 자료에 따르면 2020년부터 매년 700건에서 많게는 900건에 달했던 ASF 확진 건수는 지난해 106건으로 크게 감소했다.

이 같은 ASF 차단 성과에 대해 기후부 관계자는 멧돼지 서식 밀도를 지속적으로 낮춰온 데다, 100명 이상의 수색반원들이 매일 순찰을 돌며 폐사체를 신속히 처리해 온 점 등을 주요 요인으로 꼽았다. 올해는 기존 10마리였던 탐지견을 16마리로 확대·운영할 계획이다. 열화상 드론과 GPS 기반 포획트랩을 현장에 투입하는 등 방역 방식도 점차 고도화되는 모습이다. 현장이 물리적으로 바이러스와 대립하는 동안 과학으로 해법을 찾는 시도도 계속되고 있다. 기후부 산하 국립야생동물질병관리원은 현재 국내 민간 기업 등과 베트남에서 ASF 백신의 항체 실험을 진행 중이다. 연구실이 아닌 야외 양돈농가에서 100마리 이상의 돼지를 대상으로 항체 형성 여부를 확인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기존 ASF 바이러스는 세포에 감염되는 순간 면역 작용을 하지 못하도록 단백질을 생성해 경로를 차단하는 성질을 갖고 있다고 한다. 국내 연구진이 임상 중인 ASF 시범 백신은 미리 면역 작용을 활성화시켜 병원성 바이러스가 유입되더라도 면역 반응이 나타나도록 개발했다는 설명이다. 현재 베트남에서 진행 중인 야외 임상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될 경우 인허가 절차를 거쳐 상용화 단계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연구진은 이 같은 연구 내용을 국제 감염병 분야 학술지인 'Emerging Microbes & Infections'에 투고했고 조만간 게재를 앞두고 있다. 국내 연구진의 백신 개발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돼, ASF와의 싸움에서 마침내 종지부를 찍을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배석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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