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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대회의 핵심은 지난 40여 년간 베트남 정치 안정을 지탱해 온 '4대 기둥(서기장·국가주석·총리·국회의장) 집단지도체제'의 존속 여부다. 또 럼 서기장이 국가주석직까지 겸임하며 명실상부한 1인 강력 통치 체제를 구축할 것인지, 아니면 전통적인 권력 분점의 틀을 유지할 것인지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차기 지도부의 인사안은 '절대 기밀'로 부쳐져 있지만 그 베일 너머를 엿볼 수 있는 관전 포인트들을 짚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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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전당대회의 가장 뜨거운 감자는 당 서열 1위인 서기장과 국가원수인 국가주석 직책의 통합 가능성이다. 중국·라오스·북한 등 인근 사회주의 국가들은 최고 지도자가 두 직책을 겸임하며 강력한 1인 지배력을 행사한다. 반면 베트남은 서기장(당)·국가주석(국가)·총리(행정)·국회의장(입법)이 권력을 나누는 '4대기둥 체제'를 통해 견제와 균형을 유지해 왔다.
현재 하노이 정가와 외신들 사이에서는 또 럼 서기장이 두 직책을 겸임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통합론의 핵심 명분은 효율성이다. 또 럼 서기장이 추진 중인 조직 간소화 혁명의 연장선상에서 당의 지도를 국가 행정에 지체 없이 반영하고 의사결정 속도를 높여야 한다는 논리다. 또 외교 무대에서 당수의 지위가 애매한 점을 해소하고 국가원수로서의 격식을 갖추기 위해 통합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힘을 얻고 있다. 지지자들은 이를 통해 베트남이 중국 모델처럼 신속한 경제 개혁과 강력한 부패 척결을 추진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
하지만 반대파의 우려 섞인 시선도 만만치 않다. 익명을 요구한 베트남 정치 전문가는 본지에 "4대 기둥 체제는 정책 결정 속도를 늦추지만, 서로에게 거부권을 행사하며 치명적인 오류를 막는 안전장치 역할을 해왔다"며 "겸직시도는 이 안전장치를 제거하는 위험한 도박이 될 수 있다"고 짚었다.
서기장과 국가주석의 겸직은 베트남 정치의 근간을 뒤흔드는 변화인 만큼 반대 급부로 당의 일상 업무를 총괄하는 비서국 상임비서의 권한을 대폭 강화, 새로운 권력의 한 축으로 삼아 '5인 지배체제'를 띄울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과연 또 럼이 '베트남의 시진핑'이 되어 절대 권력을 손에 쥘지, 아니면 막판 타협을 통해 4대기둥 체제를 유지할 것인지는 뚜껑을 열어봐야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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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지도부(정치국)에 입성하느냐'는 철저한 보안 속에 가려져 있다. 다만 현재의 흐름상 또 럼의 친정인 공안부 출신과 그의 고향인 흥옌성 인맥의 약진이 유력해 보인다.
현재 13기 정치국원 16명 중 공안 경력자는 7명에 달해 사실상 과반을 점하고 있다. 특히 그 정점엔 '흥옌 트로이카'가 있다. 럼 서기장을 필두로 그 후임인 르엉 땀 꽝 공안부 장관과 최근 하노이 당서기로 영전한 응우옌 주이 응옥이다. 특히 응옥 당서기는 1년 반 만에 공안부 차관에서 하노이 당서기(정치국원)까지 초고속 승진하며 또 럼 체제의 '황태자'로 꼽히고 있다.
관건은 전통적 라이벌인 군부와의 권력 안배다. 군부는 65세 정년 규정에 걸린 판 반 장 국방장관을 '특별 사례'로 구제해 지도부에 잔류시키려 노력하고 있다. 장 장관은 최근 80주년 국경일 퍼레이드의 성공, 수해 현장 지휘, 활발한 미·중 국방 외교를 통해 대체 불가능한 '안보 리더'의 이미지와 대중들에게 친근한 이미지를 각인 시켜왔다. 럼 서기장 외에 추가적인 '특별 사례'를 인정 받느냐가 또 하나의 관전 포인트다. 만약 럼 서기장이 국가주석직까지 겸임할 경우, 전통적으로 군부가 차지해 온 국가주석 자리가 사라지게 되는 셈이어서 이에 대한 보상으로 무엇을 챙길지도 숨겨진 관전 포인트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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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념도 중요하지만 먹고 사는 문제, 즉 경제 문제도 놓칠 수 없는 과제다. 현 지도부는 지난해 GDP(국내총생산) 성장률 8.02%라는 기록적인 경제성장을 달성했지만 이는 인플레이션과 환율 불안을 감수 결과물이란 점에서 불안요소가 상존한다.
무엇보다도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귀환은 베트남 경제에 큰 위협이다. 현 지도부는 트럼프의 46% 관세 위협에 맞서 트럼프 재단 골프장 승인이라는 '거래'를 통해 관세율을 20%로 낮추는 등 철저히 실리를 앞세운 외교력을 보여줬다. 이처럼 복잡한 대외 변수를 돌파하기 위해서라도 차기 정부 총리로는 정치색보다는 경제 전문성을 갖춘 '테크노크라트(기술관료)'가 기용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설득력을 얻고 있다.
가장 유력한 후보로 거론되는 것은 레 민 흥 현 공산당 중앙조직위원장이다. 1970년생으로 젊지만 중앙은행 총재를 지내며 거시경제와 국제 금융에 능통한 대표적 '경제통'으로 꼽힌다. 무엇보다도 그는 레 민 흐엉 전 공안부 장관의 아들이다. 흥옌 파벌의 독주를 견제하고 지역 안배를 맞출 수 있는 하띤 파벌인 그는 공안 파벌에게도 거부감이 없는 출신이란 점에서 "붉으면서도 전문적인" 인재상에 딱 들어 맞는 셈이다. 다만 정치국원의 한 임기를 채우지 못한 그가 총리가 되기 위해선 이번 당대회에서 특별 사례 규정을 적용 받아야 한다.
현직 팜 민 찐 총리의 유임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 찐 총리는 자신의 정치적 기반인 타인호아 파벌들이 줄줄이 낙마하는 와중에도 7~8%대 경제 성장이라는 성적표를 무기로 유일하게 '생존'했다. 경제 운용의 연속성을 위해 찐 총리가 남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지만 역시 67세의 나이때문에 유임을 위해선 럼 서기장의 재가를 통한 특별 사례 지정이 필수적인 상황이다.
현재로선 럼 서기장이 당권(서기장)과 국권(국가주석)을 쥐고 이념과 안보를 통제하되 행정부를 이끄는 총리만큼은 흥 위원장과 같은 전문가에 맡겨 정경분리 통치를 시도할 것이란 타협론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베트남 정계 사정에 능통한 소식통은 본지에 "확실한 것은 누가 되든 차기 총리는 강력한 럼 서기장이란 그늘 아래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압박과 베트남 내부의 신용 부실 위기를 관리해야 하는 어려운 숙제를 풀어가야 한다는 것"이라 짚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