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맹도 예외 없다” 미국 우선주의 현실화에 아세안 외교가 ‘당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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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현지시간) 미 국무부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 외신에 따르면 미국은 오는 21일부터 태국·미얀마·라오스·캄보디아 등 동남아 4개국 국민에 대한 비자 발급을 잠정 중단한다. 이번 조치의 명분은 공적 부담 우려 차단이다. 미 영사 당국은 비자 신청자가 향후 미국의 복지 시스템에 의존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될 경우, 나이·건강·재정 상태 등을 심사해 발급을 거부할 수 있게 된다. 사실상 저소득 국가 국민의 입국을 원천 봉쇄하겠다는 의도다.
가장 큰 충격에 휩싸인 곳은 태국이다. 내전 중인 미얀마나 경제 규모가 작은 라오스나 캄보디아와 달리 태국은 미국의 아시아 최고 동맹국이자 비자 체류 기한 위반율도 2.91%로 매우 낮은 수준이기 때문이다. 시하삭 푸앙켓케오 태국 외무장관은 즉각 "우리는 미국과 특별한 관계를 맺어온 동맹"이라며 "왜 태국이 이 명단에 포함됐는지 미국 측에 해명을 요구했다"고 반발했다. 외교가에서는 태국이 최근 국제 온라인 사기 범죄의 허브로 지목된 점이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는 관측과 함께, 동맹의 지위도 트럼프식 이민 빗장을 피해 가지 못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조치가 트럼프 행정부 내에서 외교 안보 전략과 이민 정책이 철저히 분리되어 작동하는 '정책 칸막이' 현상을 보여준다고 지적한다. 미국은 불과 일주일 전 태국-캄보디아 국경 분쟁 완화와 범죄 소탕을 위해 4500만 달러(약 664억 원) 지원을 약속했으나, 곧바로 비자 제한이라는 징벌적 카드를 꺼내 들었다. 조앤 린 싱가포르 동남아시아연구소(ISEAS) 선임연구원은 "미국에 동맹 지위는 외교적 수사일 뿐, 국내 정치용 이민 정책 앞에서는 면죄부가 되지 못함을 보여준다"고 꼬집었다.
더욱 뼈아픈 대목은 미국이 필리핀·싱가포르·베트남을 제외한 나머지 아세안 국가들을 전략적으로 무의미한 대상으로 취급하고 있다는 현실 인식이다. 헌터 마스턴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연구원은 "트럼프 행정부의 시각에서 지역 안보나 경제 파트너십은 미국 내 인종 구성과 국경 통제라는 국내 정치 어젠다보다 후순위"라고 분석했다. 미국이 아세안을 대중(對中) 견제나 무역 불균형 해소의 도구로만 바라볼 뿐, 진정한 파트너로 여기지 않는다는 방증이라는 것이다.
이번 조치로 인한 파장은 국가별로 엇갈릴 전망이다. 이미 고율 관세 부과 대상인 라오스는 인적 교류까지 막히며 경제적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반면, 군부 독재 치하의 미얀마는 오히려 이번 조치를 반기는 기색이다. 민주화 운동가나 반군부 인사들의 미국 망명길이 막히게 되면서, 군정의 통제력이 역설적으로 강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