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치 요구 vs 신정 체제 정면충돌…
美 ‘쿠르드 카드’ 흔들리며 중동 새 전선 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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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내 쿠르드족 분리 움직임이 격화되면서 테헤란 정권과의 충돌이 사실상 지상전 양상으로 번지고 있기 때문이다. 중동 최대 '무국가 민족'인 쿠르드족의 자치·독립 열망과 이를 국가 존립 위협으로 보는 이란 신정 체제가 정면으로 충돌하면서 중동 정세에 또 하나의 불안정한 단층선이 형성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쿠르드족은 전 세계에 약 3000만~4000만 명이 분포한 세계 최대의 '국가 없는 민족'이다. 이들은 터키·이라크·시리아·이란 국경지대에 흩어져 거주하며 오랜 세월 독립 국가 건설을 꿈꿔 왔다. 이란에서도 전체 인구의 약 10%가량이 쿠르드족으로 추산되며 대부분이 서부 국경 산악지대에 밀집해 있다.
그러나 이란 정부는 쿠르드족의 자치 요구를 단순한 지방 정치 문제가 아니라 국가 분열 시도로 인식한다. 쿠르드 지역에서 독립 움직임이 본격화할 경우 발루치족이나 아제르바이잔계 주민 등 다른 소수 민족으로 불안이 확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테헤란 정권은 쿠르드 문제를 국가 안보 위협으로 규정하고 강경 대응을 이어왔다.
종교적 차이도 갈등을 키우는 요인이다. 이란은 시아파 성직자가 국가 권력을 장악한 신정 체제지만 쿠르드족 대부분은 수니파 무슬림이다. 이 때문에 쿠르드 사회에서는 자신들이 정치적·종교적으로 모두 차별받고 있다는 인식이 강하다.
경제 격차 역시 불만의 배경이다. 쿠르드족이 주로 거주하는 쿠르디스탄·케르만샤 지역은 이란에서도 대표적인 낙후 지역으로 꼽힌다. 산업 기반이 취약하고 중앙 정부의 투자도 제한적이다. 높은 실업률 속에서 현지 청년층 사이에서는 "테헤란이 우리를 버렸다"는 인식이 퍼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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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는 무장 충돌도 이어지고 있다. 쿠르드 민주당과 쿠르드 자유생명당 등 쿠르드 무장 조직은 자그로스 산맥의 험준한 지형을 활용해 이란 보안군을 상대로 산악 게릴라전을 벌이고 있다. 이에 맞서 이란의 이슬람혁명수비대는 국경 지역 병력을 증강하고 이라크 북부 쿠르드 거점을 드론과 미사일로 타격하며 군사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문제는 이 갈등이 단순한 국내 소요에 그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쿠르드족은 터키·이라크·시리아·이란에 걸쳐 분포한 초국가 민족이다. 이란 내 충돌이 격화될 경우 '대(大)쿠르디스탄' 구상과 맞물려 중동 전체의 불안 요인으로 확산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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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수십만 명의 쿠르드 주민이 국경 지역에서 피난길에 올랐고 마을과 도시 상당수가 전투 지역으로 변했다. 오랜 기간 시리아 민주군을 통해 미국과 함께 이슬람국가 격퇴 작전에 참여했던 쿠르드 세력은 이 사건 이후 "강대국을 믿어서는 안 된다"는 깊은 불신을 갖게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쿠르드 사회에는 오래된 격언이 있다.
"쿠르드에게 친구는 산뿐이다."
지금 자그로스 산맥에서 다시 울려 퍼지는 총성은, 그 말이 여전히 현재 진행형임을 보여주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