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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최태원 “규제가 성장 걸림돌”…정부 새겨듣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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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 2026. 01. 20. 00:00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2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2026 경제계 신년인사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SK그룹 회장)이 "규제가 우리 기업 성장 의지를 꺾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18일 기업이 커질수록 부담을 주는 '계단식 규제', 경영 판단까지 형사처벌로 이어지는 법·제도 환경이 우리 경제의 성장 동력을 잠식하고 있는 현실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했다. 그의 발언은 한 기업인의 단순한 쓴소리가 아니다. 우리 경제의 구조적 한계와 그에 따른 실물 경제 현장의 절박한 경고음을 토로한 것이다.

실제 제도적 현실이 그의 말을 뒷받침한다. 대한상의 등에 따르면 중소기업이 중견기업으로 올라설 때 새로 적용되는 규제가 90여 개, 대기업으로 분류되면 추가되는 규제가 330개 안팎에 이른다. 자산 5조원 기준을 넘는 순간 공정거래법상 공시 대상 기업집단(대기업집단)에 포함돼 각종 공시 의무, 일감 몰아주기 규제에 더해 노동·환경·안전 규제까지 한꺼번에 중첩되는 '규제의 계단'을 마주하게 된다. 자산에 따른 기업 규모별 차등규제를 시행하는 나라는 주요 선진국 중 한국이 유일하다고 한다. '규제 공화국'이라 말은 괜한 소리가 아니다.

형사처벌 리스크 또한 기업 경영을 옥죄는 요소다. 최 회장은 "형사처벌은 기업이 감당·계산할 수 없는 리스크"라고 지적했다. 공정거래법, 자본시장법, 산업안전보건법 등 주요 경제 법령은 행정제재를 넘어 형사처벌 조항을 폭넓게 두고 있다. 위반 시 기업인 개인에게까지 형사 책임을 묻는 양벌규정도 광범하게 존재한다. 투자 판단 시 비용·수익보다 혹시 모를 '형사 리스크'를 먼저 따지는 풍토에서는 기업가의 도전과 혁신 정신은 위축될 수밖에 없다.

더 큰 문제는 이러한 규제 구조가 우리 경제의 가장 취약한 고리인 청년 세대에 직격탄이 된다는 점이다. 잠재성장률 하락과 투자 위축은 양질의 일자리 창출 여력을 줄이고, 청년층 고용·소득 축소로 이어진다. 최 회장의 "성장 둔화가 장기화하면 청년 세대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경고는 첩첩 규제에 따른 비용이 결국 미래 세대에 전가된다는 점을 각인시켜 준 것이다.

인공지능(AI)을 차세대 성장 동력으로 꼽은 최 회장은 "AI는 단순한 기술 진보가 아니라 석기시대에서 철기시대로의 문명적 변화"라고 말했다. 이러한 혁명적 변화가 도래한 상황에도 정부·여당은 기존 규제 프레임에 더해 중대재해처벌법, 노란봉투법 등을 추가했다.

이것도 모자라 자사주 소각 의무를 강요하는 3차 상법 개정안까지 추진하고 있다. 기가 막힐 정도로 시대 퇴행적이다. 정부와 여당은 기업의 투자와 혁신 의지를 정면으로 가로막아 국가 성장을 가로막는 우(愚)를 더 이상 범하지 않기를 간곡히 바란다. 최 회장의 우려를 깊이 새겨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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