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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패션 거장 발렌티노 가라바니 별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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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아름 기자

승인 : 2026. 01. 20. 08:28

발렌티노
/발렌티노 인스타
이탈리아 대표 패션 디자이너 발렌티노 가라바니가 19일(현지시간) 향년 93세로 별세했다.

뉴욕타임스(NYT), AP통신, 안사 통신 등에 따르면 발렌티노 가라바니·지안카를로 지암메티 재단은 이날 성명을 통해 "발렌티노는 우리 모두에게 끊임없는 길잡이이자 영감이었고, 빛과 창의성, 비전의 진정한 원천이었다"며 그의 부고를 전했다.

발렌티노는 반세기 넘게 세계 패션 무대에서 독보적인 존재로 군림한 오트 쿠튀르(고급 여성복)의 거장이었다. 화려하면서도 절제된 그의 드레스는 패션쇼의 단골로 자리 잡았고, 특히 강렬한 붉은색을 활용한 디자인은 '발렌티노 레드'라는 고유한 시그니처로 남았다. 그는 고급스러움과 우아함을 중시했을 뿐, 논란을 부르거나 과시적인 스타일과는 거리를 둔 디자이너로 평가받는다.

그가 제작한 드레스는 역사적 순간마다 등장했다.

존 F. 케네디 전 미국 대통령의 부인 재클린 케네디 여사가 1968년 그리스 선박왕 아리스토텔레스 오나시스와 재혼할 당시 입은 크림색 레이스 드레스가 그의 작품이다. 1979년 이란 혁명으로 축출된 샤 팔레비의 부인 파라 디바 왕비가 망명길에 오를 때 입었던 정장 역시 발렌티노가 디자인했다.

세계적인 여배우들과 인연도 깊었다. 엘리자베스 테일러는 1960년 영화 '스파르타쿠스' 로마 시사회에서 그의 깃털 장식 드레스를 입어 화제를 모았고, 오드리 헵번 역시 발렌티노의 열렬한 팬이었다. 줄리아 로버츠가 2001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여우주연상을 받을 당시 입은 흑백 가운, 케이트 블란쳇이 2005년 여우조연상 수상 때 선택한 노란색 드레스도 모두 그의 손에서 탄생했다.

발렌티노가 남긴 "나는 여성이 무엇을 원하는지 안다. 그들은 아름다워지고 싶어 한다"는 말은 지금도 명언으로 회자된다.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는 "그는 논란의 여지 없는 우아함의 거장이자 이탈리아 오트 쿠튀르의 영원한 상징"이라며 "전설을 잃었지만 그의 유산은 여러 세대에 걸쳐 영감을 줄 것"이라고 추모했다.

장례식은 오는 23일 로마의 한 성당에서 거행될 예정이다.

1932년 5월 이탈리아 북부 파비아주에서 태어난 발렌티노는 젊은 시절 프랑스 파리로 건너가 기 라로쉬 등 유명 디자이너 밑에서 수학했다. 이후 귀국해 1959년 자신의 이름을 딴 '발렌티노 하우스'를 설립하며 본격적으로 패션 사업에 뛰어들었다. 평생의 동반자인 지안카를로 지암메티와 1960년 협업을 시작하면서 전성기를 맞았고, 남성복과 기성복, 액세서리로 사업 영역을 넓혔다.

1998년 브랜드를 약 3억 달러에 매각한 뒤에는 디자인에 전념했으며, 2007년 패션계 은퇴를 선언했다. 이후 2016년 지암메티와 함께 자선 재단을 설립해 사회공헌 활동에 힘써왔다.

정아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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