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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 총선 휩쓴 ‘반캄보디아’ 광풍… 국경 유혈충돌에 표심 요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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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나 하노이 특파원

승인 : 2026. 01. 29. 13:04

다음달 8일 조기 총선 앞두고 접경지 유권자들 ‘강경 대응’ 요구 빗발
여당, 국경 장벽 건설 공약하며 ‘안보론’ 부각
탁신계 프아타이당·제1야당 인민당, ‘매국’ 프레임 피하려 고심
THAILAND-ELECTION/NATIONALISM <YONHAP NO-3940> (REUTERS)
지난 23일(현지 시각) 태국 동북부 시사껫주(州) 칸타랄락 지구 쿠안창 마을을 찾은 푸민 리티라프라서트 클라탐당 후보(오른쪽)가 유세 도중 한 여성 지지자와 포옹하고 있다. 전직 의원인 푸민 후보는 최근 국경 유혈 사태 속에 유권자들의 반(反)캄보디아 정서가 강해지자 기존 프어타이당을 탈당하고 여당 우호 세력인 클라탐당으로 당적을 옮겨 출마했다/로이터 연합뉴스
다음달 8일 치러지는 태국 총선이 캄보디아와의 국경 무력 충돌로 촉발된 거센 민족주의 열풍 속에 치러지게 됐다. 수십 년 만에 최악의 유혈 사태를 겪은 태국 유권자들이 '반(反)캄보디아' 정서를 자극하며 강경 대응을 천명한 정당에 지지를 보내고 있기 때문이다.

28일(현지 시각) 로이터통신은 태국 북동부 시사껫주(州) 칸타랄락 등 캄보디아 접경 지역의 민심이 급격히 요동치고 있다고 보도했다. 탁신 친나왓 전 총리의 정치적 텃밭이었던 이 지역에서조차 집권 연립여당 측으로 말을 갈아타는 정치인이 나오고 있다. 프아타이당 소속이었던 푸민 리티라프라서트(62) 전 의원은 이번 총선에서 여당 품짜이타이당의 우군인 클라탐당 후보로 출마했다. 그는 "국경 분쟁 탓에 이번에는 프아타이당 간판으로 출마하지 않는다"며 "주민들의 집이 폭격을 맞고 사람들이 죽어 나가는 상황에서 유권자들의 분노가 극에 달했다"고 전했다.

이번 선거의 최대 변수는 지난해 7월과 12월 두 차례에 걸쳐 발생한 태국과 캄보디아 간의 국경 무력 충돌이다. 이 충돌로 양측에서 총 149명이 사망했으며, 태국인 사망자도 19명에 달했다. 수십만 명의 접경지 주민이 피란길에 올랐고 민가 파괴가 잇따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중재로 7월 맺어졌던 휴전이 깨지면서 사태는 걷잡을 수 없이 악화했다가 지난 12월 말 가까스로 2차 휴전에 합의한 상태다.

아누틴 찬비라꾼 총리가 이끄는 집권 품짜이타이당은 이러한 안보 불안 심리와 민족주의를 적극 파고들고 있다. 아누틴 총리는 지난해 12월 취임 100일도 되지 않아 의회를 해산하고 조기 총선 승부수를 띄웠다. 그는 817km에 달하는 국경 지역에 장벽을 건설하고 군사력을 증강하겠다는 공약을 내걸며 보수층과 접경지 유권자들을 결집하고 있다.

반면 여론조사 선두를 달리던 진보 성향의 제1야당 인민당과 탁신계 프아타이당은 수세에 몰렸다. 티티난 퐁수디락 쭐라롱껀대 교수는 "친군부 정당들이 경쟁자들에게 '애국심이 부족하다'거나 '친캄보디아 성향'이라는 프레임을 씌우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군 개혁을 외치던 인민당도 노선을 완화했고, 프아타이당은 과거 탁신 전 총리와 훈센 전 캄보디아 총리의 친분을 의식해 주권 수호 의지를 강조하는 등 전략 수정에 나서고 있는 모양새다.

태국에선 접경지 주민들은 물론 다수의 유권자들이 국경 검문소가 다시 열리거나 캄보디아와의 무역이 재개되는 것조차 원하지 않는 등 강경하고 적대적인 분위기가 유지되고 있다. 지난 12월 포격으로 집을 잃은 삼롱 나라사(52) 씨 역시 로이터에 "그들과 함께 살 수는 있겠지만, 친구가 되고 싶지는 않다"며 정부의 강력한 보호 조치를 요구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총선이 경제나 민주화 이슈보다는 '안보'와 '민족주의'가 모든 이슈를 집어삼키는 양상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차기 정부가 들어서더라도 국경 장벽 건설 추진과 캄보디아에 대한 외교적 압박 기조는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정리나 하노이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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