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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D건설기계, 독일의 벽을 넘어 수출까지… K2 전차 엔진 자립 성공 신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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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필현 국방전문기자

승인 : 2026. 01. 29. 13:20

- 독일 MTU사의 ‘MB873 의존’에서 국산 ‘DV27K 자립’으로
- 출력·신뢰성·수출 통제의 장벽 넘어… 전차 엔진 국산화,
- K-기갑 방산의 마지막 관문 돌파
0129 K-2MBT 엔진
HD현대건설기계 1500마력 디젤 엔진 DV27K. / HD현대건설기계 제공
K1전차에 이어 K-2 전차의 심장은 오랫동안 독일에 있었다.

독일 MTU사의 'MB873 Ka-501'엔진은 세계 최고 수준의 전차 엔진으로 평가받아 왔고, 한국형 전차 K2 역시 개발 초기 이 엔진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 문제는 성능이 아니라 '통제'였다. 엔진을 쥔 나라가 수출의 열쇠까지 쥐고 있다는 현실은 K2 전차를 글로벌 시장에서 구조적으로 제약하는 족쇄였다.

이 독일의 벽을 넘기 위해 한국이 선택한 길이 바로 전차 엔진 국산화였다. 그리고 그 중심에 국방과학연구소(ADD)와 HD건설기계가 함께 개발한 HD건설기계가 개발한 1500마력급 전차 엔진, 'DV27K'가 있다. 독일 MB873 엔진은 1500마력급 고출력 디젤 엔진의 교과서로 불린다. 수십 년간 NATO 전차에 탑재되며 검증된 신뢰성, 고온·저온 환경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내구성은 '넘사벽'으로 여겨졌다.

반면 DV27K는 개발 초기부터 혹독한 평가에 직면했다. 출력은 맞췄지만, 문제는 '지속 출력'과 '충격 내구성'이었다. 전차는 단순한 중장비가 아니다. 급가속과 급정지, 사격 시의 반동, 험지 주행에서 발생하는 비틀림과 진동을 수천 시간 견뎌야 한다.

DV27K는 이 시험에서 수차례 좌절했다. 혹서·혹한 시험에서의 성능 저하, 내구 시험 중 발생한 결함은 "전차 엔진 국산화는 시기상조"라는 비판으로 이어졌다. 실제로 K2 전차는 한동안 '국산 엔진+외산 변속기'라는 불완전한 조합으로 실전 배치를 미뤄야 했다.

그러나 국방과학연구소(ADD)와 HD건설기계는 물러서지 않았다. 1980년대 쌍용중공업에서 조립생산하던 K-1전차의 심장인 MB-871엔진 조립생산 시절부터 축적된 설계 도면으로부터 설계 변경과 소재 개선, 냉각·윤활 계통의 전면 재설계가 이어졌고, 수백 차례의 내구 시험과 군 요구 성능 보완을 반복했다. 그 결과 DV27K는 단순히 '출력 수치만 같은 엔진'이 아니라, 한국군 운용 환경과 전차 전술에 최적화된 엔진으로 진화했다.

지금의 DV27K는 MB873과 같은 1500마력급 출력을 내면서도, 56톤급 K2 전차를 시속 70km로 기동시킬 수 있는 성능을 안정적으로 구현한다. 고진동 환경에서도 출력 저하 없이 작동하며, 사막과 혹한 지역을 모두 고려한 설계는 유럽·중동 시장에서 경쟁력을 인정받고 있다. 무엇보다 결정적인 차이는 '수출 통제 리스크'가 사라졌다는 점이다.

독일 MB873 엔진은 성능과 별개로 항상 정치적 변수의 영향을 받았다. 폴란드 K2 수출 과정에서도 독일산 파워팩 의존은 가장 큰 불확실성이었다. DV27K의 등장은 이 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꿨다. 한국은 이제 전차 완제품뿐 아니라, 핵심 동력계까지 스스로 통제할 수 있는 국가가 됐다.

이 변화는 숫자로 증명되고 있다. HD건설기계는 폴란드 수출용 K2 전차 엔진 2차 물량 116대를 수주했고, 튀르키예의 차기 '알타이' 전차용 엔진도 단독 공급 중이다. 남미 페루를 비롯해 전차 현대화를 추진 중인 국가들 역시 '독일 의존 없는 K2'에 주목하고 있다.

전차 엔진 국산화는 K-방산이 넘어야 할 마지막 관문으로 여겨져 왔다. 항공기 엔진, 전차 엔진은 방산 기술 자립의 최종 단계다. DV27K의 성공은 단순한 부품 국산화가 아니라, 한국 방산이 기술·정치·수출의 삼중 장벽을 동시에 돌파했다는 상징적 사건이다.
독일 MB873의 그늘 아래에서 시작된 K2 전차는 이제 한국 엔진으로 유럽을 달린다. '넘지 못할 벽'으로 불리던 전차 엔진 국산화는, 그렇게 한국 방산의 현실이 됐다.
구필현 국방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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