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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핵잠’의 꿈, 파리를 조준하다…‘한-프랑스 핵잠 협력’의 전략적 복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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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필현 국방전문기자

승인 : 2026. 02. 10. 14:03

‘한미 원자력 협정’의 벽을 넘는 프랑스 카드,
대한민국 자주국방의 ‘게임 체인저’가 될 것인가
'바다 속의 암살자', 기술적 수직 상승의 기회
0210 프랑스 잠수함
프랑스 최첨단 '쉬프랑(Suffren)' 핵잠수함, '쉬프랑' 핵잠은 프랑스 국방조달청(DGA)의 발주·총괄 아래 설계된 최신 세대의 공격형 핵추진잠수함으로, 프랑스 국영 조선소인 나발그룹(NAVAL)에 의해 2019년 7월 12일 공식 진수됐다. /프랑스 국방조달청(DGA) 홈페이지 캡쳐
한반도를 둘러싼 파고가 심상치 않다. 북한은 고체 연료 기반의 ICBM을 넘어 이제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탑재한 핵추진잠수함 개발을 공식화하며 수중 위협의 농도를 높이고 있다. 여기에 남중국해를 거점으로 한 중국의 해양 패권 확장은 우리 해군의 작전 영역에 무거운 압박을 가한다. 이 절체절명의 시점에서 대한민국 안보의 '마지막 퍼즐'로 불리는 핵추진잠수함(이하 핵잠) 도입 논의가 다시금 수면 위로 급부상하고 있다.

특히 세종연구소 세종연구소 정성장 부소장은 "한국·프랑스 핵추진잠수함 협력 전략과 로드맵 - 저농축우라늄 기반 함정통합과 상호 호혜적 파트너십 모델"이라는 10일자 논문을 통해 韓·佛 간의 핵추진잠수함 협력 가능성에 주목하며, 이것이 단순한 무기 체계의 도입을 넘어 아시아·태평양 안보 지형을 송두리째 바꿀 '거대한 체스판의 이동'이라고 분석한다.
본지는 정 부소장의 예리한 통찰을 바탕으로, 왜 지금 우리가 프랑스를 주목해야 하는지, 그리고 그 이면에 숨겨진 복합적인 전략적 함의를 집중 분석했다.

한미 동맹의 '사각지대', 프랑스가 답이다
대한민국이 핵잠을 보유하기 위해 넘어야 할 가장 큰 산은 아이러니하게도 혈맹인 미국이다. 한미 원자력 협정의 틀 안에서 군사적 목적의 핵연료 사용은 엄격히 제한되어 있다. 미국은 오커스(AUKUS)를 통해 호주에는 핵잠 기술을 전수하면서도, 한국에는 여전히 인색한 잣대를 들이대고 있다.

정성장 부소장은 이 지점에서 프랑스라는 '제3의 길'을 제시한다. 프랑스는 유럽 내 독보적인 군사 강국이자, 미국과는 결이 다른 독자적인 핵전략을 운용하는 국가다. 정 부소장은 "프랑스는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자신의 영향력을 확대하길 원하며, 한국은 기술적 돌파구가 절실하다"며 양국의 이해관계가 완벽히 일치함을 지적한다. 북핵 위협이 고도화되는 상황에서 기존의 디젤 잠수함으로는 대응에 한계가 명확하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바다 속의 암살자', 기술적 수직 상승의 기회
핵잠의 핵심은 결국 '추진력'과 '은폐력'이다. 정 부소장은 프랑스의 쉬프랑(Suffren)급 공격원자력잠수함(SSN) 기술이 한국에 이식될 경우 얻게 될 전술적 이점을 구체적으로 강조한다.

첫째 무제한의 작전 반경으로, 디젤 잠수함은 수시로 수면 위로 올라와 스노클링(공기 흡입)을 해야 하지만, 프랑스의 저농축 우라늄(LEU) 기반 원자로를 탑재한 핵잠은 수개월 동안 물속에서 작전을 수행할 수 있다. 이는 북한의 SLBM 탑재 잠수함을 24시간 감시하고 유사시 즉각 타격할 수 있는 능력을 의미한다.
둘째 기술 이전의 유연성으로, 미국과 달리 프랑스는 기술 이전에 비교적 전향적이다. 정 부소장은 "원자력 추진 시스템과 최신 무기 체계의 통합 노하우를 습득하는 것은 한국 방산 기술을 한 단계 격상시키는 촉매제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운영 노하우의 전수: 단순한 기체 도입을 넘어, 프랑스 해군의 수십 년 된 핵잠 운용 및 유지보수(MRO) 데이터는 한국 해군에 귀중한 자산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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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KSS-III Batch-II 착공식 및 주요 공정', 대한민국 방위사업청(DAPA) 보도자료.'KSS-III 설계 및 건조 상세 사양', ADEX/MADEX 한화오션 전시 자료, Naval News, "French Navy Suffren Class Nuclear Attack Submarine," 2022.
경제적 파급효과, 방산 수출의 '퀀텀 점프'
정성장 부소장의 분석에서 눈에 띄는 대목은 경제적 실익이다. 핵잠 사업은 수조 원이 투입되는 거대 프로젝트다. 정 부소장은 이 협력이 국내 방산 생태계에 가져올 '낙수 효과'를 예견한다.
국내 굴지의 조선소들과 중소 부품 협력사들이 프랑스의 선진 기술을 흡수하게 되면, 이는 단순한 내수용을 넘어 글로벌 방산 시장에서의 경쟁력 강화로 이어진다.
정 부소장은 "방산은 이제 안보를 넘어 경제의 핵심 축"이라며, 프랑스와의 협력이 고용 창출은 물론, 소재·부품·장비(소부장) 산업 전반의 혁신을 이끌어낼 것이라고 진단했다.

외교적 다변화와 '자주국방'의 실현
정치적 측면에서 한-프랑스 협력은 한국의 외교적 레버리지를 극대화하는 신의 한 수가 될 수 있다. 정 부소장은 "우리가 프랑스와 핵잠 협력을 본격화하는 것 자체만으로도 미국을 움직이는 강력한 압박 카드가 될 수 있다"고 분석한다.
미국 일변도의 안보 의존도에서 벗어나 유럽의 핵심 국가와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는 것은 대한민국 국제적 위상을 높이는 결과로 이어진다.
이는 정 부소장이 꾸준히 강조해 온 '자주국방'의 핵심 가치와 맥을 같이 한다. 프랑스 입장에서도 한국이라는 강력한 우방을 얻음으로써 아태 지역에서의 발언권을 키울 수 있으니, 그야말로 '윈-윈(Win-Win)' 게임이다.

정성장 부소장의 분석을 종합하면, 한-프랑스 핵잠 협력은 단순한 '쇼핑'이 아니라 '생존을 위한 선택'이다. 북한의 핵 위협은 이미 임계점을 넘었고, 주변 강대국들의 해상 패권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적의 심장부 근처에서 소리 없이 움직이는 '침묵의 감시자'다.

물론 넘어야 할 산은 많다.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사찰 문제, 미국의 잠재적 견제, 그리고 막대한 예산 확보 등 험난한 여정이 기다리고 있다. 그러나 정 부소장의 강조처럼, 우리가 '자주'의 깃발을 내걸고 프랑스와의 전략적 연대를 구체화한다면, 대한민국 해군은 더 이상 연안 해군이 아닌 세계를 누비는 대양 해군으로 거듭날 것이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머뭇거림이 아닌 결단이다. 파리에서 들려올 韓·佛 핵잠 협력의 '낭보(朗報)'가 대한민국의 영해를 지키는 강력한 방패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
구필현 국방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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