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안 확인 어려워 ‘도로 위 암살자’ 불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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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료=소방청, AI생성이미지 / 그래픽=박종규 기자 |
블랙아이스 사고는 더 이상 '예고 없는 재난'이 아니다. 결빙 취약 구간은 이미 정해져 있고, 기온 급강하가 예보되면 위험도 충분히 예측할 수 있다. 하지만 선제적 제빙과 경고 체계는 여전히 허술해, 한순간의 미끄러짐이 연쇄 추돌과 사망 사고로 번지는 일이 반복된다. '자연재해'로 포장된 관리 부실이 또다시 도로 위 희생을 낳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0일 소방청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설 연휴 기간 교통사고 구조 활동을 살펴보면 지난해 설 연휴 교통사고 구조 건수는 829건으로 전년(493건) 대비 약 68% 증가했다. 구조 인원도 331명으로 크게 늘었다.
블랙아이스는 눈이나 비가 내린 뒤 기온이 영하로 떨어지면서 도로 표면에 얇게 얼음막이 형성되는 현상이다. 특히 낮 동안 녹은 눈이 밤사이 다시 얼거나, 습한 공기가 찬 노면에 닿아 결빙될 때 발생한다. 문제는 얼음층이 매우 얇고 투명해 운전자가 육안으로 확인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도로가 젖어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미끄러운 결빙 상태인 경우가 많아 '도로 위 암살자'로 불린다.
블랙아이스 사고의 가장 큰 위험은 제동거리가 급격히 늘어난다는 데 있다. 일반 노면에 비해 타이어 마찰력이 크게 떨어지면서 브레이크를 밟아도 차량이 쉽게 멈추지 않고 미끄러지며, 순간적으로 차량 제어력을 잃는 경우가 많다. 특히 고속도로에서는 한 대의 미끄러짐이 연쇄 추돌로 이어지며 대형 참사로 번질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블랙아이스 사고는 단순히 운전자 부주의로만 돌리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결빙 위험이 높은 구간은 이미 일정한 패턴이 존재하고, 기온과 습도, 강수 여부를 종합하면 충분히 예측 가능한데도 제설·제빙 작업과 도로 관리가 늦어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특히 새벽 시간대나 산간·교량 구간에서는 살얼음이 반복적으로 발생하지만, 일부 지역에서는 경고 표지나 속도 제한 안내가 부족해 운전자가 위험을 인지하기 어렵다는 문제가 꾸준히 제기돼 왔다.
실제로 지난 1월 10일 오전 경북 상주 서산영덕고속도로 남상주나들목(IC) 인근에서는 블랙아이스로 추정되는 도로 살얼음 탓에 다중 추돌사고가 잇따르며 총 5명이 숨졌다. 경찰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6시10분께 영덕 방향 고속도로를 달리던 9.5t 화물차가 가드레일을 뚫고 도로 밖으로 추락해 운전자 1명이 숨졌다. 이후 뒤따르던 차량들이 연쇄적으로 충돌하면서 7중 추돌사고로 이어져 7명이 다쳤다.
잇따른 사고에 소방청은 연휴 기간 안전운전을 거듭 강조했다. 김승룡 소방청장 직무대행은 "설 명절은 온 가족이 함께하는 소중한 시간인 만큼 작은 부주의가 큰 사고로 이어지지 않도록 예방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소방청은 연휴 기간 24시간 구조 대응 체계를 유지해 국민이 안전한 명절을 보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