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재판소원’ 법사위 1소위 통과…대법원 “희망고문” 비판

기사듣기 기사듣기중지

공유하기

닫기

  • 카카오톡

  • 페이스북

  • 트위터 엑스

URL 복사

https://www.asiatoday.co.kr/kn/view.php?key=20260211010004215

글자크기

닫기

손승현 기자

승인 : 2026. 02. 11. 18:48

대법 "재판소원, 고비용·저효율 제도"
헌재 "재판에 대한 재판 아냐"
법조계 "사법 권력 구조 재편 우려"
헌법재판소 아시아투데이DB
헌법재판소/아시아투데이DB
'재판소원'을 골자로 하는 헌법재판소(헌재)법 개정안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 법안심사1소위원회를 통과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또 한번 반대 의사를 명확히 했다.

법사위는 11일 법안소위를 열고 재판소원법을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범여권 주도로 통과시켰다. 법안소위 위원장인 민주당 김용민 의원은 "재판소원 제도가 도입될 경우, 법원이 헌법과 법률에 따라 재판을 더 꼼꼼히 진행할 것"이라고 했다.

반면, 대법원 법원행정처는 전날 국회에 재판소원 도입에 반대하는 의견서를 제출했다. 의견서에는 "재판소원은 고비용·저효율 제도로 국민들의 권리 구제보다는 '희망고문'을 초래할 것"이라는 내용이 담겼다.

법원행정처는 대법원의 결론이 헌법재판소에서 뒤바뀔 가능성은 현실적으로 매우 희박하다고 주장했다. 재판소원을 허용하는 독일의 경우, 헌법소원 중 재판소원의 비중이 80%를 상회하나 재판소원 대부분이 심리 없이 각하돼 연방최고법원재판(한국의 대법원) 사건 인용률은 0%대에 그치고 있어서다. 즉, 국민의 권리구제보다 재판 지연과 소송비용 증가, 법적 불확실성 등 더 큰 문제가 수반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법원행정처는 "재판소원 도입 시, 권력자나 소송 비용을 감당 가능한 사람만 혜택을 볼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했다.

또한 법원행정처는 재판소원 도입을 위해서는 입법이 아닌 '헌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못박고 있다. 헌법 101조는 '최고법원은 대법원'이라고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헌법소원이 도입되면 헌법재판소가 대법원 확정판결을 뒤집을 수 있게 된다. 즉, 헌법재판소가 사실상 대법원의 상급심이 되는 것이다. 이는 헌법 101조에 정면으로 위배된다는 주장이다.

대법원과 헌재의 헌법소원에 대한 '동상이몽'은 하루 이틀 일이 아니다. 앞서 대법원은 여러 차례 재판소원을 '4심제'라 표현하면서 재판 지연에 대한 우려를 표했다. 박영재 법원행정처장도 지난 4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재판소원은 4심제로 가는 길이고 국민을 소송 지옥에 빠뜨리는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반면, 헌재는 재판소원은 '4심제'가 아니라고 주장한다. 재판 자체의 옳고 그름을 따지는 것이 아닌, '재판이라는 공권력 행사가 헌법이 보장하는 국민 기본권을 침해했는지' 여부만을 판단하는 것이라서 재판에 대한 재판이 아니라는 게 헌재의 입장이다.

재판소원 도입은 단순한 절차 확대를 넘어, '사법 권력 구조의 재편'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황도수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헌재와 대법원이 나눠진 현재로서는 두 곳을 모두 장악해야만 사법권을 흔들 수 있는 구조"라면서 "두 기관을 수직적인 하나의 구조로 합치는 것보다 권력분립을 통한 경쟁이 가능한 수평형 구조로 두는 것이 국민 권리 보호에 유리하다"고 밝혔다.

아울러 재판소원 도입 시 헌재의 업무 과중과 이로 인한 기능 마비도 배제할 수 없다. 헌재가 지난해 처리한 사건 3092건 중 3066건이 헌법소원이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헌재가 사건 폭증으로 기능 마비에 빠지게 된다면, 국민 인권 보장은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며 "실질적으로 재판소원이 기능하려면 헌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사정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손승현 기자

ⓒ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후원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