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의 애증·연민을 건조하면서도 따뜻한 화해의 시선 응시 주요 출연진 연기 일품…다음달 오스카 9개 부문 수상 도전 요아킴 트리에 감독 연출…노르웨이 등 유럽 6개국 힘 모아
센티멘탈 밸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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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공개된 영화 '센티멘탈 밸류'는 영화 감독인 아버지 '구스타브'(스텔란 스카스가드·왼쪽)와 연극 배우인 딸 '노라'(레나테 레인스베)의 애증과 갈등, 화해를 그린 가족 드라마다./제공=그린나래미디어
무대 공포증이 있는 연극 배우 '노라'(레나테 레인스베)는 동생 '아그네스'(잉가 입스도테 릴리오스)와 함께 심리 상담사였던 어머니의 장례를 치르던 중 오래 전 어머니와 이혼하고 집을 나갔던 아버지 '구스타브'(스텔란 스카스카드)'가 돌아오자 '아그네스'와 달리 매우 어색해하며 당황한다. 유명 영화 감독으로 15년 만에 연출 재개를 시도중인 '구스타브'는 '노라'에게 자신의 신작 주연을 제안하지만 '노라'는 거절하고, 대신 할리우드 톱스타 '레이첼'(엘 패닝)이 이 자리를 꿰찬다. 아버지는 연출 작업을 통해 두 자매에게 뭔가를 얘기하고 싶어하지만, 감정의 응어리를 풀어내지 못한 '노라'는 이를 애써 외면하고 '아그네스'는 가족의 과거를 더듬기 시작한다.
가족 모두가 한 자리에 모이는 명절 연휴, 누군가는 오랜만에 만난 혈육이 반갑기는 커녕 오히려 남보다도 불편하고 서먹하게 느껴졌던 경험을 했을지도 모른다. 피를 나눴다는 이유로 상처를 쉽게 주고 받으면서도 제대로 된 반성과 사과는 오히려 주저하는 경우가 종종 있어서다. 그래서 어떤 이들은 용기를 내어 옛날 일을 들춰냈다가 고성을 동반한 몸싸움에 휘말릴까 두려워, 입을 꾹 다문 채 고향을 떠나기 일쑤다.
센티멘탈 밸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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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개봉한 영화 '센티멘탈 밸류'에서 레나테 레인스베(왼쪽)와 잉가 입스도테 릴리오스는 서로를 아끼고 이해하지만 성격은 판이한 자매 연기를 합작한다./제공=그린나래미디어
18일 개봉한 '센티멘탈 밸류'('Sentimental Value')는 제목처럼 가족 구성원들 각자가 서로를 향해 마음 한 구석 깊이 품고 있는 정서적 혹은 감정적 값어치를 건드리는 홈 드라마다. 부녀와 자매 사이 씨줄과 날줄로 촘촘하게 엮여 있는 오랜 애증과 연민을 건조하지만 따뜻한 시선으로 차분하게 바라보는 동시에, 오래된 집과 극장 상영 등 이제는 구식으로 취급되고 있는 것들에 대한 애착과 고집을 가감없이 담아낸다.
잔잔하다 못해 자칫 심심하게 느껴질 수 있는 극 흐름에 활기와 긴장감을 불어넣는 건 배우들의 연기다. 위태롭게 흘러넘칠 것같은 감정을 꾹꾹 눌러담기 바쁜 '노라' 역의 레나테 레인스베와 속내를 가늠하기 힘든 시선으로 딸에게 다가서는 스텔란 스카스가드의 과하지 않은 열연은 이 영화의 백미다. '아그네스' 역의 잉가 입스도테 릴리오스와 '레이첼' 역의 엘 패닝도 마찬가지, 네 배우가 합작하는 연기 화음에 폭 빠져들다 보면 2시간 14분의 상영 시간이 순식간에 흘러간다.
이 같은 성과에 힘입어 레인스베가 여우주연상에, 스카스가드와 릴리오스·패닝이 남녀조연상에 각각 도전하는 등 주요 출연진 모두가 다음 달 15일(현지시간) 열리는 제98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생애 최초로 연기상 후보에 오른 것을 포함해 작품·감독·각본 등 주요 9개 부문에 노미네이트됐다. 앞서 지난해 제78회 칸 국제영화제에서는 심사위원 대상을 거머쥐었고, 지난 1월 제83회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는 스카스가드가 남우조연상을 품에 안았다.
우리에게 '사랑할 땐 누구나 최악이 된다'로 이름을 알린 요아킴 트리에 감독이 연출 지휘봉을 잡고, 노르웨이를 비롯한 유럽 6개국의 자본이 투입된 작품이다. 15세 이상 관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