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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후일담] 2004년과 다른 2026년… ‘비교 대상’이 생긴 행정통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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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 김남형 기자

승인 : 2026. 02. 25. 16:51

김남형 증명사진
김남형 사회부 기자
광역 행정통합의 흐름은 '광주·전남'과 '그 외 지역'으로 갈라지는 순간을 맞았습니다.

불과 몇 주 전까지 행정통합 논의의 중심에는 '속도'라는 단어가 있었습니다. 통합 이후 조직과 재정, 시스템 문제는 단계적으로 조정하더라도 우선 큰 틀의 합의를 만들어야 한다는 기조가 강조됐고, 국회에는 통합 특별법이 잇따라 제출됐습니다.

중앙정부가 제시한 최대 20조원 규모의 재정 지원과 산업 인허가 권한은 지역 경제 구조를 다시 설계할 수 있는 카드로 받아들여졌고, 각 지역은 산업 권한과 재정 특례를 둘러싼 설계 경쟁에 들어간 분위기였습니다. 행정통합이 개별 지역 현안을 넘어 국가 균형발전 전략으로 확장되는 흐름처럼 보였고, '정책의 창'이라는 표현도 낯설지 않게 들리던 시기였습니다.

하지만 법사위 문턱에서 논의의 방향은 달라졌습니다. 과거 통합 시도가 세부 조건에 막혀 번번이 멈췄다는 반성 속에서 '선결단 후조정'이 강조됐지만 실제 입법 과정에서는 다시 익숙한 신중론이 힘을 얻었습니다. 결국 행정통합은 전국적 동시 추진 구도에서 지역별 선별 추진 국면으로 바뀌었습니다.

배를 띄우기로 결정해야 엔진을 맞출 수 있다는 역발상이 힘을 얻었음에도, 완성된 설계도가 없다는 이유로 출항 자체를 미루는 선택으로 읽히는 장면이었습니다.

과거와 다른 점은 이번에는 분명한 '비교 대상'이 생겼다는 사실입니다. 2004년 행정수도 논의가 좌절됐을 때는 모든 논의가 동시에 멈춰 섰지만, 이번 행정통합은 같은 날 같은 법사위에서 서로 다른 결론이 만들어졌습니다. 같은 출발선에서 다른 결말이 만들어지면서 통합 논의는 단순한 찬반을 넘어 '누가 먼저 움직였는가'라는 질문을 남겼습니다. 지역 사회가 체감하는 온도 역시 이전과는 다른 방향으로 흐르기 시작했습니다.

행정통합 논의는 이제 또 다른 질문을 남겼습니다. 같은 출발선에 섰던 지역들이 서로 다른 결론에 도달한 장면은, 통합이 단순한 제도 설계의 문제가 아니라 '결정의 타이밍'에 관한 문제일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줬습니다. 정책의 창은 언제든 다시 열릴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순간을 놓치면 창은 조용히 닫힙니다. 이번 법사위 장면은 행정통합이 왜 늘 마지막 문턱에서 멈춰 서는지, 그리고 그 선택이 지역에 어떤 의미로 남게 될지를 묻고 있습니다.
김남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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