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로템 HR-셰르파 기반 무인소방로봇, 재난 대응 방식 바꾸다
현대차그룹, 로보틱스 '사람 지키는 기술'로 확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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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남양주 수도권119특수구조대에서 열린 현대자동차그룹의 무인소방로봇 실전 시연 현장이다. 이날 공개된 장면은 단순한 장비 시연을 넘어, 화재 대응 방식 자체가 바뀌고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장면이었다.
◇"사람의 접근이 불가능한 장소에 앞서 나선다"
25일 이곳 119특수구조대 시연 현장은 긴장감이 감돌았다. 화염으로 인해 고열과 짙은 연기 속에서도 안정적으로 주행하며 화재 진압과 현장 수색 임무를 수행한다. 무인소방로봇은 현대로템이 개발한 전동화 다목적 무인차량 'HR-셰르파'를 기반으로 제작됐다. 원격 조종으로 운용되며 방수포, 자체 분무 냉각 시스템, 시야 개선 카메라 등을 갖췄다.
시연을 지켜본 한 소방대원은 "지하주차장이나 붕괴 위험이 있는 현장은 사람이 들어가는 것 자체가 큰 부담"이라며 "로봇을 먼저 보내 상황을 확인하고 대응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변화"라고 말했다.
특히 자체 분무 시스템은 로봇 외부에 수막을 형성해 섭씨 500~800도에 이르는 환경에서도 장비 온도를 50~60도로 유지한다. 적외선 기반 시야 개선 카메라는 불길과 연기 속에서도 발화 지점과 구조 대상을 식별하는 역할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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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흥적 제안…현장 경험과 만나 실용 기술로 탄생
무인소방로봇은 현대차그룹과 소방청의 협업으로 완성됐다. 개발 과정에는 연구원과 현장 소방관이 함께 참여했다. 좁은 지하주차장에서 무거운 소방 호스를 끌고 가야 하는 문제를 두고 수차례 논의가 이어졌다. 해법은 뜻밖에도 즉흥적인 제안으로 시작됐다.
임팔순 소방경은 "고민 끝에 '로봇에 호스를 직접 달자'는 생각이 번뜩 들었다"며 "호스가 자동으로 풀리는 릴 방식을 적용하고, 야광 기능을 넣어 대원들의 탈출 경로까지 표시하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무인소방로봇은 최대 120m 길이의 소방호스를 견인할 수 있으며, 자동 풀림·감김 기능으로 꼬임을 최소화했다. 야광 호스는 연기 속에서도 소방대원의 이동 경로를 안내한다.
오정우 현대로템 책임연구원은 "연구원에게 화재 현장은 도전이자 두려움의 대상이었다"며 "성능을 과시하는 로봇이 아니라, 극한 상황에서도 반드시 작동하는 로봇을 만드는 데 집중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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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비' 아닌 '동료'… 재난 대응의 잔화
이날 현장에서 개발자와 소방관들이 공통으로 사용한 표현은 '장비'가 아닌 '동료'다. 위험한 현장에서 소방관이 서로를 지키듯 무인소방로봇도 함께 움직이는 동료라는 의미다.
김동주 소방장은 "게임으로 치면 목숨이 하나 더 늘어난 느낌"이라며 "현장 대원 입장에서는 심리적으로도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현대차그룹은 무인소방로봇을 시작으로 로보틱스 기술 활용 범위를 제조와 물류를 넘어 공공 안전과 재난 대응 영역으로 넓히고 있다. 보여주기식 CSR이 아니라, 현장을 이해한 기술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다르다는 평가다.
한 소방 관계자는 "로봇이 먼저 들어가 상황을 열어주는 것만으로도 구조 방식이 달라진다"며 "재난 대응 패러다임이 바뀌는 출발점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위험한 현장에 사람이 아닌 로봇이 먼저 들어가는 풍경. 이날 남양주 훈련장에서, 그 변화의 첫 장면이 분명하게 찍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