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수함 성능 경쟁 아닌 유사시 군수·정비·부품까지 책임질 수 있느냐가 승부처
캐나다 국방전략 핵심 전쟁 지속성, 韓 방산 공급 신뢰 시험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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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가 CPSP를 통해 확인하려는 것은 "어떤 잠수함을 만들 수 있느냐"가 아니다. 핵심은 전쟁이 벌어졌을 때도 군수 물자를 끝까지 공급할 수 있느냐는 국가 차원의 신뢰다. 반면 한국 정부에는 전시 수출 통제라는 법·정책적 한계 속에서 그 신뢰를 어떻게 제도적으로 설명하고 보증할 것인가라는 과제가 동시에 제기되고 있다.
군사전략 전문가인 주은식 한국전략문제연구소 소장은 이번 회담을 두고 "캐나다 측은 잠수함의 소음 수치나 항속거리 같은 기술적 사양은 물론, 전시 상황에서도 공급이 끊기지 않는 국가 역량을 집요하게 점검하고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는 CPSP가 단순 도입 사업이 아니라, 사실상 '전시 군수 동맹'을 전제로 한 안보 계약임을 시사한다는 것이다.
캐나다 측 국방장관은 이번 회담에서 특정 표현을 직접 사용하지는 않았지만, 분쟁이나 전시 상황에서도 군수·정비·부품·탄약 공급이 지속 가능한 체계를 갖추고 있는지가 핵심 쟁점으로 논의된 것으로 전해진다. 방산 계약의 주체가 민간 기업이더라도, 전쟁이 발발하면 실제 공급 여부는 결국 해당 국가의 법·제도와 정부 판단에 의해 좌우된다는 점을 캐나다가 분명히 인식하고 있다는 의미다.
이 같은 문제의식은 앞선 고위급 접촉에서도 확인된다. 지난달 5일 스티븐 퓨어 캐나다 국방조달 특임장관은 방한 기간 중 안규백 국방부 장관과 만나 CPSP를 둘러싼 장기 군수지원과 운용 지속성 문제를 집중적으로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 한국 측은 잠수함 전 수명주기에 걸친 통합 지원 체계와 유사시에도 흔들리지 않는 납기·공급 능력을 강조했으며, 캐나다 측은 한국의 조직화된 후속 군수지원(MRO) 체계가 전력 유지의 핵심 요소가 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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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한국 정부가 마주한 구조적 딜레마다. 방산 수출은 민간 기업이 수행하지만, 전시나 무력 분쟁 상황에서의 군수품 공급은 법과 정책, 외교·안보 판단에 따라 제한될 수밖에 없다. 한국의 방산 수출은 '방위사업법'과 '대외무역법' 등에 따라 정부 승인 사항이며, 전시 중이거나 무력 분쟁에 개입한 국가에 대한 무기·군수품 수출은 원칙적으로 엄격한 심사와 통제를 받는다.
이 때문에 CPSP 협상에서 캐나다가 확인하려는 핵심은 특정 기업의 기술력이나 가격 경쟁력이 아니라, 유사시 한국 정부가 외교·안보적 부담을 감수하면서까지 군수 지원을 제도적으로 보증할 수 있는가, 다시 말해 기업 차원이 아닌 국가 차원의 공급 신뢰라는 분석이 나온다.
캐나다 국방전략의 키워드는 분명하다. '전쟁 지속성'. 우크라이나 전쟁을 거치며 서방 국가들은 첨단 무기 확보보다 전쟁이 장기화될 경우에도 무기와 부품, 정비 체계를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느냐가 승패를 가른다는 교훈을 얻었다. 캐나다가 CPSP에서 요구하는 조건 역시 이 연장선에 있다.
CPSP는 캐나다 해군 전력 현대화 사업이자 북미 안보 구조 재편의 시험장이다. 북극 항로와 대서양·태평양을 동시에 관리해야 하는 캐나다에게 잠수함은 전략 자산이며, 그 자산을 맡길 파트너를 고르는 기준은 성능이 아니라 신뢰다. 이번 한·캐 국방회담은 분명한 메시지를 던진다. CPSP의 본질은 잠수함이 아니라 동맹이며, 계약의 성패는 기술이 아니라 국가 신뢰에 달려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