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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의 쿠르드 카드, 득인가 독인가”… 참전 부추기다 ‘속도 조절’ 돌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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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필현 국방전문기자

승인 : 2026. 03. 08. 10:16

이란 전선 급변… '대리전' 압박했던 美, 확전 부담에 쿠르드와 거리두기
“난 그들에게 개입 말라고 했다”… 트럼프의 급선회 배경은?
미, "필요할 때는 동맹, 상황 바뀌면 버린다"… '쿠르드 배신' 논란 다시
0308 트럼프 이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우측)과 댄 케인 합참의장(중앙),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좌측) / EPA 연합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과의 전쟁에서 핵심적인 '지상군 카드'로 만지작거렸던 쿠르드족을 향해 돌연 '개입 자제'를 요구하며 태세 전환에 나섰다.

불과 며칠 전 "쿠르드족의 이란 진격은 훌륭한 일"이라며 참전을 전폭적으로 지지했던 것과는 180도 달라진 기류다. 중동의 화약고인 쿠르드족이 전면에 나설 경우 발생할 통제 불가능한 확전 위기를 트럼프 행정부도 의식하기 시작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난 그들에게 개입 말라고 했다"… 트럼프의 급선회 배경은?

트럼프 대통령은 7일(이하 현지시간) 에어포스원 기내 인터뷰 등에서 "쿠르드족이 이번 이란 전쟁에 직접 개입하는 것은 원치 않는다"며 기존의 강경 기조를 철회했다.
이는 쿠르드족을 이용해 이란 정권의 배후를 흔들겠다는 기존의 '최대 압박' 전략에서 한발 물러선 것이다.

타임스 오브 이스라엘(The Times of Israel)과 더 뉴 리전(The New Region) 등 중동 현지의 외신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상황이 이미 충분히 복잡하다(too complex)"며, 쿠르드족을 활용한 이란 정권 타격 전략이 자칫 걷잡을 수 없는 확전으로 이어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고 7일과 8일 각각 보도했다.

이는 쿠르드족을 활용해 이란 정권의 배후를 흔들겠다는 전략에서 한발 물러선 것이다. 쿠르드 무장 세력이 이란 본토로 본격 진격할 경우, 이는 쿠르드 독립 국가 건설이라는 '판도라의 상자'를 여는 결과를 초래해 미국의 전통 동맹인 튀르키예 등과의 외교적 마찰은 물론, 이란 내부의 민족주의 결속을 오히려 강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워싱턴 외교가에서는 이를 두고 "상황이 이미 충분히 복잡하다"는 트럼프의 고민이 반영된 것으로 본다. 쿠르드 반군이 이란 본토로 진격할 경우, 이는 단순히 이란 정권을 압박하는 수준을 넘어 쿠르드 독립 국가 건설이라는 '판도라의 상자'를 여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이는 미국의 전통적 동맹인 튀르키예 등 주변국과의 외교적 마찰은 물론, 이란 내부 결속력을 오히려 강화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0308 쿠르드
지난 2월 이라크 쿠르디스탄 자치구 수도 에르빌 인근의 군사 기지에서 쿠르드족 병사들이 훈련을 하고 있다. 뒤에 보이는 삼색 깃발은 쿠르드족의 상징기다. / 로이터 연합
쿠르드 내부의 '동상이몽': 자치정부 vs 무장 정당

이러한 혼란 속에서 쿠르드족 내부도 극심한 내분을 겪고 있다.

최대의 쿠르드 정파인 '이라크 쿠르드 자치정부(KRG)'는 이란의 미사일 보복으로 이미 자치구 내 가스전 가동이 중단되는 등 경제적 타격이 커지자, 쿠르드 자치구역인 쿠르디스탄의 네치르반 바르자니 대통령(59세)은 최근 이란 외무장관과의 통화에서 "우리 영토를 인접국 공격 기지로 허용하지 않겠다"며 철저한 중립을 선언했다고 폴리틱스 투데이(Politics Today)가 5일 전했다.

그러나 쿠르드 코말라 등 6개 정당이 결성한 이란계 '쿠르드 무장 정당 연합(CPFIK)'은 정권 타도를 기치로 내걸고 이미 이란 국경을 넘고 있다. 이들이 정권 타도를 목표로 이란 내부의 반체제 세력과 결합해 실질적인 무력 침투를 진행 중이라고 5일 스페셜 유라시아(SpecialEurasia)는 분석했다. 이들은 트럼프의 초기 지지 발언을 등에 업고 서방의 공중 지원을 내심 기대하며 공세를 강화하는 실정이다.


"필요할 때는 동맹, 상황 바뀌면 버린다"… '쿠르드 배신' 논란 다시 부상

2019년 10월 트럼프 1기 행정부가 시리아 북부에서 미군 철수를 전격 결정하며 쿠르드 동맹군을 사실상 방치했던 사건이 다시 외교·안보 논쟁의 중심으로 떠오르고 있다. 당시 미국의 철군 결정은 곧바로 튀르키예 군의 공세를 불러왔고, 워싱턴 외교가에서는 이를 두고 '쿠르드 배신(Kurdish Betrayal)'이라는 표현이 광범위하게 사용됐다.

美국방안보 전문가 집단인 윌슨 센터(Wilson Center)와 국제위기관리그룹(International Crisis Group) 등은 당시 분석에서 "미국이 전략적 필요에 따라 쿠르드 세력을 활용해 왔지만, 이해관계가 바뀌면 언제든 손을 뗄 수 있음을 보여준 사건"이라고 평가했다.
최근 중동 정세가 다시 요동치면서 이 표현은 새로운 맥락에서 재소환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미국이 이란 전선에서 쿠르드 세력의 역할을 제한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2019년 논란이 반복될 수 있다"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워싱턴 안보가의 한 분석가는 "미국은 역사적으로 쿠르드를 전술적 파트너로 활용해 왔지만 장기적 동맹으로 대우한 적은 거의 없다"며 "이 점이 현재 중동 전략의 가장 큰 구조적 한계"라고 지적했다.


중동 전문가들, "미국의 '쿠르드 카드', 자칫하면 화근 될 것"

워싱턴 소재 주요 중동전문 싱크탱크들의 전문가들은 현재의 상황이 과거 시리아전 당시 미국이 쿠르드족을 지원했다가 나중에 철수하며 발생했던 '배신 논란'의 재판이 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이란 내부로 침투한 쿠르드 병력은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의 반격을 직면하게 될 것이며, 미국이 이를 위해 '무제한 공중 지원'을 제공할 경우 전쟁은 이란-미국 간의 대리전을 넘어 전면적인 인종·종교 분쟁으로 확산될 공산이 크다. 워싱턴포스트(WP)는 미국이 쿠르드 반군과 접촉하며 대리전 가능성을 타진했으나 이제는 그 통제력을 상실할 위험을 느끼고 있다고 5일 지적했다.

결국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발언은 쿠르드라는 전략적 카드를 활용하려던 미국이, 그 카드가 가진 폭발력을 의식해 스스로 제동을 건 모습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독자적 행보를 이어가는 쿠르드 무장 세력과 이를 통제하려는 미국 사이의 긴장 관계가 향후 이란 전쟁의 핵심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0308 바르자니 쿠르드 대통령
최근 5일 이란 외무장관과의 통화에서 철저한 중립을 선언한 네치르반 바르자니 쿠르드 대통령, 2019년부터 현재 이라크 쿠르드 자치구(KRG)의 제2대 대통령인 그는 IS(이슬람 국가)와의 전쟁 당시 쿠르드 군대인 '페슈메르가(Peshmerga)'를 지원하고 서방 국가들과의 군사적 협력을 성공적으로 이끌어 냈다. 쿠르드 지역 내에서 안정과 경제 성장을 중시하는 인물로 잘 알려져 있으며, 복잡한 중동 정세 속에서 쿠르드 자치구의 입지를 다지는 데 매우 중요한 인물로 서방에서 평가받고 있다. / 연합자료사진(2019)
구필현 국방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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