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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 시장, 판 깐 조각투자 플랫폼은 없고 대형 증권사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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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라 기자

승인 : 2026. 04. 02. 18:01

컨소시엄 편입, 생존 해법이자 한계
STO 시장, 협업과 소외 교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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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이미지는 AI로 생성된 이미지입니다.
토큰증권(STO) 제도화로 조각투자 플랫폼의 제도권 편입 기대가 커졌지만, 실제 시장 설계는 대형 증권사 중심으로 재편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투자자 보호와 시장 신뢰 확보를 위한 높은 진입 요건이 필요하다는 점은 인정되지만, 그 결과 초기 시장을 개척했던 혁신사업자들의 역할은 오히려 축소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2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1월 15일 국회를 통과한 전자증권법·자본시장법 개정안은 하위법규 정비와 인프라 구축을 거쳐 내년 2월 4일 시행될 예정이다.

이번 개정안의 핵심은 증권에 해당하는 권리를 토큰 형태로 발행·유통할 수 있는 법적 기반이 마련됐다는 데 있다. 전자증권법 개정으로 토큰증권 방식의 증권 발행·유통이 허용됐고 자본시장법 개정으로 투자계약증권의 유통 근거도 갖춰졌다. 투자설명·공시·내부통제·이해상충 관리 등 기존 자본시장과 동일한 규율 체계가 토큰증권 시장에도 적용된다.

발행인계좌관리기관 등록, 장외거래중개업 인가 등 핵심 라이선스를 취득하려면 일정 수준의 자본력과 내부통제 체계를 갖춰야 한다. 이 요건들이 과도하다고 보기는 어렵다. 부실 플랫폼이 무너질 때 투자자 피해를 감당할 수 없다는 건 최근 가상자산 시장에서 반복 확인된 교훈이다.

그러나 이런 요건을 실제로 충족할 수 있는 대상은 법 통과 이전부터 어느 정도 윤곽이 잡혀 있었다. 미래에셋증권은 하나금융·SK텔레콤과 'NFI(넥스트파이낸스이니셔티브)' 컨소시엄을 통해 자체 STO 메인넷 개발을 이미 완료했다. 신한투자증권은 SK증권·블록체인글로벌과 'PULSE' 프로젝트를, NH투자증권은 농협은행·케이뱅크 등과 'STO 비전그룹'을, KB증권은 'ST 오너스' 협의체를 각각 구성해 사업 기반을 다져왔다.

특히 미래에셋컨설팅은 법 통과 열흘 전인 1월 5일 이사회를 열어 가상자산 거래소 코빗 지분 92%를 약 1335억원에 취득하기로 결의했다. 같은 그룹 계열사인 미래에셋증권도 1월 29일 국내 금융사 최초로 1000억원 규모의 다중통화 디지털 채권 발행에 성공했다고 밝히며 디지털 증권 사업 확대 의지를 드러냈다.

법 통과 이전부터 대형 금융사들이 블록체인 네트워크와 컨소시엄, 디지털 자산 인프라를 선제적으로 구축해 온 셈이다.

이 시장의 실질적 개척자인 부동산·미술품·음원 저작권 조각투자 플랫폼들은 규제 샌드박스와 혁신금융서비스 지정이라는 좁은 통로에 의존해 수년간 버텨왔다. 법제화가 이뤄지면 제도권에 자연스럽게 편입될 거라는 기대였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독자 생존보다는 대형 금융사 컨소시엄 안에 편입되는 형태로만 살아남을 수 있는 구조가 된 것이다. 금융위가 발행과 유통의 분리 원칙을 제도화하면서 샌드박스 사업자들도 발행과 유통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구조가 됐기 때문이다.

허세영 루센트블록 대표는 "수년간 축적된 실증 데이터보다 거대 기관이 제출한 서류상의 계획과 기관의 간판을 더 높이 샀다는 방증이며 심사의 공정성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대목"이라며 "이런 구조가 반복된다면 향후 창업과 혁신에 대한 도전 의지를 위축시킬 수밖에 없다"고 호소하기도 했다.

금융위는 지난 2월 13일 NXT컨소시엄과 KDX 두 곳에만 예비인가를 승인했다. 샌드박스 사업자 우대조치와 가점 항목을 적용했지만, 유통 인프라 주도권은 자본력과 시스템을 갖춘 대형 컨소시엄 쪽으로 기운 결과다.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K-자본시장특별위원회 의원은 "금융투자업자가 신뢰를 관리하는 역할을 담당하되, 자격과 책임을 갖춘 다양한 사업자들이 경쟁하며 혁신을 만들어내는 시장이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기준을 충족하지 못해 배제되는 것과 그 시장을 처음 만든 기업이 배제되는 것은 다른 문제라는 지적이다.

다만 컨소시엄에 합류한 일부 조각투자 업체들은 발행·유통 겸업을 금지한 금융당국 가이드라인 아래서 컨소시엄 참여가 사실상 가장 합리적인 선택이었다는 입장이다. 스타트업 혼자 발행과 유통을 모두 감당하기에는 자본과 인프라 양면에서 한계가 있고 대형사와의 결합이 시장 성장을 앞당기는 현실적인 경로라는 논리다.
김소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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