껍데기만 남은 ‘核확장억제’... 韓·日, ‘창고 속 핵무기’ 확보
전국민 76% “우리 힘으로 核” 트럼프發 ‘안보 청구서’의 역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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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외교협회(CFR)가 4월 발표한 '아시아 동맹국들이 핵 에너지와 핵무기를 동시에 겨냥하는 이유'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과 일본은 이제 단순한 원자력 발전을 넘어 '핵 잠재력(Nuclear Latency)' 확보를 위한 본격적인 행보에 나섰다. 특히 트럼프 행정부가 한반도와 일본에 배치하기로 했던 고고도 미사일 요격 시스템 등 핵심 군사 자산을 중동으로 전환 배치하면서, 서울과 도쿄의 안보 불안은 '독자 핵무장'론에 불을 지피고 있다.
이란 전쟁이 불러온 '에너지 안보'의 역설
이번 핵 논의의 기폭제는 의외로 '에너지'였다. 이란 전쟁으로 인해 호르무즈 해협이 사실상 봉쇄되면서 원유와 LNG의 80% 이상을 중동에 의존하는 한국과 일본은 국가 존립의 위기를 맞았다. 전력난 해소를 위해 원전 가동 확대가 불가피해진 상황에서, 원료인 우라늄의 안정적 확보와 농축 권한 문제가 국가 최우선 과제로 부상한 것이다.
한국은 지난해 한미 원자력 협정(123 협정) 개정을 통해 민간용 우라늄 농축 한도를 20%까지 끌어올렸으나, 전문가들은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고 입을 모은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에너지 자립은 곧 안보 자립과 직결된다"며 "현행 협정의 틀을 넘어선 농축 권한 확대 없이는 미래 전장의 핵심인 원자력 추진 잠수함이나 차세대 SMR(소형 모듈 원자로) 운용에도 제약이 따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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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核무기 제조 능력에 대해 국제원자력기구(IAEA)와 주요 싱크탱크의 기술적 기준을 바탕으로 산출한 결과를 보면, 원자탄(내폭형 분열 병기) 1기를 만드는 데 필요한 플루토늄의 양은 기술력에 따라 달라지지만, 1기당 통상적으로 4~8kg을 기준으로 잡는다.
일본이 보유한 45톤이라는 막대한 양의 무기급 플루토늄은 산술적으로 약 5,000기에서 10,000기 이상의 원자탄을 제조할 수 있는 분량이다. 이는 현재 미국이나 러시아가 보유한 전체 핵탄두 수와 맞먹거나 이를 상회하는 수준이다.
전문가들은 일본을 사실상 '언제든 핵을 가질 수 있지만 국가 이익을 위해 참는 상태'로 정의한다. 45톤의 플루토늄은 그 자체로 "우리는 마음만 먹으면 세계 3위의 핵 강대국이 될 수 있다"는 강력한 외교적 지렛대(Leverage) 역할을 하고 있다. 주은식 한국전략문제연구소장 (예 준장 기갑)은 "한마디로, 일본은 기술과 물질은 이미 100% 준비되어 있으며, 정치적 결단만 남은 상태"라고 분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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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심각한 문제는 안보의 '심리적 보루'였던 미국의 확장 억제력에 대한 의구심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부활절 담화에서 아시아 동맹국들에 대한 방위비 분담금 증액을 압박하며 "스스로를 지킬 힘이 없는 나라를 언제까지 도울 순 없다"는 취지의 발언을 내놓았다.
이는 한국 내 여론을 직격했다. 아산정책연구원의 최신 여론조사에 따르면 한국 국민의 76%가 '자체 핵무장'에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역대 최고치다. 특히 '북한이 핵 공격을 할 경우 미국이 보복해 줄 것인가'라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한 비중은 절반에도 못 미쳤다.
전직 합참 고위 관계자는 "미국이 이스라엘과 이란 사이의 전면전에 휘말려 전력을 분산시키는 사이, 한반도 주변의 미사일 요격망과 항공모함 전단이 빠져나가고 있다"며 "동맹의 가치가 철저히 '비용'으로 환산되는 시대에 우리 국민이 느끼는 불안감은 실존적 위협"이라고 진단했다.
'핵 잠재력' 확보가 게임 체인저 될 것
전문가들은 한·일 양국이 당장 핵무기를 제조하기보다는 일본 수준의 '핵 잠재력'을 확보하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부소장은 "한국이나 일본이 핵무기를 직접 보유할 경우 따르는 국제 사회의 제재와 '파리아(Pariah·국제적 왕따)' 낙인을 피하면서도, 북한과 중국에 대한 강력한 억제력을 갖추겠다는 전략"으로 본지와의 취재를 통해 밝혔다.
또한 국제정치학계의 거두이자, 현실주의 이론의 정점인 '공격적 현실주의(Offensive Realism)'를 정립한 학자로 유명한 존 미어샤이머(John Mearsheimer) 시카고대 교수는 한국과 일본의 독자 핵무장이 '논리적으로 불가피하다'고 주장해 온 학자 중 한 명이다.
미어샤이머 교수는 미국이 중동(이란 전쟁)이나 유럽(우크라이나) 문제에 발을 담그며 전력을 분산할수록, 아시아 동맹국들이 미국의 핵우산을 불신하게 되는 것은 당연한 결과라고 본다. 또한 거대한 중국이 동아시아 지역 패권을 잡으려 할 때, 인접국인 한국과 일본이 생존을 위해 선택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억제력'은 결국 독자적인 핵 보유라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그는 일본이 보유한 45톤의 플루토늄과 核기술력을 두고, 국제 정치에서 상대방의 오판을 막는 매우 훌륭한 전략적 자산이라고 평가한다.
하지만 우리나라가 일본 수준의 '핵 잠재력'을 확보하는 과정 역시 가시밭길이다. 중국은 이미 한국의 우라늄 농축 확대 움직임에 대해 "경제적 보복과 군사적 대응이 뒤따를 것"이라며 강력히 경고하고 나섰다. 북한 또한 관영 매체를 통해 "남조선이 준(準)핵무장 국가로 가기 위한 발판을 마련하고 있다"며 연일 비난 수위를 높이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북아의 '핵 도미노' 현상은 이제 피할 수 없는 흐름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미국 외교협회(CFR) 보고서의 저자 조슈아 컬랜칙 선임연구원은 "워싱턴이 중동에 매몰되고 아시아 동맹을 불확실하게 대우할수록, 서울과 도쿄는 각자도생의 길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며 "동북아의 다자간 핵무장 가능성은 이제 위험한 상상이 아닌 냉혹한 현실이 되고 있다"고 경고했다.
대한민국 국방의 미래를 결정지을 이 거대한 전략적 변곡점에서, 정부의 냉철한 판단과 한미 동맹의 근본적인 재정립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우리 군과 정보 당국은 이제 '설마'가 아닌 '만약'에 대비한 시나리오별 대응책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