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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그동안 국제유가 상승세에도 불구하고 최고가격제를 통해 국내 기름값을 억제해왔다. 실제 산업통상부의 3차 고시에 따른 최고 도매가격은 리터(ℓ)당 휘발유 1934원, 경유 1923원, 등유 1530원 수준으로 유지됐다. 국제유가 변동성과 민생 물가 영향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조치라는 설명이다. 특히 경유의 경우 화물차 운전자와 자영업자 등 생계형 수요 비중이 높다는 점에서 가격 동결 필요성이 강조됐다.
하지만 상황은 안정을 찾지 못하고 계속 변하고 있다. 국제유가 변동성이 커지면서, 억눌린 국내 가격과의 괴리도 확대되는 양상이다. 가격을 억누르는 동안 실제 기름값에 대한 비용은 시장 내부에 축적되고 있다. 대표적으로 정유사는 수입 원가 상승분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면서 손실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당장 오는 24일 0시 4차 최고가격 고시를 앞둔 가운데, 기존 수준을 유지할지 조정에 나설지가 정유사들에는 가장 큰 관심사다.
이 같은 부담은 다른 갈등으로도 번지고 있다. 마진이 한계에 달한 주유업계와 카드업계 간 수수료 논쟁이 대표적이다. 유가 상승으로 결제 금액이 커지자 주유 업계는 수수료율 인하를 요구하고 있다. 반면 카드업계는 주유 업종에서 이미 적자가 발생하고 있으며, 결제 금액 증가에 따라 조달 및 대손비용 등 '적격비용'도 늘어나는 구조라며 맞서고 있다. 가격을 인위적으로 억눌러 발생한 비용이 유통·금융 단계로 분산되며 결국 이 부담을 누가 떠안을지를 둘러싼 충돌로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소비 측면에서도 왜곡은 불가피하다. 가격이 실제보다 낮게 유지되면 수요는 쉽게 줄지 않는다. 국민들은 고유가 상황의 심각성을 파악하지 못해 소비 조절을 하지 않게 되고, 공급자는 수익성 악화를 고려해 공급 전략을 조절하는 상황이 반복된다. 전형적인 불균형이 형성되는 것이다.
결국 최고가격제는 딜레마에 빠졌다. 상한을 유지하면 시장 왜곡과 부담이 누적되고, 상향 조정에 나설 경우 억눌렸던 가격 인상분이 한꺼번에 분출돼 서민들의 체감 충격이 배가될 우려가 크다. 어느 쪽을 택하든 비용을 피하기는 어렵다.
물론 에너지 가격 안정은 민생과 직결되는 사안인 만큼 정책 개입 자체를 부정할 수는 없다. 다만 가격을 직접 통제하는 방식이 장기적으로 유효한지에 대해서는 재검토가 필요하다. 취약계층에 대한 선별 지원이나 세제 조정 등 충격을 분산하는 방식과 달리, 땜질식 가격 억제는 결국 소비자 혜택 축소 등 시장 전반에 후유증을 남기기 때문이다.
남는 질문은 단순하다. 지금의 정책이 위기를 완화하고 있는 것인가, 아니면 더 큰 부담을 뒤로 미루고 있는 것인가. 가격은 언젠가 현실을 따라갈 수밖에 없다. 그 시점을 늦추는 대가를 누가 감당하게 될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