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아시아·비엣젯 30%, 라이언·시티링크 20% 운항 감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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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CC는 동남아 국내·역내 항공 연결을 떠받쳐온 핵심 인프라다. 18일(현지시간) 채널뉴스아시아(CNA)와 항공데이터 분석업체 OAG의 집계에 따르면 LCC는 지난해 동남아 국내선 좌석의 60% 이상, 동남아 역내 노선 좌석의 50% 이상을 담당했다. 동남아 LCC 6곳이 위기 이전 대비 줄인 운항편은 월 약 400만명의 승객 감소로 환산된다. LCC의 감편이 곧 동남아 경제·관광의 직접 타격으로 이어지는 구조다.
LCC가 이번 연료 위기에 유독 취약한 데에는 사업 모델 자체의 한계가 자리한다. 대형 항공사와 달리 LCC는 운임 인상에 상대적으로 둔감한 프리미엄·장거리 수요를 갖고 있지 않다. 동남아 단거리 LCC 시장은 가격 민감도가 극도로 높아 항공유 가격 상승분을 운임에 그대로 전가하기 어렵다. 동남아 LCC들은 지난 3월부터 일제히 운임을 올렸지만 비용 증가분을 메우기에는 턱없이 부족했다. 일부 노선에서는 운임 인상이 오히려 탑승률 하락을 부르고, 그것이 다시 추가 감편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나타나고 있다.
운임 인상의 한계는 곧 운항편 감축으로 직결됐다. 6대 주요 LCC 가운데 에어아시아와 비엣젯이 약 30%, 인도네시아의 라이언 그룹과 시티링크가 각각 20%가량 좌석을 줄였다. 필리핀의 세부퍼시픽은 아직 큰 조정에 나서지 않았지만 3분기 감편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싱가포르항공(SIA) 자회사 스쿠트는 위기 발생 시점에 유일하게 항공유 헤지를 걸어둔 덕에 일시적으로 낮은 연료비를 유지하고 있다.
연료 헤지가 만들어낸 시간차는 동남아 LCC들의 체력 격차도 그대로 드러냈다. 스쿠트와 세부퍼시픽은 비교적 양호한 재무 구조를 발판으로 버텨낼 여력이 있지만, 나머지 LCC들은 코로나19 충격에서 재무적으로 완전히 회복하지 못한 채 이번 위기를 맞았다. 부채는 많고 현금은 적은 데다 일부는 공급업체 대금 결제가 밀려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렇다고 현금을 아끼기 위해 운항편을 줄이면 가동률이 떨어져 단위 비용은 되레 오르는 '진퇴양난'인 상황이다. 다만 주요 LCC의 규모와 경제적 비중을 감안하면 도산 사례까지 갈 가능성은 낮고, 공급망 협력이나 정부 구제금융이 막판 안전판 역할을 할 것이라는 것이 업계의 관측이다.
위기가 길어질 경우 충격은 항공사 수익을 넘어 역내 경제 전반으로 번질 수 있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언제 풀릴지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일부 LCC들은 오는 9월까지 항공유 가격이 정상으로 돌아오기를 기대하고 있지만,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향후 몇 달간 인도네시아·말레이시아·필리핀·태국·베트남 등 동남아 주요국에서 두 자릿수 승객 감소가 나타날 수 있고, 특히 국내선 수요가 가장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에너지난에 가처분소득이 줄어든 중산층이 역내 관광 자체를 미루고 있다는 진단이다.
싱가포르는 국내 시장이 없는 대신 장거리 환승 비중이 높아 상대적으로 충격이 덜한 편이다. 중동을 경유해 대륙 간 이동하던 환승 수요가 싱가포르로 흘러들면서 SIA 그룹은 최근 몇 달간 위기 이전을 웃도는 승객수를 기록하고 있다. 다만 다른 외국 LCC들의 싱가포르 노선 철수가 빠르게 누적되고 있어 SIA의 수혜분을 상쇄할 가능성이 거론된다.
이런 후퇴를 가장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업자가 에어아시아다. 에어아시아는 이번 연료 위기 발발 이후 싱가포르 노선을 약 40% 줄였고, 2023년과 비교하면 감축 폭이 약 60%에 이른다. 현재 싱가포르 출발 노선은 5개만 남았는데, 최근 한 달간 3개가 사라졌고 2023~2025년 사이에는 9개가 추가로 정리됐다. 10여 년간 SIA 그룹에 이은 싱가포르 2위 사업자 자리를 지켜왔지만 다음 달에는 콴타스 그룹에 그 자리를 내줄 전망이다. 지난해 콴타스 계열 젯스타아시아가 사업을 접기 전만 해도 에어아시아 그룹이 더 큰 사업자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례적인 역전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