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륜차 안전스쿨부터 외식업 대출까지
당국·여론 기업평가때 '신뢰자산' 작용
배민 '비재무적 성적표' 협상 변수 주목
일각선 "ESG 고려해도 비싸다" 시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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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DH는 매각 주관사 JP모건을 통해 네이버·우버·알리바바·도어대시 등 국내외 주요 기업과 글로벌 사모펀드(PEF)에 투자 안내서인 티저레터를 발송하고, 본격적인 매각 작업에 착수했다. DH의 희망 매각가는 약 8조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업계는 이번 협상에서 재무지표뿐 아니라 노무·안전·규제 리스크 관리 역량도 주요 평가 항목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는다. 글로벌 배달 플랫폼 시장에서 라이더의 고용 형태와 안전 문제는 소송, 규제 강화, 평판 악화로 이어질 수 있는 핵심 리스크로 부각되고 있기 때문이다.
배민의 라이더 안전 투자는 국내 배달 플랫폼 업계에서 비교적 적극적인 사례로 꼽힌다. 배민은 2030년까지 2000억원 규모의 사회적 투자를 약속한 '지속 가능을 위한 배민다운 약속'의 일환으로 라이더 교육 인프라를 확충해왔다. 자체 교육을 도입한 2021년 5월 이후 배민라이더스쿨 수료생은 2만3000여명을 넘어섰다. 경기도 하남에 270억원을 투자해 건립한 하남 배민라이더스쿨은 이륜차 전문 교육기관으로 운영되고 있다. 도로교통공단과의 공동 연구에서는 배민라이더스쿨 교육 이수 후 안전운전 관련 평가 지표가 개선된 것으로 분석됐다.
외식업주와의 상생 프로그램도 비재무 리스크 관리 측면에서 눈길을 끈다. 배민은 소상공인 협약 보증 대출, 밀착 컨설팅과 교육, 전통시장 판로 확대, 장학금 지원 등을 통해 입점 파트너와의 관계 관리에 공을 들여왔다. 이러한 활동은 규제 당국과 여론이 플랫폼 기업을 평가할 때 일종의 '신뢰 자산'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해외에서는 라이더 노무 리스크가 플랫폼 기업의 비용 구조와 기업가치에 영향을 미친 사례가 적지 않다. 영국에서는 우버 운전기사의 근로자성이 인정되면서 우버가 상당한 추가 비용을 부담했고, 스페인에서는 이른바 '라이더 법' 시행 이후 현지 플랫폼들이 사업 구조를 재검토해야 했다. 딜리버루도 2021년 런던 증시 상장 당시 라이더 처우 논란이 부각되며 투자자들의 우려를 샀다.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플랫폼 라이더의 근로자성을 둘러싼 법적·제도적 논의가 이어지고 있고, 플랫폼 규제 환경이 강화될 가능성도 남아 있다. 인수자 입장에서는 이미 안전 교육, 상생 프로그램, 이해관계자 대응 체계를 갖춘 플랫폼을 인수하는 것이 향후 발생할 수 있는 규제·평판 리스크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다만 이 같은 비재무적 자산이 8조원 안팎으로 거론되는 희망 매각가를 정당화할 결정적 변수인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린다. ESG 활동이 기업 이미지와 리스크 관리 측면에서 긍정적 영향을 줄 수는 있지만 실제 인수가격은 시장점유율, 수익성, 성장성, 경쟁 구도, 규제 전망 등 재무·사업적 요소에 더 크게 좌우될 가능성이 크다는 이유에서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배달의민족은 미래 지향적이고 MZ세대 친화적인 브랜드 이미지를 갖고 있으며, 사회적 가치 측면에서도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다"며 "ESG 가치가 기업가치 평가에 일정 부분 반영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8조원이라는 희망 매각가에 대해서는 신중한 시각을 나타냈다. 서 교수는 "쿠팡이츠 등 경쟁사의 추격으로 시장 점유율 방어 부담이 커졌고, 플랫폼 규제 환경도 강화되고 있다"며 "인구 감소에 따른 국내 소비시장 성장 둔화 역시 부담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ESG 요소를 회계상 기업가치로 반영하는 데 신중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한상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는 "회계적으로 ESG 활동에 투입한 비용은 자산으로 인정받기 쉽지 않다"며 "무형자산으로 평가되려면 독립적인 거래 가능성 등이 뒷받침돼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해당 요건을 충족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결국 배민의 라이더 안전·상생 투자는 이번 M&A 과정에서 리스크를 낮추는 긍정적 요소로 평가될 수 있다. 다만 실제 매각가를 결정하는 핵심 변수는 여전히 시장지배력, 성장성, 수익성, 규제 환경, 인수 후 시너지 등 이라는게 업계의 판단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