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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눈]정책은 발표가 아니라 검증에서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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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채웅 기자

승인 : 2026. 06. 21. 0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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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채웅 증명사진
정채웅 기자
지역경제가 어렵다. 골목상권은 침체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고, 전통시장 상인들은 하루 매출에 울고 웃는다. 이런 상황에서 지역에 있는 대기업의 복지포인트가 전통시장과 골목상권으로 유입될 수 있다는 이야기는 많은 소상공인들에게 희망처럼 들릴 수 있다. 그래서 더욱 신중해야 한다.

최근 제기된 대기업 복지포인트의 온누리상품권 전환 구상은 지역 상권 활성화라는 측면에서 충분히 검토해 볼 만한 제안이다. 대기업과 소상공인이 함께 성장하는 상생 모델을 만들자는 취지 역시 의미가 있다.

문제는 정책의 방향이 아니라 정책을 제안하는 과정이다.

정책은 아이디어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무엇보다 사실관계 확인이 선행돼야 하고, 제도적 실현 가능성에 대한 검토가 뒤따라야 한다. 특히 국회의원과 같은 공직자의 정책 제안은 더욱 엄격한 검증 과정을 거쳐야 한다. 정책은 희망사항이 아니라 공적 약속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논의는 정작 가장 중요한 출발점인 사실 확인이 충분히 이뤄졌는지 의문을 남겼다.

당초에는 특정 기업이 직원들에게 지급하는 복지혜택이 L포인트인 것처럼 소개됐고, 이를 온누리상품권이나 지역사랑상품권으로 전환하면 수십억 원 규모의 소비가 지역 상권으로 흘러들어갈 수 있다는 기대가 제시됐다.

그러나 이후 확인 과정에서는 실제 지급 체계가 복지몰 중심의 복지포인트였고, 온누리상품권으로의 전환 역시 현재 제도적으로 마련돼 있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정책 제안의 전제가 됐던 사실관계부터 정확하게 확인되지 않았던 셈이다. 더욱 우려스러운 대목은 이러한 발언이 지역 상인들과 소상공인들에게 자칫 가시적인 기대감을 심어줄 수 있다는 점이다.

정책이 실제 추진되는 것도 아니고, 제도적 검토가 완료된 것도 아니며, 기업과 정부 간 협의가 이뤄진 것도 아닌 상황에서 마치 수십억 원 규모의 소비가 지역상권으로 유입될 수 있는 것처럼 비쳐진다면 이는 현실보다 기대가 앞서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정치인은 희망을 이야기할 수 있다. 하지만 사실관계가 충분히 확인되지 않은 상태에서 기대효과부터 강조하는 것은 바람직한 정책 접근이라고 보기 어렵다. 실현 가능성이 검증되지 않은 정책 구상은 잠시 희망을 줄 수는 있어도 결국 실망을 남길 가능성이 더 크다.

특히 어려운 경제 상황 속에서 하루하루 생업을 이어가는 소상공인들에게는 더욱 그렇다. 실현 여부조차 불투명한 정책 구상을 근거로 지역경제 활성화에 대한 기대를 갖게 만드는 것은 결과적으로 헛된 기대감을 심어주는 일이 될 수도 있다.

정치가 해야 할 일은 기대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신뢰를 만드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사실을 확인하고, 제도를 검토하고, 관계기관과 협의한 뒤 정책을 설명해야 한다. 발표가 검증보다 앞서서는 안 된다.

정책은 아이디어 경연대회가 아니다. 더욱이 국회의원의 발언은 개인적 상상이 아니라 공적 책임을 전제로 한다.

지역경제를 살리겠다는 진심은 존중받아야 한다. 그러나 진심만으로 정책이 되는 것은 아니다. 정확한 사실관계와 냉정한 검토, 그리고 실현 가능한 대안이 뒷받침될 때 비로소 정책은 힘을 갖는다.

정치인은 희망을 말할 수 있다. 하지만 그 희망은 반드시 현실 위에 서 있어야 한다. 정책은 발표가 아니라 검증에서 시작된다.
정채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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