퀴라소 축구 대표팀이 20일(현지시간) 미국 캔자스시티에서 열린 에콰도르와의 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 경기에서 0-0 무승부를 거둔 뒤 관중에게 인사하고 있다. / AFP 연합뉴스
인구가 약 15만 명에 불과한 카리브해 남부 섬나라 퀴라소가 국제축구연맹(FIFA) 월드컵에서 역사적인 첫 승점을 따냈다.
퀴라소는 20일(현지시간) 미국 캔자스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6 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 E조 2차전 경기에서 에콰도르와 0-0으로 비겼다. 이로써 퀴라소는 사상 처음 본선에 진출한 이번 월드컵에서 두 번째 경기 만에 귀중한 첫 승점(1)을 기록했다.
앞선 1차전에서 독일에 1-7 대패를 당했지만 사상 첫 월드컵 본선 득점을 기록했던 퀴라소는 3전 전패할 것이란 예상을 깨고 당당히 무승부를 수확했다. 2006년 독일 월드컵에서 한국을 이끌었던 딕 아드보카드 감독은 월드컵 역사상 최고령(78세) 감독으로서 하나의 이변을 연출했다.
SOCCER-WORLDCUP-ECU-CUW/
0
퀴라소 축구 대표팀을 이끄는 딕 아드보카트 감독이 20일(현지시간) 미국 캔자스시티에서 열린 에콰도르와의 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 경기에서 경기장을 바라보고 있다. / 로이터 연합뉴스
퀴라소는 참가국이 48개국으로 확대된 이번 월드컵 체제 개편의 가장 큰 수혜국으로 평가된다. 공동 개최국 미국, 캐나다, 멕시코가 본선에 자동 진출한 가운데 북중미에 본선 직행 티켓이 3장이 배정됐고, 최종 3차 예선에서 자메이카 등을 물리치고 조 1위에 올라 월드컵에 나왔다. 퀴라소는 FIFA 주관 대회에는 독립된 축구협회를 통해 참가하고 있지만, 국제적으로 독립국 지위를 갖고 있지 않은 네덜란드령으로서 이번 대회 참가국 중 인구가 가장 적은 나라이기도 하다. 어쩌면 다시는 없을 기회를 포착한 퀴라소는 경력이 풍부한 아드보카드 감독을 선임하고, 타이트 총(셰필드) 등 네덜란드 대표팀에는 승선하지 못하는 퀴라소계 선수들을 끌어모아 결국 기적을 썼다. 스카이스포츠 등에 따르면 퀴라소 대표팀 26명 중 25명은 네덜란드 출생으로 16명이 네덜란드 연령별 대표를 거쳤고, 대부분은 네덜란드 축구 시스템에서 성장했다.
퀴라소 축구 대표팀의 골키퍼 엘로이 룸이 20일(현지시간) 미국 캔자스시티에서 열린 에콰도르와의 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 경기 뒤 기쁨의 동작을 취하고 있다. / APF 연합뉴스
이날 무승부에는 골키퍼 엘로이 룸의 공헌이 컸다. 미국 마이애미FC에서 뛰는 37세의 룸은 이날 무려 15개의 선방(세이브)을 기록했다. AP통신에 따르면 15개 선방은 1966년 잉글랜드 대회부터 시작된 집계 이후 역대 2위의 기록이다. 2014년 브라질 대회 16강 벨기에전에서 미국의 팀 하워드가 16개 선방을 했으나, 이는 연장전이 포함된 기록이었다. 정규시간만 따지면 룸의 기록이 역대 1위에 해당한다.
퀴라소는 오는 25일 코트디부아르와 3차전에서 첫 승리에 도전한다. 퀴라소가 승리하고 에콰도르가 독일에 이기지 못하면 퀴라소는 32강에 오른다. 다만 이날 독일에 1-2 역전패를 당한 코트디부아르가 정상급 실력을 갖추고 있어 퀴라소의 승점 획득은 하늘의 별 따기가 될 전망이다.
독일은 이날 코트디부아르전 승리와 퀴라소의 역사적 무승부에 힘입어 2014년 브라질 대회(당시 독일 우승) 이후 12년 만에 조별리그 통과와 조 1위를 확정지었다. 2연승으로 승점 6을 확보한 독일은 3차전에서 에콰도르에 패하고 코트디부아르가 퀴라소에 승리해도 승자승에서 앞서 조 1위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