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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눈] 전쟁은 끝나가는데…웃지 못하는 정유업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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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진 기자

승인 : 2026. 06. 21. 1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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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휘발류 4주 연속 소폭 하락
아시아투데이 박성일 기자 = 지난 14일 서울 모 주유소를 찾은 운전자들의 모습.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에 따르면 6월 둘째 주(7∼11일) 전국 주유소 휘발유 평균 판매가는 지난주보다 L당 0.5원 내린 2천9.9원이었다.
김영진
김영진 산업1부 기자
불과 몇 주 전만 해도 시장의 관심은 국제유가가 어디까지 오를지에 쏠려 있었다. 중동 전쟁 확산과 호르무즈 해협 봉쇄 우려가 겹치면서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선을 웃돌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 종전 기대감이 커지면서 분위기는 빠르게 바뀌었다. 국제유가는 하락세로 돌아섰고, 정부도 석유 최고가격제 출구전략을 저울질하기 시작했다.

겉으로 보면 정유업계도 반가운 소식이어야 한다. 전쟁이 잦아들고 유가가 안정되면 원유 조달 부담과 시장 불확실성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업계의 분위기는 마냥 밝지 않다. 전쟁이 끝나갈수록 손실보전 논리는 약해지고, 정부와의 정산 협상은 더 복잡해지고 있어서다.

최근 산업통상부가 예고한 손실보전 규정은 업계의 기대와는 거리가 있었다. 정부는 회계상 원가와 적정 마진을 기준으로 보전하겠다는 틀을 제시했다. 원유 도입비와 운송비, 보험료, 인건비, 감가상각비 등 실제 생산·판매 과정에서 발생한 비용을 보겠다는 것이다. 반면 정유업계가 요구해온 국제 석유제품 가격(MOPS) 기준은 사실상 받아들이지 않았다.

업계는 최고가격제가 없었다면 국제 시세에 맞춰 수출하거나 판매할 수 있었던 만큼 기회손실까지 보전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하지만 정부는 국민 세금으로 실제 발생하지 않은 수익까지 보전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문제는 유가가 내려갈수록 업계의 협상력은 약해질 수 있다는 점이다. 국제유가와 석유제품 가격이 떨어지면 '원래 더 비싸게 팔 수 있었는데 못 팔았다'는 기회손실 논리도 힘을 잃을 수밖에 없다. 전쟁 종료가 정유업계에는 손실보전 명분을 약화시키는 역설로 돌아오는 셈이다.

이제 공은 최고액 정산위원회로 넘어갔다. 하지만 여기서도 변수가 적지 않다. 정부는 적정 마진을 고려할 수 있다고 했지만 그 수준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정유사마다 원유 조달 구조와 설비, 인력·에너지 비용이 모두 다르다. 어떤 비용을 원가로 인정할지, 개별 원가를 볼지 평균 원가를 적용할지, 제출 자료의 범위를 어디까지 둘지도 남은 과제다.

정유사 입장에서는 자료 제출 부담도 존재한다. 원가 자료와 계약 조건, 제품별 수익성 자료가 정산 과정에서 어디까지 요구될지 불확실하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손실보전을 받으려다 영업비밀 노출이라는 또 다른 부담을 떠안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소비자가 체감하는 기름값도 문제다. 국제유가가 하락하고 있다고 해도 주유소 가격이 곧바로 내려가는 것은 아니다. 국제유가가 국내 정유사 공급가격에 반영되는 데 약 일주일, 다시 주유소 판매가격에 반영되는 데 1~2주가량이 더 걸린다. 현재 유가 하락 효과가 소비자 가격에 반영되는 시점은 빨라야 7월 초·중순으로 예상된다. 결국 시장과 제도 사이의 괴리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국제유가가 하향 안정화돼 시장 가격이 정부의 상한선을 밑도는 날, 최고가격제는 자연스럽게 유명무실해질 것이다. 하지만 정유업계가 마주한 과제는 이제부터라는 평가가 나온다. 전쟁이 남긴 손실을 어떻게 계산할 것인지, 그리고 어디까지를 정당한 보상으로 볼 것인지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중동 전쟁은 멈춰가고 있지만 정유업계가 진정으로 웃을 수 있는 평화의 봄날은 아직 조금 더 멀어 보인다.
김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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