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과 무인 전투… 미래전 주도권 쥐기 위한 첨단 R&D 협력
무기 획득 패러다임의 전환… 군수·MRO 및 교차 생산 모델 구축
우크라이나 전쟁과 중동 분쟁 장기화로 글로벌 국방 공급망이 한계를 드러낸 상황에서, 대한민국이 육·해·공 무기체계의 안정적 양산 능력을 바탕으로 자유주의 동맹국들의 국방 공백을 메우는 핵심 공급망의 거점으로 자리매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한국국방연구원(이하 KIDA)이 주최한 '제4회 홍릉국방포럼(Hongneung Defense Forum 2026, HDF)'이 23일 서울에서 개최됐다. 이번 포럼은 글로벌 공급망 붕괴라는 미증유의 안보 위기 속에서 K-방산이 나아갈 다각적이고 실질적인 협력 방안을 도출하는 공론의 장이 됐다.
김정수 KIDA 원장의 개회사로 문을 연 포럼은 안규백 국방부 장관의 영상 축사와 서욱 전 국방부 장관의 기조연설, 그리고 랜달 슈라이버 전 미국 국방부 동아태차관보의 특별 기조연설로 이어지며 격변하는 국제 질서 속 방산 연대의 시급성을 일깨웠다.
전 세계 안보 석학들과 산·학·연·관·군 방산 전문가들은 일제히 가치관을 공유하는 국가 간의 민첩하고 지속 가능한 '방산 공급망 연대' 형성만이 다극화된 신냉전 시대의 유일한 해법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날 포럼은 총 3개 세션으로 나뉘어 동맹국 간 결속을 위한 구체적인 실천 방안들을 심도 있게 논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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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형필 KIDA 안보전략연구센터장이 좌장을 맡은 첫 번째 세션에서는 글로벌 패권 경쟁의 한복판에 선 주요국들의 국방 전략이 도마 위에 올랐다. 전봉근 국립외교원(KNDA) 선임고문은 '북핵 시대의 한반도 비핵평화 전략'과 마이클 오핸런 美 브루킹스연구소 연구위원은 '트럼프 행정부의 외교정책 진영' 그리고 제니퍼 홍 美 인·태 안보연구소(IIPS) 선임디렉터는 '미중관계와 복합위기의 시대'를 주제로 미·중 갈등 구조 속에서 단절되고 있는 서방 진영 공급망의 취약성을 날카롭게 지적했다.
특히 일본 와세다대 치카코 우에키 교수는 '현재 국제정치·안보 환경에 대한 각국의 인식'과 '억제 대 안보 딜레마'를 분석하고, 인도의 란지트 쿠마르 다완 선임연구원은 '지정학적 불확실성 시대의 중견국 외교' 분석을 통해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지정학적 불안정성을 극복하기 위해 역내 핵심 제조 강국과의 연대가 필수적임을 역설했다. 반면 중국 푸단대의 자오 밍하오 교수는 '한반도 안보의 변화와 미중관계' 분석을 통해 블록화되는 안보 공급망에 대한 경계 흐름을 전하며 팽팽한 긴장감을 자아냈다.
세션 1의 발표자들은 "과거의 국방 외교가 공동 성명에 머물렀다면, 이제는 우방국의 안보 공백을 실질적으로 메우는 공급망 결속으로 패러다임이 완전히 전환되어야 한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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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배 서울대 교수가 이끈 두 번째 세션은 인공지능(AI), 무인 전투체계 등 천문학적 비용과 첨단 기술이 요구되는 미래 전장 주도권 확보 방안이 다뤄졌다. 육군대학 강건작 명예교수와 KIDA의 이현지 국방인력연구센터장, 조홍일 전략기획연구실장은 인구 절벽에 직면한 한국 군의 무인화 전환과 첨단 국방 발전 방향을 제시했다.
해외 발표자로 나선 다니엘 치우 미국 국방연구원 첨단전투개발부장, 라파엘 브롱도 주한 프랑스 국방무관, 리처드 존슨 영국 전략사령부 차장은 서방 진영이 직면한 미래전 대응 전략을 공유했다. 이들은 신냉전 시대의 무기 고도화는 개별 국가의 역량만으로는 한계가 명확하다고 단언했다. 가치를 공유하는 국가들이 초기 단계부터 공동 연구개발(R&D)에 나설 경우, 연구 개발에 따르는 막대한 비용적·기술적 위험(Risk)을 분산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향후 연대 국가 간의 국방 기술 및 미래전 상호운용성 표준을 선점하는 전략적 교두보를 마련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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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산 공급망 연대의 가장 실질적인 해법은 박종승 KAIST 교수(전 국방과학연구소 소장)가 좌장을 맡은 세션 3에서 도출됐다. 강원대 조훈희 교수와 한국방위산업진흥회 양찬 차장, KIDA 권남연 선임연구원은 글로벌 시장에서 K-방산이 지속 가능한 우위를 점하기 위한 정책적 제언을 쏟아냈다.
美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의 신시아 쿡 연구위원과 헤리티지재단의 브랜트 새들러 연구위원, 일본 방위연구소의 마사후미 이이다 이론연구부장, 바이런 레이놀즈 주한 호주 국방무관은 무기체계의 '획득'보다 운영유지 단계에서의 안정적인 부품 조달과 MRO(유지·보수·정비) 역량이 전력 가동률을 좌우한다는 점을 강하게 짚었다. 서방 진영의 방산 제조 인프라가 낙후된 상황에서 상시 양산 체제를 갖춘 한국의 가치는 대체 불가능하다는 평가다.
발표자들은 특정 국가의 생산 라인이 마찰이나 분쟁으로 가동 중단되거나 급격한 수요 폭발에 직면했을 때, 연대 국가의 제조 역량을 교차 활용하는 공동 생산(Co-production) 체계와 MRO 기지 다변화를 통해 글로벌 방산 공급망의 회복 탄력성(Resilience)을 극대화해야만 동맹 전체의 안보 공백을 원천 차단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 완제품 넘어 '정비·부품·R&D' 후방 생태계로 진화해야 K-방산 산다
홍릉국방포럼에서 제시된 이 실천적 협력 축들은 K-방산의 급격한 체질 개선 요구와 궤를 같이한다. 과거 K-방산이 가성비와 신속한 납기를 무기로 자주포나 경공격기 등 무기 완제품 수출에 집중했다면, 이제는 글로벌 동맹국의 국방 생태계 깊숙이 침투하는 '후방 연대'의 주역으로 진화해야 한다는 평가다.
미·중 갈등의 최전선인 인도·태평양 지역은 물론, 나토(NATO) 회원국들까지 한국을 단순한 무기 구매처가 아닌 장기적 안보 파트너로 인식하기 시작했다. 완제품 공급을 넘어 핵심 부품의 공급망을 공유하고, 현지 정비창을 통한 MRO 역량을 이식하며, 차세대 전력의 공동 개발 파트너로서 한국의 위상이 격상된 것이다. 이는 우리 방산 기업들 입장에서도 단발성 수출 계약의 한계를 극복하고, 수십 년간 안정적인 매출과 부품 공급권을 확보할 수 있는 대전환점이 된다.
지정학적 위기가 고조될수록 동맹국 간의 신뢰를 기반으로 한 공급망 결속력은 군사동맹의 성패를 가르는 핵심 척도가 될 것이다. 이강규 KIDA 미래전략연구실장이 주도한 종합토론 세션의 결론처럼, K-방산은 단순한 제조 강국을 넘어 우방국의 안보 보루로서 '실전적 가치 사슬 연대'를 주도해야 하며, 이를 위해 정부와 군, 기업이 한 몸이 되어 정책적·제도적 지원 체계를 정비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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