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아세안 고립 군정에 정치적 명분 제공
전문가 "中 지지는 평화 아닌 자산 보호 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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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 16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민 아웅 흘라잉 미얀마 대통령과 만나 군부 주도 정부에 정치적 보증을 제공했다. 올해 초 전 세계적으로 부정선거라는 비판을 받은 선거를 치른 후, 대통령직에 오른 군부 쿠데타의 주범 흘라잉 장군에게 시 주석은 환영식 직후 "양국 간 '파욱포'(친족) 우의를 이어가고 포괄적 전략 협력을 심화하겠다"고 말했다. '파욱포'는 양국의 오랜 특수 관계를 가리키는 버마어 표현이다.
미얀마 군부는 2021년 2월 노벨평화상 수상자 아웅산수치가 이끌던 선출 정부를 축출한 뒤 서방 국가들과 11개 회원국의 아세안으로부터 외교적으로 고립돼 왔다. 아세안은 군정이 쿠데타 직후 합의한 5개항 평화안을 이행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그 지도자들을 정상회의에서 배제해 왔다. 5개항은 즉각적 폭력 중단, 모든 당사자 간 대화 개시, 인도적 지원 전달 등을 담고 있다. 이번 베이징 방문은 그 고립을 깰 발판이 됐다.
중국이 미얀마에 공을 들이는 배경에는 양국을 잇는 2200㎞ 국경과 경제 회랑이 자리한다. 이번 만남에서 양국은 무역·국경 운송·재난 구호를 아우르는 18개 협정에 서명하고 국경 범죄 단속에도 합의했다. 시 주석은 무역로 재개와 함께 차우퓨 심해항, 무세-만달레이 철도 같은 핵심 사업에서 일하는 중국 인력의 보호를 보장받으려 한 것으로 전해졌다.
바로 이 자산 보호 논리가 평화를 진전시키기보다 복잡하게 만든다는 분석이 나온다. 호주 시드니대 연구원 사이 키 진 소에는 중국의 개입이 일관된 논리를 따른다고 지적했다. 중국 인프라 이익이 위협받을 때만, 관련 당사자들에게 교전 중단 압력을 가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 4월 미얀마민족민주동맹군은 베이징의 압박으로 휴전 합의에 따라 라쇼에서 철수해 도시를 군정에 넘겼다. 그는 "이는 진정한 평화 중재가 아니라 중국 자산이 위험에 처한 곳에 선별적으로 적용되는 투자 보호 조치"라고 짚었다.
중국의 이 같은 선별적 개입은 군정에 무력 작전을 강화할 자신감을 줬다는 우려로 이어진다. 진 소에는 중국의 지지가 군정에 저항 세력을 겨냥한 군사 작전을 확대할 자신감을 줬으며, 이런 작전이 이번에 체결된 안보 협력 협정에 부합하는 것으로 포장될 수 있다고 봤다. 그는 "중국의 지원이 그런 논리로 짜여 있는 한, 군정은 정치적 해법이 아니라 무력 접근을 강화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쿠데타 이후 미얀마는 내전에 빠져 저항 세력과 소수민족 무장조직이 영토의 상당 부분을 장악하고 있다.
중국이 인도보다 한층 성대한 의전을 베푼 데에도 전략적 계산이 깔려 있다는 분석이다. 진 소에는 인도가 미얀마 지도자를 비교적 조용히 맞은 반면 베이징은 "완전한 의전 행사"를 연출했다며, 이는 "인도가 아니라, 중국이 필수 동반자"라는 메시지를 군부 지도부에 직접 보낸 것이라고 풀이했다.
중국과 인도의 미얀마 경쟁은 근본적으로 지리·전략적 성격을 띤다. 중국 원유 수입의 약 80%가 말라카 해협을 지나는 만큼, 적대 세력이 이 통로를 봉쇄할 경우에 대비해 미얀마 육상 회랑과 라카인주의 차우퓨항이 중국의 핵심 대안이 된다고 그는 설명했다.
다만 중국의 환대가 실질적 정치 보증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는 평가도 있다. 호주 커틴대 트웨 트웨 테인 부교수는 중국의 지지가 "대체로 상징적"이며 "레드카펫 외교"가 실질적 보증을 의미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시 주석은 "대화를 통한 평화와 화해, 미얀마 북부의 항구적 안정"을 지지한다고 밝혔는데, 테인 부교수는 이를 갈등 해결의 부담을 미얀마에 떠넘기는 사실상의 지시로 해석했다.
그는 이 발언이 폭력을 줄이기보다 민 아웅 흘라잉이 접경 분쟁 지역에서 진압을 강화하도록 떠밀 수 있다며, "안정을 이루기보다 안정을 가장할 동기가 더 커졌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