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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참정권 짓밟고 국회 우롱 선관위, 특검 수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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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 2026. 06. 24.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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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병현 중앙선관위 비상임위원을 비롯한 증인들이 23일 국회에서 열린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사태 등 국민 참정권 침해 진상규명 및 선거관리 개혁을 위한 국조특위 전체회의에 출석해 증인 선서하고 있다. /이병화 기자
민의를 대표하는 국회가 철저히 우롱당했다. 국회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기관 보고에 증인으로 채택된 선거관리위원회 비상임위원 16명이 단체로 불출석하는 헌정사상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특히 사태의 직접적인 원인을 제공한 송파구 선관위의 경우 위원 전원이 불출석을 통보하며 국회의 조사를 정면 거부했다. 이는 헌법기관이라는 독립성을 방패 삼아 주권자인 국민을 철저히 무시하는 처사이다. 민주적 통제를 무력화하려는 '집단 항명'과 다름없다. 선관위의 안하무인 태도에 야당뿐만 아니라 여당조차 "지금 어느 세상에 살고 있느냐"며 격분해 질타한 것은 당연하다.

이번 국정조사가 열리기까지의 과정은 그야말로 국민의 절규가 담긴 여정이었다. 지난 지방선거 당일, 투표용지가 모자라 소중한 참정권을 박탈당한 채 발길을 돌려야 했던 유권자들의 분노가 폭발했다. 선거 직후인 지난 6월 5일부터 서울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 앞은 재선거를 외치는 청년들과 시민들의 거센 함성으로 뒤덮였다. 개표소를 봉쇄한 채 이어져 온 항의 집회는23일로 19일째다. 참정권 박탈이라는 전대미문의 사태와 그간 누적되어 온 선거 관리 부실 혹은 부정 의혹이 임계점을 넘었다. 국회는 들끓는 민심에 등 떠밀리듯 뒤늦게 국정조사 카드를 꺼내 들었다.

그러나 국민의 기대를 모았던 국정조사는 출발부터 선관위의 조직적 보이콧에 막혀 멈춰 섰다. 헌법이 선관위의 독립성을 보장한 것은 중립적으로 선거를 공정하게 잘 관리하라는 뜻이지 치외법권적 지위 아래 선거를 부실하게 운영해도 좋다는 게 아니다. 국회 국정조사에 출석하지 않아도 된다는 면죄부가 아니다. 선관위가 지금이라도 겸허하고 성실하게 국정조사에 임하기를 강력하게 촉구한다.

이번 무더기 불출석 사태는 강제 수사권이 없는 국회 국정조사만으로는 일종의 이권 카르텔로 변한 선관위의 비리를 캐내고 진상을 밝히기 어렵다는 우려를 그대로 증명해 준다. 국정조사는 동행명령장 발부 외에 별다른 강제 조치를 취할 수 없는 구조적 한계가 있다. 이런 가운데 증인들이 단체로 조사를 기피하면 국정조사는 '맹탕'으로 끝날 수밖에 없다. 선관위는 국정조사 무더기 불출석을 통해 이미 스스로 개혁할 의지도, 국민 앞에 진실을 고백할 양심도 없음을 보여주었다.

이제 더는 이빨 빠진 호랑이에 불과한 국정조사나 선관위의 자발적인 협조에 민주주의의 운명을 맡겨둘 수 없다. 압수수색과 인신 구속 등 강력한 법적 권한을 지닌 독립적인 특별검사(특검)를 도입해야 한다. 투표지 부족이라는 황당한 지침을 결재한 윗선이 누구인지, 조직적인 부실과 은폐가 어디까지 뻗어 있는지 성역 없이 파헤쳐야 한다. 특검을 통해 철저하게 진상을 규명하고 책임자를 처벌해야 한다. 그런 다음 선거에 대한 국민 불신을 불식시키고 신뢰를 회복시킬 수 있는 대만식 '당일투표 수개표' 같은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 그렇게 하는 것만이 19일간 거리를 지킨 젊은이들의 분노에 답하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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