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억5000만 인구 대국, 호의를 투자 유치로 전환할 기회
전문가 "개혁 없인 9·11 때처럼 기회 날릴 것" 회의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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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셰바즈 샤리프 파키스탄 총리와 아심 무니르 육군참모총장은 지난 주말 스위스 뷔르겐슈토크에서 열린 이란과 미국 간 협상에 동석했다. 수개월에 걸친 파키스탄의 중재 노력이 결실을 맺은 자리였다.
J.D. 밴스 미국 부통령은 협상장에서 무니르 총장을 발견하자 "친구, 잘 지냈나"라며 포옹했고, 미국과 이란 양측은 여러 정상들과 함께 파키스탄에 사의를 표했다. 이번 협상이 결렬됐다면 호르무즈 해협이 장기간 봉쇄돼 세계 원유 공급이 막히고 세계 경제가 흔들릴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번 돌파구로 파키스탄의 위상이 높아지면서, 2억5000만 인구 대국이 이 호의를 수십 년간 호황과 불황을 반복해온 경제의 실익으로 전환할 기회를 잡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쿠람 셰자드 파키스탄 재무장관 보좌관은 "국내에 안정을 가져오고 해외 안정에도 기여하는 나라는 더 신뢰받는 투자처가 된다"고 말했다.
이 신뢰가 어디로 향할지에 대해 분석가들은 구체적 시나리오를 내놓는다. 알렉스 바탄카 워싱턴 중동연구소 이란프로그램 책임자는 파키스탄이 "더 넓은 중동의 통합된 일원이 될 막대한 잠재력"을 얻었고, 장기적으로는 방위 분야까지 아우르는 역내 경제 협력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봤다. 미프타 이스마일 전 재무장관은 이란에 대한 제재가 풀리면 발루치스탄 국경을 통한 이란-파키스탄 간 대규모 교역이 가능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러나 비슷한 기회가 결국 무산됐던 전례가 회의론의 근거가 되고 있다. 2001년 9·11 테러와 미국의 아프가니스탄 침공 이후 파키스탄은 미국과의 공조를 통해 10여 개국으로부터 채무 재조정을 끌어내고 국제통화기금(IMF)과 다른 다자 채권기관의 지원을 다시 받았다. 그러나 구조적 약점 탓에 이를 살리지 못했다는 것이 분석가들의 지적이다.
다만 결정적 차이가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경제 평론가 쿠람 후사인은 9·11 당시는 "파키스탄이 최전선 역할을 떠맡아야 했던 길고 파괴적인 전쟁의 시작"이었던 반면 이번에는 "파키스탄이 중재자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이 다르다고 짚었다. 이번 파키스탄의 협상력은 미국·이란·걸프 국가·튀르키예·중국 등 여러 진영 모두에 동시에 유용한 존재라는 데서 나온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이스마일 전 장관은 외교적 위상이 높아졌을 뿐, 파키스탄을 IMF에 의존하게 만드는 높은 비용과 부진한 수출, 대외 채무 상환 문제는 그대로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우리 집안이 너무 엉망이라 우리 스스로 돕지 않으면 외국이 우리를 도울 수 없다"며 "이번 전쟁에서 그 무엇도 그것을 바꾸지 못하며, 우리는 계속 IMF에 의존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처방의 방향을 단기 자금이 아닌 체질 개선에 둬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하버드대 국제개발센터 소장인 아심 이자즈 콰자 교수는 파키스탄이 생산성을 높이지 못하는 단기 금융 양보는 거부하고, △학술 교류와 장학금 △섬유·정보기술(IT) 서비스에 대한 우대 시장 접근 △기술 이전 △녹색 투자 체계를 추구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프린스턴대 아티프 미안 교수도 외교를 예치금이나 채무 연장, IMF식 구제의 또 다른 통로로 여기지 말아야 한다며, 진짜 보상은 역내 무역과 이란과의 에너지 연결, 걸프·튀르키예와의 통합에 기반한 "평화로의 전환"이라고 강조했다.
서방의 관심도 감지된다. 해미시 팰코너 영국 중동 담당 장관은 지난주 파키스탄을 방문해 평화 중재 역할에 사의를 표하며 영국이 파키스탄과 "교역 관계를 심화할 막대한 여지"를 보고 있다고 로이터에 밝혔다. 다른 서방 2개국 외교관들도 파키스탄의 평화 노력에 따라 경제적 유대 강화를 모색 중이라고 전했다.
다만 어떤 새 경제적 이득도 파키스탄의 더 깊은 제약을 해소하진 못한다는 경고가 이어진다. 아딜 말리크 옥스퍼드대 개발경제학과 교수는 "구조 개혁이 이행되지 않으면 이 나라는 향후 수십 년 안에 안에서부터 무너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젊은 층과 줄어드는 중산층 사이에 지배 엘리트를 향한 뿌리 깊은 불만이 쌓여 있다"며 "지금의 체제는 지배 엘리트의 수명을 연장해줬지만 나라를 사회적·경제적으로 더 불안하게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외교 무대에서 얻은 박수가 끝내 안방의 개혁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면, 이번 '평화 배당'도 9·11 때처럼 손에 쥐기도 전에 흩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