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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합 |
반도체 클러스터가 기존의 용인·평택·이천 등 수도권에만 자리 잡아야 할 이유는 없다. 인공지능(AI) 시대의 폭증하는 수요에 대응해 메모리 반도체 설비 확장을 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 하지만 산업계의 부정적 반응에도 여당이 줄기차게 '호남 반도체 단지'설을 퍼뜨리더니 이제 정부가 기정사실화 단계를 밟는 게 영 개운치 않다. 반도체 산업은 전공정과 후공정 설비는 물론 연구개발 시설, 소재·부품·장비 기업, 인재 교육·훈련 인프라까지 종합적 생태계를 한곳에 집적해야 효율성이 높다는 건 상식이다.
반도체 기업들도 이런 시너지 효과를 얻지 못하면 투자 효율이 크게 떨어진다며 호남 등으로의 반도체 공장 이전 내지 증설에 반대의견을 밝혀왔다. 지난 2023년 정부가 경남 진주를 반도체 특화 단지 공모에서 탈락시킨 명분도 기존 반도체 생태계와의 시너지 부족이었다. 하지만 지방선거 이후 정부가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설을 여러 경로를 통해 띄우자 기업들은 일제히 입을 닫았다. 여러 정황이 기업들의 자율적 투자 결정이라기보다 정부의 지방 균형 논리에 밀려 어쩔 수 없이 따르는 상황임을 시사한다.
반도체 산업은 전력, 용수, 숙련된 인력이라는 3박자가 정밀하게 맞물려야 한다. 전력의 경우 단 1초의 정전도 허용하지 않는 고품질의 안정적 전력이 필수적이다. 그런데 호남은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가 생산전력의 절반을 차지한다. 호남은 수년 전 역대 최장 가뭄을 겪었을 만큼 강수량 양극화도 심하다. 석·박사급 연구 인력의 '남방한계선'을 평택과 용인 정도로 보는데, 지방 기피 현상이 엄존하는 현실을 고려할 때 호남권에서 외부 고급인재를 유치할 수 있을까 하는 회의론도 있다.
무엇보다 기존의 수도권 클러스터와 수백㎞ 떨어진 곳인 만큼 반도체 장비·부품·정밀 화학업체, 반도체를 제조하는 데 필수적인 '초순수(超純水)' 생산업체 등이 모두 따로 설립돼야 한다. 그래서 많은 전문가들이 사업적 견지에서 보면 호남 반도체 단지는 합리성이 떨어진다고 우려하는 것이다. 반도체 팹(공장) 1기를 건설하는 데만 60조원이 든다고 한다. 우리 산업과 국가의 미래가 달린 중차대한 결정이다. 여기에 '정치적 판단'이 개입돼선 안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