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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시선] 원전 옆에 반도체·AI 부르는 일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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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 2026. 07. 1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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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재 아시아투데이 정치사회총괄에디터
최영재 도쿄 특파원
원자력발전소는 대개 지역이 떠안은 부담으로 계산된다. 일본은 계산식을 뒤집었다. 원전을 옮기는 대신 반도체와 AI를 그 옆으로 불러들이고 있다. 그 변화가 가장 선명한 곳이 시마네현 마쓰에시다. 일본에서 원전이 있는 유일한 현청 소재지다. 마쓰에성과 신지코로 알려진 관광도시의 북쪽, 동해의 시마네반도 연안에는 주고쿠전력 시마네원전이 자리 잡고 있다. 오랫동안 시마네원전은 위험과 부담을 뜻했다. 이제 마쓰에시는 같은 시설을 첨단산업을 끌어들이는 자산으로 다시 쓰고 있다.

요미우리신문은 지난 10일 마쓰에시가 시마네원전 전력을 활용해 AI용 데이터센터를 중심으로 한 첨단산업단지를 조성한다고 보도했다. 시 북부 시유지 10.6㏊를 개발해 2027년도 분양을 시작하고 2031년도 가동이 목표다. 2024년 12월 발전을 재개한 시마네원전 2호기의 발전용량은 82만㎾다.

마쓰에시의 계산은 단순하다. 원전이 이미 있다. 송전망도 있다. 원전의 위험과 부담을 감수해 생산한 전기를 멀리 보내 남 좋은 일 시키지 말고, 전기를 많이 쓰는 산업을 가까이 부르자는 것이다. 지역의 부담을 없애는 것이 아니다. 부담의 쓰임을 바꾸는 것이다.

일본 정부의 'GX 전략지역'도 같은 발상이다. 반도체와 데이터센터처럼 막대한 전력을 쓰는 산업을 탈탄소 전원이 있는 지역에 모은다. 일본 정부 문서에는 이를 '에너지 공급에 맞춘 수요의 집적'이라고 적었다. 발전소는 에너지정책, 산업단지는 지역개발이라는 식으로 나누지 않는다. 전원의 위치와 공장의 위치를 한 장의 지도에서 결정한다.

마쓰에시는 지난 4월 GX 전략지역의 탈탄소 전원 활용형 유망지역으로 선정돼 1차 심사를 통과했다. 원전 입지를 산업 자산으로 삼겠다는 뜻을 시의 원자력 안전대책 협의회에서도 분명히 밝혔다. 안전과 방재는 당연한 전제다. 방사능 누출위험이라는 부담을 져온 지역에 산업과 일자리도 돌아가야 한다는 계산이다.

이런 움직임은 마쓰에시에 그치지 않는다. 가시와자키가리와 원전이 있는 니가타현 가시와자키시도 2030년도 분양을 목표로 GX산업단지를 추진한다. 시는 원전 전력을 지역 산업에 쓰려면 대규모 변전설비와 제도 정비가 필요하다는 점까지 공개했다. 산업단지부터 발표하고 전력 문제를 뒤로 미루지 않았다. 신청 단계에서부터 전기를 어떻게 연결할 것인지 국정 과제로 올렸다.

반도체에 전기가 많이 필요하다는 것은 상식이다. 핵심은 산업입지를 정하는 순서다. 일본은 어느 지역에서 얼마의 전력을 언제부터 공급할 수 있는지 먼저 따진다. 송전선과 변전설비까지 확인한다. 그다음 기업을 부르는 것이 일본의 수순이다.

반도체 공장과 대형 AI 데이터센터는 24시간 돌아가야 한다. 전압이 흔들리거나 전원이 끊기면 막대한 손실로 이어진다. 태양광과 풍력은 확대해야 하지만 날씨와 시간에 따라 출력이 달라진다. 화력은 탄소배출과 수입 연료 부담이 있다. 대규모·상시·무탄소라는 세 조건을 함께 놓으면 일본이 지금 내놓을 수 있는 가장 확실한 현실적 선택은 원전이다.

전력망도 선언으로 생기지 않는다. 송전선 노선을 정하고 토지를 확보해야 한다. 변전소를 짓고 주민 수용성도 넘어야 한다. 전자파를 발생시킨다고 주민반대가 나오면 여러 해가 걸릴 수 있다. 반도체와 AI 등 첨단산업은 속도를 다투는 글로벌 전쟁터다. 공장을 먼저 지어놓고 전기를 기다리는 동안 경쟁국에서는 시험생산이 시작된다. 불량률이 떨어지고 양산성이 높아진다. 고객 인증도 진행된다. 따라서 전력 공급일은 부대조건이 아니다. 사실상의 착공일이다.

일본 시마네현 마쓰에시가 보여주는 것은 원전 찬반의 재방송이 아니다. 원전을 품은 지역이 그 부담을 어떤 산업으로 바꿀 것인가에 대한 답이다. 첨단산업 부지와 투자액, 고용 인원을 발표하는 것은 쉽다. 그러나 전기 몇 ㎿가 필요한가. 언제 공급할 것인가. 송전선과 변전소는 준비됐는가. 이 질문에 답하지 못하면 공장의 주소는 아직 정해진 것이 아니다. 일본은 원전을 옮기지 않았다. 첨단산업의 지도를 그 옆으로 옮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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