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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환의 에이전틱 이코노미⑭] B이사의 3주 30% 수익-에이전틱 금융이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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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 2026. 07. 17. 1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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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환 크레페 펀드 대표이사
필자의 회사에서 일하는 B 이사에게 수학은 가장 쉬운 과목이었다. 서울대 수학과를 졸업하고 전문 수학자의 길을 걷던 중, 어느 날 '데이 트레이딩'의 매력에 푹 빠졌다. 그 후 20여 년간 전문 트레이더로 수학자답게 여러 이론을 접목한 '알고리즘 트레이딩'을 시도해 왔으나, 언제나 마지막 1%가 부족했다. 그 1% 때문에 그는 크게 성공한 트레이더가 되지는 못했다.

최근 그는 인공지능 에이전트를 이용한 트레이딩을 시작했다. 그리고 AI가 그 마지막 1%를 채워준다는 것을 발견했다. 그의 AI 에이전트 트레이더는 지난 3주간 30% 수익을 냈다. 3주 30%. 이것이 지속될지는 아직 두고 봐야 하지만, 필자가 이제까지 본 어떤 트레이딩 봇보다 희망적이다.

B 이사의 20년 전문 지식과 AI가 만나 그 마지막 1%를 채우는 순간, 시장은 그에게 다른 얼굴로 열렸다. 지난 회에서 우리가 말한 '새로운 자본가'의 첫 초상이 여기에 있다. 그리고 이런 만남이 지금 자본시장 전체를 조용히 다시 짜고 있다.

◇ 알고리즘 트레이딩에서 에이전틱 트레이딩으로

B 이사가 예외가 아니라는 것은 데이터가 말한다. JP모건은 2023년에 이미 미국 주식 거래의 60~73%가 알고리즘에 의해 이루어진다고 보고했고, 시장조사기관 IMARC의 2025년 자료는 이 비중이 주요 글로벌 주식시장에서 60~70%에 이른다고 확인한다. 인도 국립증권거래소는 2025년 2월 알고리즘 매매가 처음으로 수동 매매를 추월했다고 발표했다. 우리가 인식하지 못하는 사이, 자본시장의 주도권은 이미 인간의 손에서 알고리즘의 손으로 상당 부분 넘어가 있다.

여기서 결정적인 변화가 하나 있다. 지금까지의 알고리즘 매매는 인간이 짠 규칙을 컴퓨터가 빠르게 실행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AI 에이전트는 다르다. 그 자체가 판단하고 학습하며, 시장을 스스로 해석한다. 규칙을 따르는 도구가 아니라 스스로 결정하는 참여자다. B 이사의 AI 에이전트는 '에이전틱 트레이딩'의 한 모습이다.

◇ 요정들의 경기장

이 변화가 얼마나 실제화됐는지 보여주는 극적 사례가 있다. 2025년 10월부터 11월까지, Nof1.ai라는 미국 AI 연구소가 '알파 아레나(Alpha Arena)'라는 실험을 진행했다. 세계 최정예 AI 모델 여섯, 즉 Qwen 3 Max(알리바바), DeepSeek Chat V3.1, GPT-5(OpenAI), Gemini 2.5 Pro(구글), Grok 4(xAI), Claude Sonnet 4.5(Anthropic)에게 각각 1만 달러의 실제 자본을 주고, 인간 개입 없이 암호화폐 파생상품을 매매하게 한 대회다.

결과는 놀라웠다. 우승한 Qwen 3 Max는 2주 동안 22.3%의 수익을 기록했다. DeepSeek는 대회 중 한때 +125%까지 치솟기도 했다. 반면 GPT-5는 무려 62.66%를 잃었고, Gemini 2.5 Pro는 56.71%, Grok 4는 45.3%를 잃었다. 실제 시장에서 각 AI가 스스로 판단하고 매매한 결과다. 승자와 패자가 극단적으로 갈리는, 그러나 놀랍도록 자율적인 요정들의 경기장이다.

이 실험이 시사하는 바는 크다. 첫째, 자율 AI가 실제 자본시장에서 매매할 수 있는 시대가 이미 왔다. 둘째, 그 성과는 모델마다 크게 다르며 어떤 요정을 선택하느냐가 결정적이다. 셋째, 그리고 가장 중요하게, 이 요정들은 서로 경쟁하며 시장에서 학습해 간다. Nof1는 이 대회를 다음 시즌에 32만 달러로 확대했고, 미국 주식시장까지 포함시켰다.

◇ 자본가가 될 것인가, 요정의 고객이 될 것인가

여기서 우리는 지난 회 결론을 다시 생각해보게 된다. B 이사는 AI 트레이더를 자기 자본으로 부리는 새 자본가인가, 아니면 자기 자본을 요정에게 맡긴 '요정의 고객'인가.

시장의 시각에서 보면, B 이사가 20년의 트레이딩 경험을 바탕으로 AI를 통제하는 자본가인 것은 분명하다. 그의 판단과 경험이 없었다면 그 AI 트레이더는 지금의 성과를 내지 못했을 것이다. 3주 30%는 결국 그의 전문성이 AI의 계산 능력을 만나 만들어낸 결과다.

그러나 시장 전체의 시각에서 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알고리즘 매매가 시장의 60~70%를 차지하고, 알파 아레나 같은 자율 AI 에이전트가 서로 경쟁하는 곳에서, 개별 인간의 통제권은 점점 좁아진다. B 이사가 오늘 자기의 AI 에이전트를 통제한다 해도, 그의 에이전트가 상대하는 다른 참여자의 대부분이 다른 AI일 때, 시장 전체의 논리와 리듬은 이미 인간의 결정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이것이 에이전틱 금융의 이중 얼굴이다. 개인은 자기 요정을 부리는 자본가가 될 수 있지만, 그 요정들이 만드는 시장 전체의 지형은 어떤 개인의 통제도 벗어난다. 마지막 1%를 채워주는 요정은 개인에게 축복이지만, 요정들이 만드는 새 시장은 인간의 손을 떠날 수밖에 없다.

◇ 요정이 지배하는 시장으로 

B 이사의 3주 30% 수익은 놀랍고 희망적인 신호다. 그러나 그 희망은 다른 질문을 자연스럽게 떠오르게 한다. 만약 자본시장 전체가 요정들의 경기장이 되어 간다면, 우리 '인간'이 그 경기장에 개입할 자리는 어디 있을까.

지난 회에서 우리는 노동자에서 자본가로 서는 개인의 선택을 물었다. 이번 회에서 우리는 그 자본가가 마주할 시장이 이미 요정들의 손에 있다는 것을 알았다. 그렇다면 그 요정들이 만드는 시장 전체는 어디로 향하는가. 자본시장뿐 아니라 우리가 매일 사용하는 도구와 산업의 판도까지, 요정은 어떻게 다시 그리고 있는가.

다음 회에서, 우리는 그 요정들이 다시 설계하고 새롭게 정의하는 시장으로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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