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서적 학대행위' 구체화 관건…교권보호 전담 조직 신설되나
교원단체 "무분별한 학대신고, 국가책임형 지원체계 구축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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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교총·교사노조연맹·전국교직원노동조합 등 3대 교원단체는 지난 15일 공동기자회견을 열고 아동복지법·아동학대처벌법·교원지위법의 즉각적인 개정을 촉구했다. 하지만 정서적 학대를 둘러싼 부처 간 이견이 여전해 법 처리는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이 와중에 이재명 대통령의 발언이 논란에 불을 지폈다. 대통령은 소풍·수학여행이 줄어드는 현상을 두고 "안전사고, 관리책임 걱정 때문일 것"이라면서도 "구더기 생길까 장독을 없애버리면 안 된다"고 말했다. 특히 최근 드라마 '참교육'이 화제가 되고 드라마보다 더 드라마 같은 사례가 목도되면서 교권보호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그렇다면 학교 현장은 실제로 어떨까.
교사들이 겪은 실제 사례들을 보면 사실이라고 믿기 힘든 수준이다. 우유를 늦게 줬다는 이유로 아동학대 신고를 당한 교사, 교실에서 춤을 추며 수업을 방해하는 학생에게 경고했다고 정서학대 혐의로, 잠든 아이를 깨웠다가 폭행 혐의로 신고당한 사례가 한 현직 교사의 기록을 통해 알려졌다. 소풍이나 수학여행, 운동회 같은 아이들의 협동심과 사회성을 키울 수 있는 평범한 학교 행사조차 민원과 소송의 소재가 되면서, 일선 학교에서는 행사 자체를 꺼리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박소영 교사노조 정책처장은 "현장체험학습은 업무, 민원, 고소의 총집합"이라며 "구더기 무서워 장독 없애는 것이 아니라 현장은 이미 장독 안에 구더기가 너무 많은 것"이라고 반박했다.
숫자로 봐도 마찬가지다. 교총 조사에서 교사 80.5%가 최근 1년 사이 교권침해를 겪었다고 답했고, 교사노조 조사에서는 80.8%가 아동학대 피소 불안을 상시적으로 느낀다고 했다. 전교조 조사에서도 94.11%가 신고에 대한 불안 때문에 생활지도나 교육활동을 주저한 적이 있다고 밝혔다. 교육부 통계로는 2023년 9월부터 올해 2월까지 접수된 아동학대 신고 1870건 중 72%를 교육감이 정당한 교육활동으로 판단했고, 종결된 사건의 90.4%가 무혐의·불기소로 끝났다.
◇'정서적 학대행위' 구체화 관건…교권보호 전담 조직 신설되나
관련 법안은 국회에 올라가 있다. 백승아 의원(더불어민주당)과 정성국 의원(국민의힘)은 모두 초등교사 출신으로, 서이초 사건 이후 교권 회복을 정치 의제로 내걸고 2024년 22대 총선에 나서 국회에 입성했다. 백 의원은 강원교사노조위원장·교사노조연맹 사무처장을, 정 의원은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회장을 지냈다. 여야가 다른 두 의원이 3년째 비슷한 문제의식으로 법안을 내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이 사안이 정파를 넘어선 현안임을 보여준다.
백 의원이 대표발의한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개정안은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교육감이 정당한 교육활동이라는 의견을 냈는데도 경찰이 무혐의로 판단한 사건까지 검찰로 기계적으로 넘어가는 현행 구조를 바꿔, 경찰 무혐의 판단 시 검찰 송치를 하지 않을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다. 교육감이 정당한 교육활동으로 판단한 사건 10건 중 8.5건이 무혐의로 끝나는데도 대부분 검찰로 넘어가는 현실을 겨냥했다.
특히 '정서적 학대행위'를 구체화한 아동복지법 개정안도 보건복지위원회에 계류돼 있다. 정서적 학대행위를 헌법재판소 결정례를 참고해 "반복적·지속적이거나 일시적·일회적이라도 정도가 심한 것으로 판단되는 행위"로 구체화하고, 정당한 학생생활지도 등 사회통념에 반하지 않는 교육·지도는 정서적 학대가 아니라고 못 박는 내용이다.
나아가 백 의원은 이날 국가의 교원 보호 책임을 명확히 규정하는 '교원의 지위 향상 및 교육활동 보호를 위한 특별법' 일부개정 법률안을 대표발의했다. 개정안은 조사·수사가 시작되는 초기 단계부터 즉시 도움받을 수 있도록 법률지원의 속도와 내용을 대폭 강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특히 교육부 산하에 '중앙교육활동보호센터'를 신설해 시·도교육청의 교권 보호 체계를 체계적으로 점검하고 중대한 교권 침해 사안은 교육부 장관이 직접 보고받고 조사하도록 해 국가가 직접 책임지고 대응하는 체계도 마련한다.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교원 보호 책무'도 법률로 명확히 규정된다.
정 의원이 대표발의한 교원지위법 개정안은 교원이 정당한 교육활동과 관련한 분쟁에 휘말리면 국가·지방자치단체가 소송의 주체가 돼 대응하는 '국가소송책임제'를 담았다. 교육위원회에 올라간 이 개정안은 고의나 중대한 과실이 없다면 교원에게 구상권을 행사할 수 없도록 했다.
특히 쟁점이 되는 대목은 정서적 학대 기준을 다루는 아동복지법 개정안이다. 아동학대 관련법의 소관 부처인 보건복지부는 이 개정안에 국회에 '신중 검토' 의견을 낸 것으로 전해졌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검토보고서도 개정 실익이 적다는 부정적 판단을 내놨고, 관련 법안은 여당인 민주당 당론에서도 빠지며 교육계와 복지 당국 사이의 이견이 뚜렷하게 드러났다. 정서적 학대 기준을 좁게 정의하면 교사에게는 면책이 되지만, 정작 가정 등에서 벌어지는 진짜 아동학대를 놓칠 수 있다는 게 반대 논리다.
◇ "무분별한 학대신고, 국가책임형 지원체계 구축해야"
교원단체들은 그럼에도 개정이 시급하다는 입장을 거듭 밝히고 있다. 교총은 이날 성명을 통해 "서이초 선생님의 비극적인 희생을 계기로 12차례의 교원 집회를 통해 교권 5법이 개정됐으나, 법 개정 3년이 다 되어가는 지금까지도 드라마 '참교육'보다 더 처절한 현장 교사들의 현실을 개탄한다"며 교육활동 보호에 대한 체감 변화가 부족하다고 비판했다. "저출생 시대를 맞아 부모들의 과잉보호 성향이 맞물리면서 정당한 생활지도마저 무분별한 학대 신고로 되돌아오는 현실"이라고 꼬집었다.
박영환 전교조 위원장은 "정당한 학생·유아 생활지도를 아동복지법상 정서학대와 방임의 적용 대상에서 제외해 교사의 교육활동이 무분별하게 아동학대 조사와 수사로 이어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며 "교사를 실질적으로 보호할 수 있는 아동복지법 개정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교사노조도 "2025학년도 2학기 기준 교육활동 침해 가해 학부모에 대한 조치 166건 가운데 34건(20.5%)은 이행조차 되지 않았다"며 "교사가 아동학대로 신고되는 순간부터 교육청이 법률 대응을 책임지는 국가책임형 지원체계를 구축하고, 무고성 신고와 중대한 교육활동 침해에 대해서는 교육청이 무고죄·명예훼손·업무방해 등 법적 대응의 주체가 되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어 "애도만으로는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는다"며 "애도는 책임으로 이어져야 하고, 책임은 제도 개선으로 이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