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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사관학교 통합, ‘속도’보다 ‘안보 백년대계’ 중시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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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 2026. 07. 21.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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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차와 전략, 국익의 관점에서 다시 묻는다
안보 백년대계, 공청회 없이 추진할 수 있는가
합동성 제고, 사관학교 통합이 유일한 해법인가
수조원 국고투입 사업, 국민 앞에 근거 공개해야
주은식
주은식 한국전략문제연구소장
국가의 군사교육체계는 단순한 학교 조직의 문제가 아니다. 이는 앞으로 수십 년간 대한민국 장교단을 어떻게 양성할 것인가를 결정하는 국가안보의 근본 설계도다. 따라서 이러한 정책은 정권의 정치 일정이 아니라 국가의 장기적 안보 전략에 따라 결정돼야 한다.

그러나 현재 추진되는 3군 사관학교 통합과 국군사관학교 신설 계획은 충분한 사회적 숙의와 군사적 검증을 거쳤는지 의문이다. 공청회와 전문가 토론, 정책 영향평가를 거쳐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해야 할 사안이 오히려 속도전이 되고 있다. 국방정책은 여타 정책과 달리 한번 추진되면 수십 년 되돌리기 어렵다. 따라서 결과뿐 아니라 절차에서도 정책의 정당성이 확보돼야 한다.

더욱이 현재까지 국민에게 충분히 제시되지 않은 부분이 있다. 과연 기존 체계를 유지하면서 개선하는 방안과 통합 이전을 추진하는 방안을 객관적으로 비교한 비용편익분석(B/C)은 실시됐는가. 국가재정법상 요구되는 수준의 경제성 분석과 장기 유지비 분석은 공개됐는가. 환경영향평가와 교통·기반시설 영향평가는 완료됐는가.

이러한 질문에 대한 명확한 답변 없이 수조원 규모의 사업이 추진된다면 국민은 정책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 채 절차적 정당성을 의심하게 된다. 국방개혁은 속도가 아니라 설득으로 완성된다. 충분한 검증을 거친 개혁만이 차기 정부에서도 지속성을 확보하고, 장교단과 국민의 신뢰도 함께 얻을 수 있다.

현대전은 육·해·공·우주·사이버 영역이 통합되는 합동전의 시대다. 이 점에 대해서는 누구도 부정하지 않는다. 그러나 여기에서 반드시 구분해야 할 것이 있다. 합동작전(Joint Operation)과 장교 양성기관의 물리적 통합은 동일한 개념이 아니라는 점이다.

세계 주요 군사 선진국 역시 합동성을 강화하면서도 각군의 전문성을 유지하는 방향으로 발전해 왔다. 장교는 임관 이후 평생 각군의 고유한 작전환경에서 근무하게 된다. 육군은 지상전, 해군은 해양작전, 공군은 항공작전이라는 서로 다른 전문성을 요구한다.

이러한 특성 때문에 교육 역시 상당 부분 각군의 문화와 작전환경 속에서 이루어진다. 특히 해군사관학교는 바다라는 실습장이 존재해야 한다. 함정 운용과 항해, 해양 생활은 체득하는 문화이기 때문이다. 공군사관학교 역시 마찬가지다. 비행장은 단순한 시설이 아니라 조종교육과 항공 문화가 형성되는 핵심 공간이다. 비행 활주로와 항공정비시설, 비행훈련체계는 공군 교육의 본질적 요소다. 이러한 특성을 고려하면 자운대에 통합캠퍼스를 조성한 뒤 다시 각군 실습시설을 별도로 유지해야 하는 구조가 된다. 결국 교육시설은 통합하면서도 실제 전문교육시설은 다시 유지해야 하는 이중구조가 형성될 가능성이 높다. 이는 합동성을 높이기 위한 통합이 아니라 오히려 관리비용과 운영비를 동시에 증가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합동성은 조직을 합치는 것으로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다.

이는 공동 교육과정 확대, 합동훈련 강화, 합동참모교육 개선, 통합 워게임, 연합·합동 실습 확대 등 다양한 방법으로도 충분히 구현할 수 있다. 따라서 정책의 핵심은 "통합이냐 반대냐"가 아니라 "어떤 방식이 가장 효과적인 합동성을 만드는가"가 돼야 한다.

현재 알려진 계획대로라면 새로운 국군사관학교 건설에는 막대한 재정이 투입될 가능성이 있다. 새로운 교육시설 건설뿐 아니라 생활관, 강의동, 체육시설, 종교시설, 각종 지원시설, 도로와 기반시설 등이 새롭게 조성돼야 한다. 여기에 각군 전문교육시설은 기존 지역에서도 상당 부분 계속 유지해야 한다면 사실상 중복투자가 발생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국민들이 궁금해하는 것은 단순히 이전 여부가 아니라 다음의 질문에 대한 답변이다. 첫째, 기존 시설을 리모델링하는 경우와 신설 이전하는 경우를 비교한 비용효과 분석은 무엇인가. 둘째, 수조 원의 재정을 투입했을 때 국가안보 능력이 얼마나 향상되는지 객관적 지표는 무엇인가. 셋째, 이러한 예산이 드론, 미사일방어체계, 인공지능 지휘통제체계, 장병 복지, 첨단무기 확보 등 다른 국방사업보다 우선순위가 높은 이유는 무엇인가.

국민의 세금은 정책 실험을 위한 재원이 아니다. 국방예산은 북한 핵·미사일 대응, 첨단전력 확보, 장병 복지 향상 등 국가 생존과 직결되는 분야에 우선 사용돼야 한다. 따라서 수조원 규모의 사업을 추진한다면 정부는 모든 자료를 국민 앞에 투명하게 공개하고 객관적인 검증을 받아야 한다. 지금 필요한 것은 찬반의 감정적 대립이 아니다.

국민은 군사교육의 혁신 자체를 반대하는 게 아니라 충분한 검토 없이 국가의 상징성과 막대한 예산이 투입되는 사업이 추진되는 것을 우려한다. 국방개혁은 반드시 필요하다. 그러나 좋은 개혁은 절차적 정당성과 경제성, 그리고 군사적 타당성을 동시에 갖춰야 한다. 국민이 납득할 객관적 자료와 공개 검증 없이 추진되는 개혁은 오히려 갈등을 키우고 정책의 지속성을 약화시킨다. 국가안보는 어느 한 정부가 아니라 대한민국 전체의 미래를 결정하는 공공재다.

정부는 지금이라도 충분한 공청회와 전문가 검증, 비용효과 분석, 환경영향평가 결과를 국민에게 공개하고 열린 토론을 통해 사회적 합의를 도출해야 한다. 그것이 국방개혁의 성공 가능성을 높이고 국민의 신뢰를 얻는 가장 민주적이고도 지속 가능한 길이다.

주은식 (한국전략문제연구소장)

※본란의 칼럼은 본지 견해와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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