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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거 잡아도 혐의 적용 막히면”…‘경제·지능’ 등 고난도 법리 검토 떠안는 경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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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민준 기자

승인 : 2026. 08. 06.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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檢 수사권 폐지로 수사 법리 검토 전담할 경찰
고난도 법리 해석 필요한 수사 두고 우려 제기
경찰 지능수사, 4년 만에 6개월 초과 건수 급증
중수청과 뚜렷할 역할 분담안도 정해지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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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마크. /연합뉴스
# 무자본 갭투자로 230명의 세입자들로부터 보증금 289억원을 가로챈 혐의를 받던 A씨. 경찰은 A씨의 혐의가 범죄 성립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다고 판단해 지난해 2월 불송치 결정을 내렸다. 그러나 같은 해 7월 사건을 넘겨받은 검찰의 법리 검토 단계에서 A씨를 비롯한 조직적 범죄 혐의가 입증됐고, 결국 A씨와 공범 등 12명 전원이 재판에 넘겨졌다.

검사의 직접 수사권 폐지로 오는 10월 2일부터 경찰이 인지에서 법리 검토까지 수사 전 과정을 전담하게 된다. 그러나 수사 과정에서 '사실 관계 확인'에 집중해 온 경찰이, 주로 검찰의 역할이던 '고난도 법리 해석'까지 맡기엔 전문성과 인프라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경제·지능 범죄 등 정밀한 법적 검증이 필수적인 분야에서 경찰의 역량이 시험대에 오를 전망이다. 새롭게 출범할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이 난도 높은 수사를 분담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지만, 여전히 경찰과 중수청 사이 뚜렷한 역할 분담이 정해지지 않아 수사 공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경제·금융 범죄의 경우 민사적 채무불이행과 형사상 사기·배임의 경계가 모호해 민·형사상 혐의가 복잡하게 얽혀 있다. 여기에 가상자산이나 디지털 신종 범죄, 기술 유출 등 판례가 충분히 쌓이지 않은 분야에서도 고도의 법리 해석이 요구된다. 사실관계 규명을 넘어 '해당 행위가 법적으로 처벌 가능한 구성요건을 갖추었는가'를 정밀하게 따져야 하는 상황이다.

현장에서는 이미 수년 전부터 관련 수사에 대한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감사원이 지난해 발표한 '경찰청 정기 감사 결과'에 따르면 경찰의 지능범죄(사기·횡령·배임 등) 6개월 초과 처리 비율은 2020년 11.8%에서 검경 수사권 조정 이후인 2024년 25.9%로 증가했다. 4건 중 1건이 법정 수사기한(3개월)을 두 배가량 초과한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변호사는 "수사는 단지 정황을 파악하는 '사실관계 확인'에 그치지 않고, 이를 엄격한 법률적 구성요건에 맞춰 접목하는 '법리 판단'의 고도화된 융합 절차"라며 "현장 수사 인력 중심으로 파악에 치중해 온 경찰 체제에서는 복잡한 사건의 법리 적용 단계에서 불송치 오류나 수사 장기화가 발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꼬집었다.

검찰개혁추진단 자문위원을 지낸 한 전문가는 "경찰의 소극적 수사가 늘어날 수 있다. 경찰이 법리적 책임까지 떠안아 부담이 상당할 것"이라며 "경찰은 검사가 어떻게 수사의 법적 미비점을 보완했는지 구체적으로 알지 못한다. 검사에게 들어오던 관련 민원도 경찰이 모두 감당해야 해 제대로 준비하지 않으면 일선 경찰관들은 힘들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향후 중수청이 출범해 7대 중대범죄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특경법) 위반 사건 등 고난도 사건을 전담하더라도 혼란이 곧바로 해소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5억원 이상의 특경법 적용 대상이나 7대 중대범죄 사건이라 할지라도, 이를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으로 이첩할지 여부를 1차적으로 결정하는 주체 역시 경찰이 된다. 중수청 출범까지 두 달도 남지 않았지만 두 기관 사이에는 여전히 뚜렷한 이첩 기준과 가이드라인 역시 마련되지 않고 있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명예교수는 "단순히 7대 중대범죄는 중수청, 나머지는 경찰이라는 기준에 기댈 게 아니라 어떤 수사기관이 어떤 문제를 가장 잘 해결할 수 있는지를 세부적으로 고민하고 논의해야 한다. 그래서 경찰과 중수청 사이 뚜렷한 역할 분담이 중요하다"며 "특정 범죄를 중수청에 전적으로 맡길지, 기준을 정해 공동 분담할지가 정해져야 두 기관 모두 업무에 맞는 조직과 인력을 정확하게 구성할 수 있다. 시뮬레이션도 돌려보고, 부작용을 최소화할 방법을 사전에 준비한 뒤 법 개정과 출범 날짜 지정으로 이어져야 했는데 순서가 뒤바뀐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최민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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