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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년 경영 현장 뒤로한 이동호 전 현대百 부회장, 책에 담은 ‘삶의 장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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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혜 기자

승인 : 2026. 08. 13. 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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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적 에세이 '긴 여정의 첫걸음' 출간
경영 성과보다 가족·동료 등 지나온 인연 조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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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년간 현대백화점그룹에서 수많은 경영 판단을 내려온 이동호 전 부회장이 이번에는 자신의 지나온 시간을 글로 정리했다. 기업의 인수합병(M&A)이나 신사업 전략을 설명하는 대신 어린 시절의 기억부터 가족과 동료 등 오랜 시간 곁을 지킨 사람들과의 이야기를 책에 옮겼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이 전 부회장은 최근 자전적 에세이 '긴 여정의 첫걸음'(바른북스)을 펴냈다. 이 전 부회장은 현대백화점그룹에서 36년간 재직했다. 기획·전략 분야에서 그룹의 주요 M&A와 신규 사업을 맡았으며 조직문화 개선에도 관여했다. 2017년 부회장에 오른 뒤에는 그룹 경영 전반을 살폈다.

하지만 책에서 무게를 둔 것은 회사에서 보낸 시간 자체보다 그 시간을 함께 지나온 '사람'과 '기억'이다. 어린 시절과 학창 시절, 직장생활 등 생애 곳곳의 장면을 되짚으며 가족과 친구, 이웃, 직장 동료와 맺어온 관계를 풀어냈다.

어린 시절 할머니와 함께 영산포 장터까지 60리 길을 걸었던 기억도 그중 하나다. 오랜 시간이 흐른 뒤에도 남아 있는 일상의 장면들을 통해 한 사람의 삶을 구성하는 것이 반드시 크고 특별한 사건만은 아니라는 생각을 전한다.

아내와 함께한 세월도 별도의 이야기로 다뤘다. '반백년의 동행'에서는 오랜 기간 부부로 살아오며 쌓인 기억을 되돌아보고 그동안 충분히 표현하지 못했던 고마움을 글에 담았다.

책 곳곳에는 나이가 들어 삶을 바라보게 된 이 전 부회장의 생각도 담겨 있다. 그는 "우리네 삶이 언제나 고음처럼 찬란할 수만은 없다는 것, 때로는 한 소절쯤 조용히 넘어가도 괜찮다"고 적었다. 매 순간을 성취로 채우기보다 평범하게 흘러가는 시간 역시 삶의 일부로 받아들이자는 의미다.

삶의 후반부를 보내는 마음가짐에 대해서도 이야기한다. '두 번째 화살을 맞지 말라'는 가르침을 언급하며 피하기 어려운 시련에 더해 스스로 마음의 평온까지 잃는 상황은 경계하고 싶다는 생각을 내비쳤다.

책 제목은 '긴 여정의 첫걸음'이다. 36년간 이어진 직장생활을 마친 뒤에도 자신의 삶을 이미 끝난 이야기로 정리하기보다 또 다른 여정의 출발점에서 바라보려는 의미가 읽힌다.
김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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