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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형 원전 美 진출 길 열렸지만… 실제 계약 일정은 ‘미확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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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순영 기자

승인 : 2026. 09. 27. 1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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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형 원전 먼저 사업 추진
한국형은 후속 EPC 계약 단계
계약 시차 단축도 확약 아닌 ‘노력’
선지급금 노형별 배분도 미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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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형 원전(APR1400)의 미국 진출을 성과로 내세운 정부가 정작 실제 수주로 이어질 계약 일정은 확정하지 못했다. 미국형 원전(AP1000)은 선계약 순서를 못 박았지만, APR1400이 포함된 후속 계약은 6개월 이내 체결을 '합리적 노력'에 맡겨 일정 지연 가능성을 남겼다.

27일 산업통상부의 '한미 전략투자 프로젝트 추진계획'에 따르면 최대 1200억달러를 투입하는 미국 내 원전 8기 건설은 웨스팅하우스의 AP1000 2기부터 추진된다. APR1400 2기는 AP1000 2기와 함께 2단계에 배치됐고, 마지막 3단계도 AP1000 2기로 구성됐다.

정부가 제시한 '6개월'은 APR1400 계약을 마쳐야 하는 시한이 아니다. 1단계 AP1000 2기의 설계·조달·시공(EPC) 계약과 APR1400이 포함된 2단계 EPC 계약 사이의 간격으로, 양측은 이를 6개월 이내로 줄이도록 '합리적 노력'을 기울이기로 했다.

계약 시점은 원전 사업 속도에도 영향을 준다. 산업부가 제시한 장주기 품목의 제작·공급 소요기간은 원자로 용기 54개월, 증기발생기 57개월, 원자로 냉각재 펌프·모터 65개월이다. 후속 계약이 늦어지면 기자재 확보와 사업 준비 일정도 뒤로 밀릴 수 있다.

미국 정부는 이미 기자재 선구매로 원전 건설 일정을 앞당기는 방식을 추진하고 있다. 미 에너지부는 지난 6월 AP1000 최대 10기의 장주기 기자재 구매에 175억달러 규모의 조건부 대출 지원을 발표했다. 최대 5개 사업에 원전 2기씩을 지원해 일정을 최대 3년 앞당기겠다는 계획이다. 이번 한미 원전 8기 사업과는 별도 프로그램이다.

웨스팅하우스는 당시 부지가 특정된 잠재 사업 파트너 7곳과 의향서를 맺었다고 밝혔다. 미 에너지부는 사업별 자기자본 확약 시점 등에 따라 장주기 기자재 구매를 순차적으로 진행하기로 했다. 의향서는 최종 EPC 계약이 아니며 대출 집행에도 기술·환경·재무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APR1400은 부지와 경제성 검토 등 개별 사업의 구체화 절차가 남아 있다. 산업부는 미국 측이 지정하는 연방부지에 원전을 짓는 것을 기본으로 하되 한국이 부지를 다시 요구할 수 있도록 했다. 지반 상태와 용수 접근성, 전력 수요처와의 거리, 송전망 공사 등에 따라 사업비와 경제성이 달라질 수 있다.

정부는 상업적 합리성 검토와 국회보고 등 국내법상 요건 충족을 전제로 연말까지 최대 100억 달러를 먼저 지급하는 방안도 협의했다. 제작기간이 긴 기자재를 선제적으로 확보하고 국내 업체의 참여를 늘리겠다는 취지다. 다만 선지급금을 AP1000과 APR1400에 어떻게 배분할지는 제시돼 있지 않다.

김정관 산업부 장관은 "이번 발표가 곧 원전 사업 추진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향후 부지와 사업구조, 건설 일정 등 구체적인 사항이 확정되면, 상업적 합리성 검토와 국회 절차 등을 거쳐 개별 프로젝트 최종 추진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결국 이번 합의는 APR1400의 미국 진출 가능성은 열었지만 실제 수주 일정까지 확보한 것은 아니다. AP1000이 먼저 사업 준비에 들어가는 구조에서 APR1400의 진척 속도는 첫 계약 이후 2단계 EPC 계약이 얼마나 신속하게 뒤따르느냐에 달려 있다.
정순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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