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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후일담] “취약계층 돕는다더니”…상생 캠페인 둘러싼 엇갈린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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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지영 기자

승인 : 2026. 08. 13. 1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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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일 서울 중구 을지로에서 신한은행의 무료 음료 행사가 진행되고 있다. 왼쪽 사진은 행사에 투입된 '카페스윗' 이동식 커피차와 인근 카페 모습, 오른쪽 사진은 커피차 앞에서 행사를 진행하는 모습./독자 제공
"함께 나누며 모두가 잘 사는 사회를 만들겠다면서, 정작 바로 옆에서 장사하는 소상공인의 생존은 보이지 않았던 걸까요."

지난 12일 서울 중구 을지로의 한 도로변. 오피스가 밀집한 인도에 신한금융 관련 커피차가 등장했습니다. 신한은행 금융 앱 '신한 슈퍼SOL'을 안내하고 음료를 무료로 제공하는 행사였습니다. 문제는 커피차가 자리 잡은 곳이 이미 영업 중인 카페 바로 앞이었다는 점입니다.

이날 행사에는 신한금융희망재단의 사회공헌 사업인 '카페스윗' 이동식 커피차가 투입됐습니다. 커피 제조 장비와 인력을 갖춘 커피차가 방문객에게 즉석에서 음료를 제공했습니다. 사실상 기존 카페와 같은 상품을 무료로 제공하는 임시 매장이 영업장 앞에 들어선 셈입니다. 현장에는 '신한 슈퍼SOL'을 안내하는 배너가 설치됐고 4~5명의 행사 관계자가 방문객에게 앱을 안내했습니다. 스마트폰 사용이 익숙하지 않은 이들에게는 앱 설치 방법까지 설명했습니다. 무료 음료를 받으려는 사람들이 몰리면서 커피차 앞에는 긴 줄이 늘어섰습니다.

문제는 행사장 반경 50m 안에 이미 개인 카페와 프랜차이즈 가맹점 등 7~8곳의 카페가 영업 중이었다는 점입니다. 모두 자영업자가 운영하는 점포입니다. 특히 오피스 상권 특성상 점심시간 전후는 하루 매출을 좌우하는 핵심 시간대입니다.

인근 카페 점주들에 따르면 이날 일부 매장의 매출은 평소보다 30~50%가량 줄었습니다. 무료 음료를 받으려는 사람들이 몰리면서 유료로 음료를 판매하는 주변 카페들이 영향을 받았다는 주장입니다.

무엇보다 이번 행사에 '카페스윗' 커피차가 활용됐다는 점은 생각해볼 대목입니다. 카페스윗은 신한은행의 지원을 바탕으로 청각장애인 바리스타의 교육과 일자리 창출을 돕는 사회공헌 사업입니다. 사회적 약자의 자립과 사회 참여를 지원하는 것이 핵심 취지입니다. 신한금융희망재단 역시 "함께 나누며 모두가 잘 사는 희망사회"를 만들겠다는 목표를 내걸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아름다운 동행'을 사회공헌 슬로건으로 내세워 청년과 취약계층, 지역사회를 위한 다양한 지원 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사회적 약자의 자립을 지원한다는 취지의 커피차가 금융 앱을 홍보하는 과정에서 다른 소상공인의 영업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방식으로 활용됐다는 점은 아쉬움이 남습니다. 사회공헌의 가치와 실제 마케팅 현장의 모습이 엇갈리는 모양새가 됐기 때문입니다.

전문가들은 기업의 판촉 활동 자체를 문제 삼기보다는 행사 과정에서 주변 상권에 미칠 영향을 사전에 살펴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자영업자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금융사라면 주변을 살피고 사회적 책임과 상생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며 "판촉 행사나 마케팅을 진행할 때 주변 소상공인에게 피해를 주지는 않는지 사전에 점검했어야 하는데 이번 행사는 그런 부분에 무신경했다고 볼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ESG에서 'S'는 사회적 책임을 의미하는 만큼 기업은 상생에 대한 철학을 실제 경영과 마케팅 과정에서도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소상공인연합회 관계자도 "기업의 프로모션 활동이라고 하더라도 지역 상권과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을 한 번 더 고민했으면 좋았을 것"이라며 "무료 커피 대신 인근 카페 이용권을 제공하는 방식 등도 생각해볼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신한은행은 이번 행사가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한 일반적인 홍보 행사가 아니라 거래 기업 임직원을 위한 이벤트였다는 입장입니다. 영업점의 신청을 받아 해당 기업 임직원에게 정해진 시간과 수량 내에서 음료를 제공하는 방식이었다는 설명입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소상공인에게 피해를 주려는 의도는 없었고 거래 기업 임직원에게 감사의 의미로 마련한 행사였다"며 "향후에는 주변 상권에 미치는 영향도 세심하게 고려하도록 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물론 거래 기업 임직원에게 감사의 의미로 무료 음료를 제공하는 것 자체를 문제 삼기는 어렵습니다. 음료를 제공하는 행사에 재단이 운영하는 커피차를 활용하자는 판단도 충분히 나올 수 있습니다.

하지만 대기업이라면 한 걸음 더 살폈어야 하지 않았을까요. 행사장 주변에 같은 업종의 소상공인이 얼마나 영업하고 있는지, 무료 상품을 제공하는 행사가 이들의 영업에 어떤 영향을 줄 수 있는지 정도는 사전에 따져볼 수 있었을 것입니다.

'함께 나누며 모두가 잘 사는 사회'라는 말에서 '모두'는 누구를 뜻하는 걸까요. 그 안에는 취약계층뿐 아니라 골목과 오피스 상권에서 하루하루 매출을 만들어가는 소상공인도 포함돼야 하지 않을까요. 신한이 강조해 온 '상생'의 가치가 사회공헌 사업의 이름뿐 아니라 실제 마케팅 현장에서도 함께 작동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장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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