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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권에서는 1.5% 목표가 거론될 당시부터 실제 수요를 감안하면 연중 유지하기 어렵다는 목소리가 적지 않았습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당초 목표가 너무 낮아 결국 하반기에는 늘릴 수밖에 없을 것으로 내부에서도 예상했다"고 전했습니다. 지키기 어려운 목표를 밀어붙인 뒤 불과 몇 달 만에 '상황이 달라졌다'며 대폭 수정하는 정책을 두고 당초 규제가 얼마나 정교하게 설계됐는지, 또 앞으로의 관리 기준을 얼마나 신뢰할 수 있을지 의문이 남는다는 이야기도 덧붙였습니다.
그간 비용은 고스란히 금융소비자와 은행 창구가 떠안았습니다. 잔금대출이 필요한 실수요자들은 한도가 남은 은행을 찾아 '대출 뺑뺑이'와 '새벽 광클'을 감수했고, 일선 직원들은 숱한 고객 민원을 받아내야 했습니다. 얼마 전까지 총량 부족을 이유로 은행을 전전했던 차주라면 이제 와 목표를 두 배로 높인다는 발표에 "그때는 왜 그렇게까지 막았느냐"는 허탈감이 들 수밖에 없습니다.
더구나 총량을 풀었다고 일반 실수요자의 사정까지 크게 나아지는 것도 아닙니다. 금융권 전체의 대출 여력은 약 30조원 늘었지만 LTV(담보인정비율)와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주택가격별 주담대 한도 등 개별 차주에게 적용되는 핵심 규제는 그대로입니다. 은행이 빌려줄 수 있는 돈은 늘었지만 정작 한 명의 차주가 받을 수 있는 돈에는 변함이 없는 셈입니다. 실제 금융위원회의 대책 백브리핑에서도 청년 등 실수요자의 대출 여건을 근본적으로 개선할 방안을 묻는 질문이 잇따랐습니다.
특히 당국이 늘어난 여력을 이주비·중도금·잔금대출 등 주택공급 과정의 자금 공급에 활용하겠다고 강조한 만큼, 구축 등 기존 주택으로 갈아타려는 차주들에게는 실효성을 체감하기 어려운 '남의 얘기'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옵니다. 대출절벽을 막기 위해 전체 파이는 키웠지만 자기자본이 부족한 실수요자의 부담을 덜어줄 해법은 여전히 부족합니다.
가계부채 관리와 투기 수요 억제의 필요성은 분명합니다. 문제는 은행권의 우려에도 규제 강도를 높였다가 부작용이 나타나면 다시 완화하고, 또 다른 병목이 생기면 해당 부분만 보완하는 식의 대응이 반복된다는 점입니다. 총량 규제와 차주 단위 규제, 주택공급 금융은 서로 맞물려 작동하는 만큼 정책 조합의 정합성과 예측 가능성을 높여야 합니다. 몇 달마다 달라지는 금융정책의 비용을 결국 감당하는 이는 내 집 마련을 위해 은행 창구 앞에 선 차주들이기 때문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