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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800조+α’ 슈퍼예산, 과잉유동성 촉발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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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 2026. 08. 26.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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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이 25일 청와대에서 국무회의 발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내년 나라살림 규모가 사상 최초로 800조원을 웃돌 것으로 보인다. 올해 본예산 727조9000억원보다 10% 이상 급증해 그야말로 '슈퍼예산'이다. 예산 총지출이 두 자릿수로 증가하는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10.9%) 이후 처음이다. 직전 정부의 균형재정을 뒤집고 이재명 정부 들어 확장재정 기조로 돌아선 것이 확연하다.

이 대통령은 25일 국무회의에서 "눈앞의 재정수치 관리에 매몰되는 우를 범할 때가 아니다"라며 "늘어난 재정여력을 미래에 더 많은 열매를 수확하기 위한 씨앗으로 삼는 '생산적 재정전략'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밝혔다. 반도체 호황 덕분에 당초 예상보다 160조원 이상 늘어날 것으로 추정되는 세수(내국세)를 나랏빚 상환보다 미래성장동력 확충에 우선 투입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당정도 이날 협의에서 내년 예산을 적극재정으로 규정하고, 미래산업·청년·지방·국민안전 등에 적극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AI(인공지능) 및 3대 메가프로젝트, 우주항공·바이오산업 등 미래성장엔진 등을 중점 투자대상으로 선정했다. 반도체 세수 증가분 등으로 100조원대 '미래대응기금'을 조성하고, 50조원이 넘는 지출 구조조정과 교육교부금 개편도 병행하기로 했다. 퍼주기보다 생산적인 곳에 예산을 늘리고, 불필요한 지출은 줄이겠다는 방향은 옳다.

문제는 애초 정부 계획(5%선)보다 대폭 늘어난 슈퍼예산이 과잉유동성을 촉발해 고물가와 고금리를 자극할 수 있다는 점이다. 기록적인 예산지출로 시중에 더 많은 돈이 풀리면 부동산 가격도 오르게 마련이다. 한국은행이 뛰는 물가를 감안해 기준금리 인상기조를 이어가겠다는 방침을 밝힌 상황이어서 자칫 확정재정과 통화긴축 간에 '정책 엇박자'가 발생할 수도 있다.

특히 최근 미국과 일본발 국채금리 급등 추세가 글로벌 증시 등 금융시장에 큰 충격을 주고 있는 상황이어서 더 그렇다.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재정팽창론'을 앞세워 적자를 내면서까지 예산지출을 늘렸지만, 경기는 못 살리고 국채금리 급등과 엔화가치 급락만 초래한 점은 우리에게도 좋은 반면교사다. 한국개발연구원(KDI)도 최근 올 우리나라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5%로 상향 조정하면서 "경기부양을 위한 확정재정 필요성은 낮다"고 밝혔다. 에둘러 표현했지만 국책연구기관마저 반도체 호황으로 지금처럼 경기가 좋을 땐 굳이 예산을 늘릴 필요가 없다고 지적한 것이다.

정부는 미래대응기금을 청년세대·신성장동력·지방·인재 등에 투입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지방균형발전 특별회계 등 이미 존재하는 정부 예산지출 항목과 겹치는 부분이 많아 '중복 투자' 우려도 제기된다. 정부는 무엇보다 한번 늘린 예산은 줄이기 어렵다는 경직성을 염두에 둬야 한다. 불과 2~3년 전만 해도 세수 부족으로 큰 곤경을 치렀던 우리다. 변동성이 큰 반도체 경기만 믿고 마구잡이로 예산을 늘리는 것은 곤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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