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일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와 외신 등에 따르면 D램 가격은 최근 1년 사이 약 5배 상승했다. AI 데이터센터용 메모리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난 가운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 주요 메모리업체들이 HBM과 서버용 D램 등 고부가 제품에 생산능력을 우선 배정한 영향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메모리 공급난으로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 등 글로벌 전자업체들이 제품 가격을 인상하거나 사양을 낮추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다고 전했다.
가격 상승은 이미 소비자가 체감할 수 있는 수준이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전 세계에서 판매 중인 스마트폰의 평균 소매가격은 지난해보다 약 15% 상승했다. 올해 새로 출시된 스마트폰은 전년 동급 제품보다 평균 25% 비싸졌고 가격이 오른 모델도 전체의 40%를 넘어섰다. 미국과 유럽의 기존 제품 가격 상승률은 각각 5%, 7%로 상대적으로 낮았지만, 신규 제품을 중심으로 가격 인상이 확산하는 추세다.
메모리 가격 상승은 단순한 부품 가격 인상을 넘어 완제품의 원가 구조 자체를 바꾸고 있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올해 2분기 스마트폰용 메모리 가격이 전년 동기 대비 약 300% 상승하면서 모든 가격대의 스마트폰에서 메모리 비용이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비용을 넘어섰다고 분석했다. 저가 스마트폰의 경우 비슷한 사양을 기준으로 부품원가가 전년보다 약 70% 늘었는데, 증가분 대부분이 메모리에서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메모리 탑재량이 많은 PC와 노트북은 원가 압박이 더욱 크다. 트렌드포스는 메모리 공급이 비교적 안정적이었던 지난해 1분기 900달러급 노트북에서 CPU와 D램, SSD 등 핵심 부품이 전체 자재비(BOM)의 약 45%를 차지했지만, 올해 3분기에는 이 비중이 68%까지 높아졌다고 분석했다. 메모리와 CPU 가격 상승만으로 노트북의 원가 구조가 크게 달라진 것이다.
국내 업체들도 제품 가격 조정에 나섰다. LG전자는 올해 메모리 가격 상승 여파로 그램 일부 모델의 출고가를 인상했다. 지난 4월 기준 2026년형 그램 16인치 일부 모델은 출시 당시 314만원에서 354만원으로 약 13% 올랐다. 삼성전자도 갤럭시북6 시리즈 가격을 사양에 따라 17만5000원에서 최대 90만원까지 인상하며 PC 부문의 원가 상승분을 판매가격에 반영하고 있다.
스마트폰에서도 비슷한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7월 미국에서 공개한 갤럭시 Z폴드8·Z플립8 등 신형 폴더블 제품의 가격을 일부 모델 기준 전작보다 100달러 높였다. 삼성전자는 메모리 반도체 부문에서는 AI 수요 확대와 가격 상승의 최대 수혜 기업 중 하나지만, 스마트폰과 PC 등 완제품 사업에서는 자사 반도체를 포함한 메모리 가격 상승을 다시 원가 부담으로 떠안는 구조다.
주요 제조사들은 저장용량을 낮추거나 카메라 구성을 줄이고, 일부 시장에서는 4G 모델 비중을 다시 높이는 등 사양 조정에도 나서고 있다. 가격에 민감한 저가 시장에서는 메모리 원가 상승을 감당하기 어려운 업체들을 중심으로 출하량 자체가 줄어드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이 같은 시장 재편은 삼성전자에 기회가 될 수 있다. 수익성이 높은 갤럭시 S·Z시리즈를 중심으로 프리미엄 수요를 확보하는 동시에 갤럭시 A와 FE 등 중가 제품군을 강화해 원가 부담을 견디지 못하는 저가업체의 이탈 수요까지 흡수할 수 있어서다. 미국 등 주요 시장에서 갤럭시 A시리즈가 일정 수준의 판매 기반을 확보하고 있는 가운데, 최근 FE 모델 출시를 앞당기는 등 중가 제품군 확대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다만 메모리 가격 상승이 장기화할 경우 완제품 사업의 수익성 부담도 커질 수밖에 없다. 반도체 부문의 실적 개선이 이어지더라도 스마트폰과 PC 등 세트 사업에서는 가격 인상과 사양 조정만으로 원가 부담을 얼마나 흡수할 수 있을지가 새로운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