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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본홍 고대월례강좌 회장(왼쪽)과 김인현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가 제477회 고대월례강좌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김 교수는 이날 ‘선장교수의 바다이야기-항해에서 만난 해양인문학’을 주제로 강연했다. / 사진=고대월례강좌 |
고대월례강좌(회장 구본홍)는 지난 18일 고려대학교 안암홀에서 150여 명의 교우가 참석한 가운데 제477회 고대월례강좌를 성황리에 개최했다.
이번 강좌에는 국내 해상법의 최고 권위자로 꼽히는 김인현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고려대 해상법연구센터 소장)가 연사로 나서 ‘선장교수의 바다이야기-항해에서 만난 해양인문학’을 주제로 강연했다.
외항선 선장에서 해상법학자와 대학교수로 변신한 김 교수는 이날 자신의 인생 항로와 바다에서 체득한 지혜를 역사와 인문학, 국제정세와 국가 전략으로 확장해 풀어냈다. 강연장에는 150여 명의 고려대 교우들이 객석을 채우며 높은 관심을 보였다.
강연에 앞서 구본홍 회장은 김 교수를 소개하며 “김인현 교수를 생각하면 ‘길’이라는 단어가 먼저 떠오른다. 그는 화려한 여객선이 아닌 모양 없는 화물을 싣고 대양을 건너던 벌크선의 선장이었다”며 “배에서 내린 뒤에도 항해를 멈추지 않고 변호사, 해상법학자, 대학교수가 돼 또 다른 인생의 벌크선을 몰고 있는 멀티플레이어”라고 말했다.
이어 “선장으로 바다를 알고, 변호사로 법을 알며, 학자로서 그 둘을 하나로 연결해 ‘안전한 인생의 길’을 스스로 닦아온 분”이라고 소개하며 김 교수를 환영했다.
특히 이날 강좌에는 김 교수의 대학 시절 은사이자 고대월례강좌 고문인 이기수 전 고려대학교 총장이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스승과 제자가 한자리에서 만나 학문과 인생의 경험을 나누면서 강연의 의미를 더했다.
◇ 영덕 바닷가 소년에서 외항선 선장으로
김 교수는 이날 경북 영덕 축산항에서 어선 선주의 아들로 자란 유년 시절부터 한국해양대를 거쳐 외항선 선장이 되기까지의 과정을 소개했다.
그는 젊은 시절 대양을 오가는 외항선에서 근무하며 바다와 항해를 몸으로 익혔다. 이후 선장에 올랐지만 30대 초반 뜻밖의 선박 좌초 사고를 겪으며 인생의 큰 전환점을 맞았다.
자칫 인생 전체가 흔들릴 수 있었던 위기였지만 김 교수는 좌절하는 대신 새로운 길을 택했다. 좌초 사고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법학의 중요성을 절감했고, 이후 해상법 연구에 매진해 법학자와 대학교수의 길을 걸었다.
선박의 좌초라는 위기가 오히려 학문의 바다로 향하는 새로운 출항점이 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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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인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왼쪽 여섯번째)와 고대월례강좌 운영위원들이 지난 18일 고려대학교 안암홀에서 열린 제477회 고대월례강좌를 마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사진=고대월례강좌 |
◇ 항로와 해류가 바꾼 역사…바다를 인문학으로 읽다
김 교수는 자신의 항해 경험을 소개하는 데 그치지 않고 항해와 해양의 원리를 인문학적 성찰과 국가 전략으로 확장했다.
그는 대권항로와 해류가 세계 역사와 인류 문명에 미친 영향을 설명하면서 서긍의 ‘고려도경’을 비롯해 조선과 일본의 개화기 역사 등을 사례로 제시했다.
또 북극항로 개척의 필요성과 호르무즈 해협을 비롯한 주요 해상 교통로의 전략적 중요성을 설명하며 해양이 대한민국의 경제와 안보에 직결되는 공간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바다에서 체득한 원리를 인생에 접목한 설명도 참석자들의 관심을 끌었다.
김 교수는 선박의 부식을 막기 위해 아연(징크)이 먼저 부식되는 ‘희생양극’ 원리를 설명하며 자신을 희생해 전체를 지키는 삶의 의미를 전했다.
파도와 외력으로 배가 기울어도 다시 원래 상태로 돌아오려는 선박의 ‘복원성’도 소개했다. 그는 이를 인생의 실패와 좌절을 딛고 다시 일어서는 힘에 빗대며 바다가 가르쳐준 삶의 지혜를 풀어냈다.
◇ “대한민국 해운과 해상법은 국가 전략의 문제”
김 교수는 유엔해양법협약(UNCLOS)에 따른 영해와 배타적경제수역(EEZ), 공해의 법적 의미를 비롯해 해양 질서를 형성해 온 역사적 조약들도 짚었다.
특히 대한민국 수출입 화물의 99% 이상을 책임지는 해운산업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약 50조원 규모의 국내 해운산업이 대한민국 경제를 떠받치는 핵심 산업 가운데 하나라는 점을 설명하며 이를 법적으로 뒷받침하는 해상법 역시 단순한 학문의 영역을 넘어 국가 전략 차원에서 중요하게 다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북극항로와 호르무즈 해협 등 글로벌 해상 교통로를 둘러싼 국제정세와 해상안보의 중요성도 함께 설명했다. 해양을 어떻게 활용하고 지켜낼 것인지가 대한민국의 미래 경쟁력과 직결된다는 취지다.
◇ “파도가 수천 번 몸 던지듯…바다에서 불굴의 정신 배워”
강연의 마지막 화두는 ‘도전’과 ‘희망’이었다.
김 교수는 “파도가 수천 번 끊임없이 모래사장에 몸을 던지듯 성실성과 불굴의 정신을 바다에서 배웠다”며 “좌초의 위기와 실패 속에서도 좌절하지 않고 세상에 다시 나아갈 수 있었던 것은 바다가 건네준 배움 덕분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자신의 항해와 좌초, 그리고 법학자로 새로운 길을 개척한 경험을 통해 참석 교우들에게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고 더 넓은 세상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했다.
외항선 선장에서 해상법학자와 대학교수로 이어진 김 교수의 삶은 이날 강연의 주제인 ‘항해’ 그 자체였다. 대양에서 경험한 고독과 위기, 좌초를 학문과 새로운 도전으로 승화한 그의 이야기에 참석 교우들도 공감을 나타냈다.
한편 고대월례강좌는 매월 정기적으로 각계 저명인사를 초청해 지식과 식견을 공유하고 교우 간 유대를 다지는 고려대학교의 대표적인 교양·학술 모임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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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477회 고대월례강좌에 참석한 이기수 전 고려대학교 총장(앞줄 왼쪽부터), 김인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 구본홍 고대월례강좌 회장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뒷줄은 홍용택 고대월례강좌 사무처장. / 사진=고대월례강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