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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의 숨결 따라 걷는 가을…이천·광주·여주서 펼쳐지는 도자 향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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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 엄명수 기자

승인 : 2026. 09. 20. 1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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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 경기도자비엔날레’ 11월 1일까지…현대 도예부터 장인의 손길, 생활도자까지
“단순 관람 넘어 흙 만지고 작가 만난다”…관객 중심 축제로 진화
경기도자
2026 경기도자비엔날레가 열리고 있는 이천 경기도자미술관 본전시 '땅이 만든다(Earth Makes)' 전시관에 관람객을 맞이할 다채로운 동시대 도자예술 작품들이 전시돼 있다. /한국도자재단
가을의 문턱, 흙과 불이 빚어낸 도자의 세계가 이천, 광주, 여주 등 경기 동남부 세 도시를 물들인다.

20일 경기도·한국도자재단에 따르면 오는 11월 1일까지 이어가는 '2026 경기도자비엔날레'는 도예의 정통성을 지닌 세 거점에서 각기 다른 테마로 펼쳐진다. 백화점식 나열형 전시의 틀을 깨고, 세계적 수준의 현대 조형부터 천년의 장인 숨결, 일상의 그릇까지 관람객의 취향과 라이프스타일에 맞춘 입체적 여정으로 꾸며진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경계를 허문 이천의 현대 도예…"흙이 곧 창작의 주체"

세계 도자예술의 현주소와 담대한 미래를 확인하고 싶다면 이천 경기도자미술관으로 향하면 된다. 본전시 '땅이 만든다(Earth Makes)'는 도예의 근원인 흙과 대지를 단순한 제작 도구가 아닌 독자적 생명력을 지닌 '창작의 주체'로 재해석했다.

영국 윌리엄 코빙, 호주 야스민 스미스, 프랑스 미디어·예술 듀오 세노코즘을 비롯해 국내 김창호·김시영·이완 작가 등 14개국 67명(28팀)이 참여해 '흙이 만든다', '땅이 만든다', '지구가 만든다'의 3부작으로 물성의 무한한 가능성을 증명한다. 도예가 최성재의 분청 질감과 건축가 장영철의 한옥 파빌리온 필정이 결합한 특별 프로젝트 '풍경(風景)', 전국 28개 도예 전공 대학·대학원 신예들이 선보이는 '미래에게'는 공간과 세대를 잇는 신선한 미적 체험을 안긴다.

함께 열리는 제13회 '국제공모전'은 글로벌 조형 트렌드의 정점을 보여준다. 77개국 1050명의 도예가가 출품한 1,397점 중 단 58점만이 엄선돼 관람객을 맞이한다. 대상의 영예를 안은 독일 작가 데이비드 라우어의 '펀치카드 하우스'를 필두로, 각국의 문화적 서사가 담긴 파격적인 실험작들이 압도적인 몰입감을 자아낸다.

왕실 도자의 맥, 광주…장인의 숨결과 시대의 기록

조선 왕실 도자의 산실 광주 경기도자박물관은 우리 도예의 정통성과 역사적 궤적을 심도 있게 조명한다. 첫선을 보이는 특별전 '우리 시대 도예 명장'전은 대한민국 명장과 경기지역 명장 64명의 손끝에서 탄생한 걸작들을 한자리에 모았다. 오랜 세월 침묵 속에서 벼려낸 도예 기술과 숭고한 장인정신을 오롯이 확인할 수 있는 기회다.

전통의 현대적 계승을 모색하는 제7회 '아름다운 우리도자 공모전' 수상작 37점도 함께 전시된다. 대상을 차지한 우은주 작가의 '왜곡'처럼 전통의 기법 위에 현대적 조형 언어를 덧입힌 시도들이 돋보인다. 아울러 소장품 특별전 '도자기로 보는 우리역사'는 고려부터 근현대까지 시대에 따라 변모해 온 도자기의 역사를 통해 선조들의 생활문화와 기술 진화를 친절하게 풀어낸다.

"청자·백자가 전부 아니다"…일상 파고든 여주 생활도자의 반란

여주 경기생활도자미술관은 도자에 대한 통념을 기분 좋게 뒤흔든다. 미술시장 연계 특별전 '낯선 전통'은 맑은 청자와 순백의 백자라는 정형화된 틀에서 벗어나 토기, 흑유자기, 옹기, 철화분청 등 거칠고 투박하지만 생명력 넘치는 비주류 기법에 스포트라이트를 비춘다. 원로와 신진을 아우르는 작가 6인이 94점의 작품을 통해 전통의 질감을 동시대적 감각으로 재탄생시켰다.

특히 여주 전시는 '보는 예술'을 넘어 '소장하는 일상'으로 확장된다. 서울 북촌 갤러리 '지우헌'(9월 16일~10월 17일)과 연계 전시를 펼치며, 마음에 드는 작품을 직접 구매하고 상담할 수 있는 유통 창구를 열었다. 여기에 300여 점의 소장품을 통해 식문화와 식기 형태의 시대별 쓰임새를 집대성한 '아름다운 것은 영원한 기쁨'전은 관람객의 식탁 위에 머무는 도자의 본질을 되돌아보게 만든다.

관람객이 주체가 되는 체험 축제… 가족·아이들과 함께 빚는 추억

전시장을 둘러보는 데서 멈추지 않고 창작의 즐거움을 온몸으로 누릴 수 있는 체험 프로그램도 풍성하다. 국내외 작가들의 실제 작업 과정과 예술적 고뇌를 가장 가까이서 마주하는 '국제도자워크숍'(오픈 스튜디오·아티스트 토크), 세계적 석학 11명이 현대 도예의 미래 방향성을 짚는 '국제도자학술회의'는 깊이 있는 교감의 장을 형성한다.

아이를 동반한 가족 나들이객을 위한 배려도 돋보인다. 광주 경기도자박물관 클레이플레이 교육체험실 일대에서는 흙의 감촉을 온몸으로 느끼는 '상상 흙창고'와 예술적 상상력을 키우는 어린이 창작 프로그램 '어스 스튜디오', 지역 공예작가와 직접 소통하는 '공예포차' 등으로 꾸려진 '키즈비엔날레'가 가동된다.

이 밖에도 지역 작가들의 개성 넘치는 수공예품을 만나볼 수 있는 '지역도예인 체험마켓', 도내 곳곳의 문화기관과 연계해 일상 속으로 예술을 배달하는 '찾아가는 비엔날레'가 축제의 온기를 한층 넓힌다.

류인권 도자재단 대표이사는 "이천·광주·여주 세 거점이 지닌 고유의 도자 색채를 관람객이 오롯이 체감할 수 있도록 다채로운 전시와 체험을 촘촘히 엮었다"며 "단순한 눈요기에 머물지 않고 흙을 직접 만지고 작가와 호흡하며 도자예술이 주는 따뜻한 위로를 일상 가까이에서 경험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엄명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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