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Advertisements

[기업 인사이트] 해외 자회사 현지 상장은 국내 중복상장과 달리 취급해야

기사듣기 기사듣기중지

공유하기

닫기

  • 카카오톡

  • 페이스북

  • 트위터 엑스

URL 복사

https://www.asiatoday.co.kr/kn/view.php?key=20260922010008392

글자크기

닫기

 

승인 : 2026. 09. 22. 17:48

구글 검색 선호 출처 추가 Google 검색에서 아시아투데이 기사를 더 자주 볼 수 있습니다.

Advertisements

Advertisements

기업가치 키우는 해외 자회사 상장은
규제할 이유 없어
권재열
권재열 (경희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최근 우리 자본시장에서 가장 뜨거운 논쟁 중 하나가 '중복상장' 문제다. 상장회사의 자회사가 상장하는 경우 기존 모회사 주주의 경제적 이익이 침해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특히 물적분할을 통해 알짜 사업을 자회사로 떼어낸 뒤 그 자회사를 상장하는 이른바 '쪼개기 상장'에 대한 시장의 불신은 상당하다. 모회사 주주로서는 자회사의 중복상장으로 인하여 자신이 보유하는 지분의 경제적 가치가 희석되거나 불리한 영향을 받을 수 있어 엄격하게 규제되어야 한다는 게 일반적인 인식이다.

그러나 중복상장에 따른 위험이 존재한다는 사실과 모든 중복상장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거나 강하게 규제해야 한다는 것은 구별돼야 한다. 더구나 미국 등 해외에서 독립적인 사업을 수행하는 자회사가 성장하여 현지에서 상장하는 경우까지 국내 중복상장과 동일선상에서 다루는 것은 경계하여야 한다. 모회사가 보유하던 장래 현금흐름 청구권의 비율이 줄어든다는 이유로 쪼개기 상장을 비판하고 있지만 해외 현지 상장은 통상 현지 생산설비 구축이나 연구개발, 현지 인수·합병 등 신규 시장 진입을 위한 자금조달을 전제로 이루어진다는 점에서 그 경제적 성격이 구조적으로 다르기 때문이다.

이 지점에서 미국 컬럼비아 로스쿨의 존 커피(John C. Coffee, Jr.) 교수가 제시한 '자기구속가설(Bonding Hypothesis)'은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커피 교수는 기업이 자국보다 엄격한 법적·제도적 규율이 적용되는 선진 자본시장에 상장하는 것은 높은 수준의 공시 및 지배구조 규제에 스스로를 구속함으로써 투자자의 신뢰를 확보하려는 행위로 해석한다. 이러한 해외 상장을 통해 기회주의적 경영 행위를 제한하고 정보 비대칭에 따른 위험 프리미엄을 낮춰 자본비용을 비약적으로 절감하는 효과를 기대한다는 것이다. 반면 국내 중복상장은 동일한 법적·제도적 환경 안에서 이루어지므로 이러한 정보 비대칭 완화 효과 자체가 애초에 발생하지 않는다.

자기구속 효과가 실제로 작용하고 해외 자본시장의 투자자 기반과 자금조달 기회가 결합한다면 해외 자회사의 기업가치가 적정하게 재평가된다. 특히 국내 증시에서 시장의 규모나 평가 모델의 한계로 충분한 평가를 받지 못했던 신사업 자회사가 나스닥과 같은 글로벌 자본시장에 상장하는 경우, 새로운 투자자 기반과 사업 성장에 필요한 자금조달 기회를 확보할 수 있다. 그렇다고 해서 자회사의 가치 상승이 자동적으로 모회사 주주가치의 상승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자기구속 효과가 모회사 주주에게 어느 정도 귀속되는지는 모회사의 자회사 지분율, 상장 과정에서의 희석 효과, 지배구조 할인, 모회사와 자회사 간의 경제적 관계 및 자금 사용의 성과 등에 따라 달라진다. 따라서 해외 상장의 경제적 효과는 자회사 가치의 증가 가능성뿐 아니라 그 가치가 모회사와 기존 주주에게 실제로 어떻게 귀속되는지를 함께 고려하여 판단해야 한다.

아울러 해외 자회사의 현지 상장을 통하여 조달한 자금이 어떠한 용도로 사용되는가 하는 문제도 중요하게 살펴야 한다. 해외 자회사가 신주 발행을 통해 확보한 자금을 현지 공장 건설, 연구개발, 해외 인수·합병 및 사업 확장 등에 투입한다면, 이는 기존 사업의 가치를 단순히 분리하여 처분하거나 현금화하는 것과는 그 경제적 성격이 본질적으로 다르다. 특히 자회사에 신규 자금이 유입되어 사업의 생산능력과 성장 잠재력이 확대된다면, 모회사와 자회사 전체의 경제적 가치를 증가시킨다. 이러한 상장의 효과는 단기적인 현금화 수단이 아니라 장기적인 지분가치 제고 메커니즘으로 평가돼야 한다.

반대로 모회사나 지배주주가 수익성 높은 사업을 자회사로 옮긴 뒤 그 자회사를 상장하여 이익을 얻는 과정에서 모회사 일반주주가 손해를 볼 우려가 있다면, 자회사가 해외에서 상장하더라도 모회사 주주를 보호하기 위한 규제가 필요하다. 따라서 규제의 초점은 상장 장소 자체가 아니라 상장을 통하여 결과적으로 어떠한 경제적 가치의 이동과 지분 변동이 발생하는지에 맞추어져야 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해외 자회사의 현지 상장이 모회사 주주의 지분가치를 일방적으로 잠식하는 구조인지, 아니면 자회사의 성장과 자금조달을 통해 기업집단 전체의 경제적 가치를 확대하는 구조인지를 구별하는 것이 중요하다.

요컨대, 해외 자회사가 모회사로부터 상당히 독립되어 있고 현지 시장에서 독자적으로 영업활동을 수행하며, 상장 자금을 사업 확장과 연구개발 등에 활용한다면, 그러한 상장을 자회사의 국내 상장과 마찬가지로 취급하여 악마화하고 빗장을 질러야 할 실질적인 이유를 찾기 어렵다. 게다가 해외 자회사의 현지 상장이 모회사 주주가 보유한 지분가치를 잠식하는 제로섬 게임이라기보다는 기업집단 전체의 파이를 함께 키우는 긍정적인 효과가 있다면 해외 현지 상장을 무턱대고 국내의 쪼개기 상장과 일률적으로 동일시하여 엄격하게 규제하는 현행 정책은 신중하게 재검토해야 한다.

권재열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본란의 칼럼은 본지 견해와 다를 수 있습니다.

ⓒ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후원하기

Advertise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