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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후일담] 적극행정 면책제도, 있어도 못 쓰면 소용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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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석원 기자

승인 : 2026. 09. 23.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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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석원 기자 증명사진
배석원 기획취재부 기자
얼마 전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에서 '감사합니다'라는 드라마가 떠 있어 우연히 봤습니다. 한 건설회사 감사팀이 회사에 손해를 끼치거나 비리를 저질렀다는 의심을 받는 직원들을 감사해 의혹과 문제의 실체를 밝혀내는 내용입니다. 극적인 연출이 가미된 드라마지만, 감사팀이 사실관계를 집요하게 파고드는 과정에서 감사 대상이 된 사람들이 느끼는 긴장감만큼은 현실과 크게 다르지 않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최근 '적극행정 면책제도'를 취재하면서 문득 이 드라마가 떠올랐습니다. 만약 자신을 감사하는 부서에 직접 면책을 신청하고 업무 처리의 정당성을 소명해야 한다면 어떨까 상상해봤습니다. 아마 감사를 받는 것만큼 떨리는 일이 아닐까 싶습니다. 좋은 취지의 제도가 있어도 직원이 그 존재를 모르거나 신청에 부담을 느낀다면 실제 활용으로 이어지기 어려울 겁니다.

적극행정 면책은 공무원과 공공기관 임직원이 공익을 위해 적극적으로 업무를 처리했고, 그 과정에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이 없다면 감사상 책임을 면제하거나 감경하는 제도입니다. 감사원이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공직사회의 소극행정을 막기 위해 2009년 도입했고, 이후 2015년에는 '공공감사에 관한 법률'에 면책 조항이 신설돼 법 적용 대상인 공공기관의 자체감사에도 적용할 근거가 마련돼 저마다 제도를 운영 중입니다.

제도가 도입된 지 약 17년이 흘렀지만 현장에서는 실효성에 대한 신뢰가 충분히 쌓이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공공기관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면책제도가 있어도 실제로 활용하기는 조심스럽다"는 이야기도 나옵니다. 대표적으로 제도에 대한 낮은 인지도와 감사부서에 직접 면책을 신청해야 하는 심리적 부담, 면책 여부를 판단하는 과정의 객관성과 독립성에 대한 우려 등이 대표적인 문제로 꼽힙니다.

한 예로 한국전력의 경우 2018년부터 지난해까지 적극업무 면책 신청은 132건이었고 이 가운데 82건이 인용됐습니다. 한수원의 최근 3년간 면책 실적은 총 40건입니다. 취재에 응한 일부 기관은 실적이 서너 건에 그쳤고, 다행인 것인지 면책 실적이 없다고 답한 곳도 있었습니다. 물론 기관마다 신청·인용·수용·면책 등 통계 기준도 달라 숫자만으로 제도의 활용도를 판단하기는 어렵습니다.

다만 최근 감사원과 공공기관이 적극업무 면책제도를 활성화하려고 노력하는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감사 지적부서와 면책 검토부서를 분리하거나 지원 담당관을 신설하는 등의 개선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중 한 곳인 한전 감사실 관계자도 "지적을 한 감사자가 직접 피감사자의 적극업무 면책 여부를 판단하고 사내 위원만으로 구성된 감사결과심의위원회에서 면책을 결정하는 등 면책 결정의 객관성 결여에 대한 우려와 민원이 적지 않았다"고 했습니다.

면책제도가 '제 식구 감싸기'로 악용될 수 있다는 시각도 존재하지만 순기능이 더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입니다. 안전판이 튼튼해야 공직자와 공공기관 임직원도 책임에 대한 두려움에서 벗어나 더 능동적으로 일할 수 있을 것이란 겁니다. 결국 제도 활성화의 성패는 감사부서가 잘못을 찾아내는 데 그치지 않고, 정당한 적극행정을 보호하는 역할까지 얼마나 능동적으로 수행하느냐에 달렸습니다. 각 기관의 감사부서에도 적극행정이 필요한 때입니다.
배석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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