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수도 세종, 산과 물 어우러진 천혜의 환경 국립수목원·예술 전시·야경, 여행 도시 잠재력 세종대왕의 수라상, 함께 만드는 '미식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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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세종수목원 한국전통정원. / 이장원 기자
세종대왕의 할아버지인 조선 태조는 건국 직후 천도를 결정하면서 계룡산 일대를 새 도읍지로 점찍었다. 이후 당시의 지리적 요건에 따라 결국 한양으로 천도했지만, 태조는 직접 방문한 계룡산 일대를 상당히 마음에 들어 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를 풍수로 설명하기도 하지만 결국 눈으로 본 경관이 좋았다는 뜻으로 추정할 수도 있다. 그로부터 600년이 흐른 지금 계룡산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는 행정수도 세종시가 자리잡고 있다. 여러 골치 아픈 이야기를 뒤로 하고 세종시를 바라보면 이곳 역시 살고 싶고, 가고 싶은 환경을 지닌 곳이라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만약 태조가 환생해 이곳을 보고 다시 수도를 정한다면 '세종으로 하라'는 명을 내릴 수도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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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호수공원. / 이장원 기자
한동안 세상에 대한 업데이트를 게을리 했다면 세종은 정부청사가 있는 도시라고만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나성동 한 건물의 49층에 자리한 카페 '플레져'에 가서 도시 전망을 내려다 보면 깜깜한 동굴에서 나와 새로운 세상을 접하게 된다. 건물보다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자연이다. 전월산, 오산 등으로 둘러싸인 아늑한 평지 가운데 세종호수가 자리하고, 국립세종수목원을 중심으로 녹지가 펼쳐진 모습은 고전에 종종 등장하는 '하늘이 내린 땅'이라는 표현이 어색하지 않다.여기에 들어선 현대적 건물들의 소위 스카이라인도 은근히 특색 있는 볼거리를 제공한다. 아파트가 주를 이루는 한국의 도시 풍경은 보통 호평을 받지는 못하는데, 세종시의 통일된 듯하면서도 깔끔한 건물숲은 산뜻한 첫인상을 주기에 충분하다. 세종에는 이처럼 탁 트인 전망을 볼 수 있는 곳이 많은데 밤에는 낭만적인 야경을 제공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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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 '플레져' 창밖으로 본 세종시 . / 이장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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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운지46'에서 바라본 세종시 야경. / 이장원 기자
최근 발표된 입법·행정 부문의 이전 계획이 완료되면 세종시는 사실상 대한민국 수도의 한 축을 담당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어느 곳이 수도인가라는 공식 타이틀의 문제와는 별개로, 한국의 중심지가 되는 셈이다. 미국의 워싱턴 DC와 뉴욕처럼 세종과 서울이 역할을 분담할지, 개성에서 한양으로의 천도처럼 오랜 세월이 흘러 한국의 중심지가 아예 바뀔지는 현재로선 예측하기 힘들다. 다만 국내외의 인적교류가 늘면서 세종시가 여행지로서 갖는 가치를 주목하는 사람들이 크게 증가할 것이라는 점은 쉽게 예상할 수 있다. 외국인들 역시 인천공항이나 청주공항 등에서 곧바로 세종으로 이동하는 경우가 늘면서, 자연스럽게 주변 관광은 어떻게 하면 되는지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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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세종수목원 앙리 마티스 전시. / 이장원 기자
이런 측면에서 도시와 자연이 어우러진 빼어난 환경을 보유한 세종은 행정수도를 넘어 여행 도시로 도약할 가능성을 보여준다. 대표적인 관광자원인 국립세종수목원이 이미 필수 방문지가 된 점에서도 그 잠재력이 드러난다. 국립세종수목원은 2020년 10월 문을 연 도심형 수목원으로, 축구장 약 90개에 달하는 면적(65ha)을 자랑한다. 국내 최대 규모의 사계절전시온실은 지중해온실, 열대온실, 특별전시온실로 구성돼 다양한 기후대의 희귀 식물을 감상할 수 있다. 이곳에서는 '앙리 마티스가 그린 오색 정원'이라는 전시가 진행 중이다. 곳곳에서 마티스의 작품을 만나볼 수 있으며, 마티스의 색채를 입은 식물 연출과 포토스폿으로 꾸며져 특히 여성 방문객들의 시선을 사로잡고 있다. 전시는 연말까지 진행되니 늦지 않게 찾아보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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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세종수목원 한국전통정원. / 이장원 기자
세종이 여행 도시로서 갖춘 또 하나의 잠재력은 '맛'이다. 한국관광데이터랩에 따르면 지난해 외지에서 세종을 찾은 방문객의 내비게이션 검색 분석 결과 60%는 음식과 관련된 곳을 검색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겨냥해 세종시와 세종시문화관광재단이 기획한 프로그램이 눈길을 끈다. 도시의 이름이 된 세종대왕과 미식 콘텐츠를 연결한 '세종오식'이다. 오는 11월까지 진행되는 세종오식은 세종대왕처럼 5식을 즐기는 미식 여행이다. 다섯끼는 낮것, 주안상, 다과상, 석수라, 수라상으로 구성되는데, 이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세종사랑맛집, 청년양조장, 로컬 카페, 세종전통시장에서의 미식을 즐기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육류, 콩류, 외국인 대상 K-푸드 등 음식 구성에 따라 뉴(New), 라이트(Light), 헬로(Hello)로 테마를 나눠 여행을 선택할 수 있게 한 것도 특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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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장가든' 숯불갈비. / 이장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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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스타스 by 파이드파인' 복숭아를 접목한 피자. / 이장원 기자
세종오식에서는 30여 년 역사의 음식점에서 맛보는 정통 갈비와 젊은 감각의 이탈리안 요리, 청년들이 운영하는 양조장의 새로운 증류주 등이 어우러져 세종만의 미식을 완성한다. 지역 특산물인 복숭아가 다양하게 접목된 것도 흥미롭다. 특히 조치원 세종전통시장에서 차리는 수라상은 여행자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 여행자들의 큰 호응을 얻고 있다고 한다. 팀을 나눠 시장을 돌아다니며 지역 명물인 파닭과 순대, 족발, 과일 등 음식을 고른 뒤 한데 모여 펼쳐놓고 먹는 재미가 쏠쏠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