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량원 연출, 120분간 긴장 놓지 않는 실험적 형식
미니멀한 무대와 비인간 존재, 정재일 음악 어우러져
김석주 신체 연기 돋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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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극단이 서울 명동예술극장 무대에 올린 이 작품은 5부작 '안트로폴리스'의 세 번째 작품이다. 독일 현대연극을 대표하는 롤란트 쉼멜페니히의 작품을 바탕으로 정진새가 각색하고 강량원이 연출했다. 지난해 '프롤로그&디오니소스'와 '라이오스'에 이어 소포클레스의 '오이디푸스'를 무대에 올렸다.
이번 공연에서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비어 있는 무대다. 거대한 장벽이 공간을 가로막고 배우들이 사용하는 공간은 앞쪽 일부에 한정된다. 화려한 세트 대신 비워낸 공간에 배우의 몸과 움직임을 집중시킨다. 장면이 바뀔 때마다 찾아오는 짧고 강한 암전도 인상적이다. 장면과 장면 사이를 매끄럽게 이어가기보다 과감하게 끊어내면서 직전 장면의 이미지와 배우의 움직임을 관객의 머릿속에 더욱 선명하게 각인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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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의 재해석을 가장 강렬하게 구현하는 것은 김석주의 몸이다. 그는 대사를 전달하는 데 그치지 않고 몸 전체로 오이디푸스의 불안과 분노, 혼란을 밀어붙인다. 때로는 무용을 연상시키는 절제된 움직임을 보이다 순간적으로 동물적인 움직임으로 변한다. 신체 훈련을 바탕으로 한 듯한 움직임은 사실적인 연기와 다른 강렬함을 만든다. 이번 공연은 김석주라는 배우를 새롭게 발견하게 하는 무대이기도 하다.
오이디푸스가 눈을 찌른 뒤 얼굴을 타고 흐르는 듯한 붉은 분장도 강한 인상을 남긴다. 암전으로 장면을 또렷하게 분절하는 연출과 배우의 몸, 조명, 무대 구조물, 영상이 하나의 이미지처럼 결합하면서 공연은 때때로 현대미술의 설치작품이나 영상 작업을 보는 듯한 느낌을 준다. 정재일의 음악은 전면에 나서기보다 낮게 깔리며 장면의 긴장을 축적한다. 소리의 밀도를 조절하는 음악은 비어 있는 무대와 배우의 움직임을 자연스럽게 감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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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식은 실험적이지만 공연이 어렵게만 느껴지지는 않는다. 소포클레스의 '오이디푸스'가 가진 서사의 힘이 버팀목이 되기 때문이다. 인터미션 없이 두 시간이 이어지지만 이야기를 이미지와 움직임으로 밀어붙이는 덕분에 긴장이 쉽게 풀리지 않는다. 일부 장면을 좀더 세련되게 다듬었으면 하는 아쉬움도 있지만, 작품의 독창성과 강렬함은 분명하다.
강량원 연출은 수천 년 전 신화를 박제하지 않고 오늘의 무대로 끌어내 낯설게 바라본다. 그 과정에서 '오이디푸스'는 익숙한 고전이면서도 지금 다시 질문해야 할 이야기로 살아난다. 공연은 10월 18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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