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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국가유산 살리던 18년…내년 활용사업 예산 ‘반토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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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혜원 기자

승인 : 2026. 09. 29. 1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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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고장 국가유산 활용사업' 국비 206.8억→113.7억원
야행도 78.9억→39.7억원…지역 문화향유·전문인력 기반 위축 우려
2. 생생국가유산활용_월월이청청
지난 6월 경북 영덕 무안박씨 무의공파 종택과 도곡동 충효당에서 열린 생생 국가유산 사업 '나라를 지켜라 월월이청청, 박의장, 신장군'. 국가유산을 활용한 체험 프로그램이 진행되고 있다. /한국문화유산활용단체연합회
국가유산을 '보존해야 할 대상'에 머물게 하지 않고 시민이 직접 걷고, 보고, 배우고, 체험하는 공간으로 바꿔온 '우리고장 국가유산 활용사업'이 내년 크게 축소될 전망이다. 2008년 시작한 뒤 18년간 전국 곳곳에서 지역 국가유산과 사람을 연결해온 사업인 만큼 단순히 행사 몇 개가 줄어드는 데 그치지 않고 지역에 축적된 콘텐츠와 전문인력 기반까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국가유산 활용의 지속성을 위해 국회 예산 심의 과정에서 사업 규모를 둘러싼 논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29일 국가유산청에 따르면 2027년도 '우리고장 국가유산 활용사업' 정부안은 국비 113억7000만원으로 올해 206억8000만원보다 93억1000만원(약 45%) 감소했다. 야행은 78억9000만원에서 39억7000만원으로, 생생 국가유산은 50억원에서 30억원으로 줄어드는 등 5개 세부사업이 모두 감액됐다. 올해 378개였던 사업도 내년에는 244개로 줄어들 전망이다.

'우리고장 국가유산 활용사업'은 단순한 지역축제나 관광사업과는 성격이 다르다. 국민의 참여와 체험을 통해 국가유산의 역사적·문화적 가치를 능동적으로 향유하고 계승하도록 하는 것이 사업의 핵심이다. 2008년 '생생문화재' 4개소 시범사업으로 출발해 향교·서원, 야행, 전통산사, 고택·종갓집으로 영역을 넓혔다. 현재는 야행·생생 국가유산·살아숨쉬는 향교·서원·전통산사 국가유산·고택·종갓집 등 5개 유형으로 운영되고 있다.

성과도 상당하다. 2025년에는 전국 355개 사업에서 1만6741회의 프로그램이 운영됐고 참여자는 약 380만명에 달했다. 430억원을 투입해 5248억원의 경제적 파급효과를 낸 것으로 분석됐으며 고용 유발효과도 약 3000명으로 추산된다. 전체 사업의 80.8%인 287개가 비수도권에서 운영돼 수도권에 집중된 문화 향유 기회를 지역으로 넓히는 역할도 했다.

특히 야행은 국가유산 활용사업의 대중적 확장성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프로그램이다. 야경·야사·야식 등 8개 테마를 바탕으로 평소 낮에만 찾던 국가유산을 밤에도 개방해 역사와 이야기를 경험하도록 한다. 지역마다 보유한 유산과 역사, 상권을 연결해 서로 다른 콘텐츠를 만들 수 있다는 점도 특징이다. 2025년 야행은 160억원을 투입해 4475억원의 경제적 파급효과를 낸 것으로 나타났다.

6.국가유산야행_외암민속마을
지난해 5월 충남 아산 외암마을 일대에서 열린 '아산 외암마을 야행'. 지역 국가유산과 역사·문화를 체험하는 야간 프로그램이 펼쳐지고 있다. /한국문화유산활용단체연합회
김재홍 문화유산형사회적경제연합회장은 활용사업을 일반적인 관광축제와 동일한 기준으로 바라봐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다. 그는 "국가유산 활용의 1순위는 국민들에게 국가유산의 가치를 알게 하는 것"이라며 "활용을 통해 국민이 그 가치를 인식하고 스스로 지켜야겠다는 참여를 높이는 것이 보존의 기반"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이 같은 사업이 오랜 시간 지역에서 사람과 조직을 키우며 전문성을 축적해왔다는 점이다. 지역의 유산을 연구하고 콘텐츠를 기획하며 교육·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민간 수행단체가 반복적으로 사업을 맡아왔고, 역사·문화유산·전통건축 등 관련 분야의 청년 인력에게는 현장 경험을 쌓는 일자리 기반이 돼왔다. 국비와 지방비가 매칭되는 구조인 만큼 국비 감소는 지역 사업 규모 축소와 민간 수행단체의 활동 기반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

이동범 국가유산활용학회 회장은 "이 사업은 국가유산 분야에서 기본적으로 계속 가야 하는 사업"이라며 "보존과 함께 국민들이 다양한 형태로 국가유산을 향유할 수 있도록 하고, 유형별 프로그램도 계속 발전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직접적인 인력이 약 800명이고 강사와 보조인력까지 합하면 약 3000명 정도가 일자리를 갖고 있다"며 "사업이 반토막 나면 수행단체와 기업의 생존 기반 자체가 유지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또 "예산은 다시 편성할 수 있지만 한번 떠난 전문인력과 중단된 국가유산 활용 기반은 단기간에 다시 만들 수 없다"고 말했다.

결국 정부안의 감액안이 그대로 확정될 경우 내년 프로그램의 숫자만 줄어드는 문제가 아니다. 지난 18년 동안 국가와 지자체, 민간 수행단체가 함께 만들어온 지역 국가유산 활용의 기반을 얼마나 안정적으로 이어갈 것인지의 문제다. 특히 국비와 지방비가 매칭되는 사업 특성상 국비 감소가 지역 사업 규모와 민간 수행단체의 활동 기반 축소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국회 예산 심의 과정에서 사업의 지속성과 지역 문화향유 효과를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 회장은 "국가유산 활용을 통해 유산의 가치를 알리고 다시 보존의 힘으로 연결하는 선순환을 어떻게 유지할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전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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